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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어멈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운여정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치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을 보는 것처럼.

운여정은 겉으로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은 이미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전생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회안후부의 친딸인 그녀는 유모가 바꿔치기 하는 바람에 오랫동안 밖에서 지내야만 했다.

후부에 돌아온 후, 가짜 아가씨 운선영은 사사건건 그녀를 괴롭히고 모함했다. 결국 후부 사람들의 미움을 받게 되었고, 고통 속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다.

오늘도 운선영은 꽃을 보내는 핑계로 운여정과 함께 연화못에 빠졌다.

운선영은 교묘하게 일을 꾸몄고, 사람들의 눈에는 운여정이 운선영을 못에 빠뜨린 것처럼 보였다.

이 장면은 운여정이 끝없는 어둠에 빠지게 되는 시작이었다.

운선영과 그녀를 해친 사람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증오로 인해 안색이 변한 운여정을 본 진어멈은 그녀가 후부인 때문에 두려워하는 줄 알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가씨께서 이미 결정을 내리셨으니 두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향단이 아가씨를 모욕한 것을 노비들이 모두 보았습니다. 노부인께서 아가씨의 편을 들어주실 것이니, 부인께서도 아가씨를 나무라지 못할 것입니다."

운여정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치밀어 오르는 증오를 억누르며 진어멈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네, 유모."

그리고 재촉했다. "자네가 내게 어울리는 옷을 좀 골라주게."

진어멈은 난처한 얼굴로 옷장을 돌아봤다.

운여정은 진어멈이 왜 난처해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위해 일부러 진어멈에게 어려운 문제를 던진 것이다.

후부에 돌아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그녀를 위해 옷을 지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운선영의 기분을 달래주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그녀가 체면을 세울 수 있는 옷은 단 한 벌뿐이었다. 며칠 전, 그녀의 몸에 맞춰 지은 옷이었지만, 방금 못에 빠진 후 진흙이 묻어 더 이상 입을 수 없었다.

남은 옷은 모두 운선영이 입다 버린 옷이었다.

"아가씨, 차라리 병을 핑계로 잔치에 가지 않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진어멈이 쭈뼛거리며 제안했다. "아가씨께서 못에 빠진 것을 모두가 보았으니 이해할 것입니다."

"할마마님 생신 잔치야. 게다가 내가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는 자리지." 운여정은 태연한 얼굴로 옷장 앞으로 다가가 옷을 뒤적였다.

"내가 가지 않으면 불효가 될 뿐더러 구설수에 오를 게야."

처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전생에 그녀는 못에 빠진 후 잔치에 가지 않았다. 그 틈을 타 다른 사람이 선수를 쳤고, 검은 것을 희다고 우겨 그녀는 열등한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진어멈은 한 달 동안 운여정을 모셨기에 옷장 안에 어떤 옷이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운여정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새 옷을 찾아오겠습니다."

운여정이 진어멈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후, 창가에 앉아 다시 태어난 후의 생각을 정리했다.

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뒤편 창문에서 '쿵'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고요한 방 안에서는 유난히 갑작스럽고 기이하게 들렸다.

유수각에는 향단과 진어멈만 운여정을 모시고 있었고, 나머지 시녀들은 모두 앞마당으로 보내졌다. 지금 들려온 소리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운여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탁자 위에 놓인 주전자를 손에 쥐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병풍을 지나자마자 한기가 몰려왔고,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날카로운 비수가 그녀의 목에 닿았다.

"움직이지 마!" 운여정의 뒤에 선 남자의 목소리는 차갑고 어두웠으며, 살의가 가득했다.

목에 닿은 차가운 감촉에 운여정은 몸을 멈칫하더니 곧바로 침착하게 물었다. "무엇을 하려는 겁니까?"

뒤에 선 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손에 쥔 비수를 아래로 눌렀다.

남자의 숨결이 운여정의 귓가에 닿았다. 차가운 설송의 청량한 향이 났지만,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전생에 이런 일은 없었다. 운여정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말을 하려 할 때, 희미한 피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그녀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다시 말했다. "다쳤군요…… 게다가 중독까지!"

남자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운여정의 몸에 가까이 다가선 남자의 몸이 억제할 수 없이 떨렸고, 뜨겁고 단단했다.

운여정은 시골에서 지내는 동안 스승을 따라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배웠다. 두 사람이 가까이 붙어 있었고, 남자의 반응을 본 그녀는 바로 문제점을 알아차렸다.

동시에 그녀는 소름이 끼쳤다.

유수각에는 그녀만 남았고, 뒤에는 미약에 중독된 무공이 뛰어난 남자가 있었다.

운여정은 손에 쥔 주전자를 꽉 움켜쥐고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동귀어진할 각오를 다질 때, 목에 닿은 힘이 갑자기 사라졌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가 바닥에 쓰러졌다.

운여정은 서둘러 뒤를 돌아보고 경계하며 남자를 살폈다.

바닥에 쓰러진 남자는 검은색 장포를 입고 얼굴에 검은색 복면을 두르고 있어 구체적인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복면 밖으로 드러난 눈은 별처럼 반짝였지만, 지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눈가에 희미한 물기가 맺혀 있었다. 남자는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운여정은 남자의 일에 참견할 생각이 없었다. 특히 유수각에 낯선 남자가 나타났고, 미약에 중독된 사실이 알려지면 그녀의 명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녀가 조용히 남자를 처리하려 할 때, 남자의 소매에 검붉은색 까마귀 깃털이 수놓아진 것을 발견했다.

이 문양은 전생에 본 적이 있었다. 황손 목세곤의 문양이었다!

운여정은 그 사실을 깨닫고 두려움도 잊은 채 앞으로 다가가 남자의 복면을 벗겼다.

맑고 깨끗한 얼굴에 옥처럼 아름다운 이목구비, 날카로운 눈썹에 곧게 뻗은 콧날.

그러나 눈꼬리에 맺힌 붉은 정욕이 그 차가운 얼굴을 깨뜨렸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약효에 휩싸인 것인지 아니면 분노 때문인지, 굳게 다문 입술에서 차가운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운여정의 거침없는 시선에 남자의 별처럼 반짝이는 눈에 살의가 더욱 짙어졌다.

정말 목세곤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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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96장

  1. 1장제1화다시 태어나다
  2. 2장제2화미약에 당한 남자
  3. 3장제3화함께 물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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