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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안은 그때부터 구상진을 짝사랑하게 되었다.

그 후 구상진이 유학을 떠나자, 강연안은 그가 있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죽어라 공부했다.

강연안은 자신이 더 뛰어나면 그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그 후, 그가 그녀에게 와서 결혼하자고 말했다.

강연안은 자신이 그의 차가운 마음을 녹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착각이었다.

구상진의 마음은 여전히 임가연에게 있었고,

그녀는 그저 있으나 마나 한 대체품에 불과했다.

강연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애써 들끓는 감정을 가라앉혔다.

임신 중에는 감정 기복이 심하면 안 된다는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뱃속의 아기를 위해서라도 정신을 차려야 했다.

강연안은 눈물을 닦고 일어나 침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구상진은 그녀에게 감정을 추스를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가연 돌아왔어." 그도 침실로 들어와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우리 이혼해."

이혼이라는 두 글자가 강연안의 심장에 박혀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이 말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까지, 그녀는 내내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강연안은 한참 만에야 겨우 제 목소리를 찾았다.

"그 여자가 돌아왔다고 날 버리는 거야?"

애써 억누른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구상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결혼할 때 말했잖아. 네 것이 아닌 것을 탐내지 말라고.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보상해 줄게."

그래, 신혼 첫날 밤에 그는 이미 말했었다.

그가 그녀와 결혼한 건 이사회의 입방아를 막기 위함이라고.

그는 강연안에게 진심을 줄 수 없다고.

그런데도 그녀는 구상진이 언젠가 자신에게 감동할 거라 믿으며 무모하게 뛰어들었다.

강연안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마주하며 답을 구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수없이 많은 밤을 함께 보냈는데, 그럴 때마다 날 임가연으로 생각한 거야?"

구상진은 그녀가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는지 순간 멈칫했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

강연안은 그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였고, 그녀의 마음은 완전히 죽어버렸다.

그녀는 구상진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의 수많은 환희의 밤들이 그녀의 마음을 흐려놓았다.

그녀는 그가 자신과 잠자리를 갖는 것이 곧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착각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구상진의 마음속에 그녀는 없었다.

강연안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좋아, 이혼해 줄게."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간단한 생필품을 챙겨 손님방으로 가려 했다.

구상진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마음속에 까닭 모를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강연안이 그의 곁을 지나갈 때, 그는 갑자기 그녀의 손을 붙잡고 막 입을 열려 했다.

그때, 임가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구상진이 전화를 받으려 손을 놓자, 강연안은 그를 스쳐 지나가 손님방으로 가버렸다.

"여보세요, 가연아……"

"응, 괜찮아……"

뒷말은 강연안에게 들리지 않았다.

그저 구상진의 목소리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정하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손님방 문을 닫고 침대 위에 무력하게 주저앉아, 울음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입을 틀어막았다.

이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음에도, 자신을 향한 구상진의 무정함과 임가연을 향한 그의 다정함은 여전히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심장을 후벼 팠다.

이제 어떡해야 하지?

이 아이는 어떡해야 할까?

강연안은 몰랐다.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너무 지치고, 너무 아프고, 이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다.

욕실에서 쏴아 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강연안은 기계적으로 옷을 벗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줄기가 몸을 씻어내렸지만, 마음속 한기는 씻어내지 못했다.

그녀는 웅크리고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고, 물소리를 방패 삼아 더는 참지 못하고 목놓아 울었다.

왜?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무정한 거야?

강연안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울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으려 했지만, 바닥이 미끄러워 발을 헛디뎠다.

"아악!"

극심한 통증이 덮치자 강연안은 비명을 참지 못했고, 작은 손은 반사적으로 부딪힌 아랫배를 감쌌다.

안방에 있던 구상진은 강연안의 비명 소리를 듣고 황급히 달려왔다.

욕실 문이 닫혀 있지 않아, 구상진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강연안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식은땀이 흘렀으며, 옷은 흐트러져 있었다. 가녀린 손으로 아랫배를 꼭 감싸고 있었다.

부딪힌 모양이었다.

구상진의 심장이 까닭 없이 쿵 내려앉았다.

그는 성큼성큼 강연안에게 다가가 그녀를 바닥에서 번쩍 안아 일으켰다.

"왜 그래? 어디 다쳤어?"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도 모르는 초조함이 묻어났다.

강연안은 아직 머리가 멍했고, 눈앞의 남자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렸다.

"괜찮아……"

그녀가 구상진의 품에서 벗어나려 버둥거리자, 남자는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움직이지 마!"

구상진의 엄한 목소리에 강연안은 저항을 멈췄다.

"다른 곳은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해 볼게."

구상진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침대로 옮겨 눕혔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강연안의 몸에 다른 상처는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

그 걱정스럽고도 집중하는 모습에, 강연안의 마음속에서 망상이 다시 피어올랐다.

그녀는 갑자기 구상진의 손을 잡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 "구상진, 만약 내가 임신했다고 하면, 그래도 나랑 이혼할 거야?"

어쩌면, 구상진이 아이를 봐서라도 자신과 이혼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강연안은 구상진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구상진은 잠시 멈칫했을 뿐, 이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우린 항상 피임했어. 임신했을 리 없어."

"만약 임신했으면, 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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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657장

  1. 1장제1화그녀가 돌아왔으니 이혼해
  2. 2장제2화임신했으면 지워
  3. 3장제3화그녀는 그저 그의 직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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