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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사혼
궁중 연회에 화려한 등불이 대전을 환하게 밝히고, 술잔을 주고받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전 구석에 홀로 앉은 소지영은 소하영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전에 다가가 하사품을 받는 모습을 차가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경제는 칭찬의 기색을 숨기지 않는 눈빛으로 위엄 있으면서도 부드럽게 물었다. "이리 큰 공을 세웠으니, 원하는 상이 있다면 말해 보거라."
"폐하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신녀, 달리 바라는 것은 없사옵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살짝 숙인 그녀는 겸손한 태도를 취했지만, 살짝 올라간 입 꼬리는 그녀의 우쭐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오직 폐하께서 신녀와 진북후 세자 서정진의 혼사를 윤허하여 주시옵기만을 바랄 뿐이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앞으로 나와 소하영의 곁에 무릎을 꿇은 서정진은 간절한 목소리로 간청했다. "폐하, 신과 영아는 서로 깊이 연모하는 사이이옵니다. 부디 신의 지극한 마음을 헤아려 성혼을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소하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꿀이 떨어질 듯 부드럽고 애정이 가득하여, 누가 봐도 두 사람이 천생연분이라 할 만했다.
두 사람의 말을 들은 경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짐이 잘못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면, 서 세자는 소 가의 큰딸과 이미 혼약한 사이가 아니었던가?"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진 서정진은 다급하게 설명했다. "폐하, 명찰하시옵소서! 신과 소지영의 혼약은 실로 어른들께서 정하신 것이오나, 신은 그 여인에게 추호의 정분도 없사옵니다. 신의 진심은 오직 영아에게만 향해 있사옵니다..
." "폐하! 신녀,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서정진의 말을 끊고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구석진 곳의 그림자에서 천천히 걸어 나온 소지영은 순식간에 대전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서 물러가지 못할까! 어가를 범한 죄를 네가 감당할 수 있을 성싶으냐?" 소동성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지영을 호되게 꾸짖었다.
곁에 있던 허씨는 혼비백산하여 필사적으로 눈짓을 보내며 그녀에게 입을 다물라고 재촉했다.
서정진과 소하영도 동시에 뒤를 돌아보며, 미간을 찌푸린 채 놀라움과 의심이 뒤섞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지영은 천천히 대전 중앙으로 걸어가 어좌를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폐하, 신녀가 세자와 혼약한 사이였던 것은 사실이옵니다. 허나 이제 세자와 제 누이가 서로 깊이 연모하고 있으니, 신녀, 기꺼이 물러나 두 사람을 성사시켜주고자 하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대전은 순식간에 술렁거렸다.
서정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소지영을 바라봤다. 그는 소지영이 분노에 차 군공의 진실을 폭로할 줄 알았지, 그녀가 먼저 물러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경제는 눈을 가늘게 뜨고 대전 바닥에 무릎을 꿇은 여인을 날카롭게 쏘아봤다. "네 그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인가?"
"신녀, 감히 폐하를 기만하지 못하옵니다." 소지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자, 이마에 찍힌 주사가 촛불에 비춰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하오나 황공하오나, 신녀 또한 폐하께 한 가지 은전을 구하고자 하옵니다."
"오호?" 경제는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어디 말해보거라."
소지영은 수많은 놀란 눈빛 속에서 천천히 팔을 들어, 가녀린 손가락으로 만당의 권세가들을 지나 대전 구석을 가리켰다.
"신녀, 폐하께 간청드리옵니다. 부디 신녀와 예왕 전하의 혼사를 명하여 주시옵소서."
그녀의 말은 마치 깊은 연못에 던진 돌멩이처럼 큰 파장을 일으켰다.
모두의 얼굴에 경악과 불신의 빛이 떠올랐다.
예왕 강운혁? 두 다리가 불구가 된 데다 성정마저 음침하여 모두에게 폐인 취급을 받는 그 왕자 말인가?
조야에서 예왕부가 용담호혈과 같아, 그곳에 발을 들인 여인치고 선종(善終)한 이가 드물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소 가의 큰아가씨가 큰 충격이라도 받아 실성한 것이 아닌가?
경제의 눈에 놀라움이 더욱 짙어졌다. 그의 시선은 소지영의 차분한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가, 이내 대전 깊숙한 곳의 어둠에 녹아든 검은 인영으로 향했다. 순간 그의 심사가 복잡해졌다.
내 일곱째 아들, 그 아이가 한때 얼마나 재능이 출중했던가! 어려서부터 남다른 두각을 드러내며 문무를 겸비한 천재였거늘.
3년 전, 짐을 대신하여 출정할 때만 해도 기세가 등등하여 북부 변경의 낭연을 쓸어버리고 후환을 영원히 없애겠다고 맹세했었다.
그러나 영추곡 전투에서 포위망에 갇힌 그는 직접 군사들을 이끌고 혈전을 벌였다. 철통같은 포위망에서 혈로를 뚫었지만, 결국 힘이 다해 말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두 다리가 부러져 폐인이 되고 말았다.
그 후로 성정이 크게 변한 그는 저택에 칩거하며 누구도 가까이하지 않았다.
경제가 그를 위해 왕비감을 찾아보려 했지만, 경성의 규수들은 예왕의 이름만 나와도 손사래를 치기 바빴다. 설상가상으로 그 아이 본인마저 혼인을 거부하니, 혼사는 기약 없이 미뤄지며 경제의 마음에 병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세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시집오겠다 청하는 여인이 나타났으니, 그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안심이 되었다.
일곱째가 벌써 서른에 가까운데, 여느 왕자 같으면 자식들이 글공부를 시작할 나이에 그는 여전히 외톨이 신세였다.
이 애비로서 어찌 근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소지영이 어떤 이유로 예왕과의 혼인을 청했든, 제 발로 며느리가 되겠다는 이가 나타난 이상 경제는 그녀가 방금 파혼한 사실 따위는 개의치 않았다.
"좋다! 네가 마음을 굳혔으니 짐이..."
"잠깐! 본왕이 묻고 싶은 것이 있소. 소 대낭자는 어찌하여 본왕과 같은 폐인에게 시집을 오려 하는 것이오?"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지며 경제가 내리려던 어명을 가로챘다.
챕터 목록
총 2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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