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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두 사람 사이를 허락하다
30분 후,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근교 빌라.
하윤슬이 라면을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장석준 그 개 자식이! 누나가 모든 걸 포기하고 장씨 가문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 자식이 멀쩡한 몸으로 다른 여자랑 바람 피는 일은 상상도 못했을 텐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누나를 배신했단 말이에요? 망할 새끼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이세인이 지친 기색이 역력한 채 차갑게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 사람에 관한 말이라면 더는 듣고 싶지 않아."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누그러진 하윤슬의 분노가 걱정으로 바뀌었다. "알겠어요. 이제 그 자식에 대해 말 안 할게요." 바로 고개를 끄덕인 그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누나가 자취를 감춘 지난 3년 동안, 사람들이 누나의 행방을 찾느라 얼마나 혈안이 되었는지 몰라요. 장석준과 이혼하면 다시 일을 시작할 거예요?"
의자에 등을 기댄 이세인이 고민에 잠긴 듯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신의 백소담이 돌아왔다는 소식, 이제 전할 때가 된 것 같아."
하윤슬의 얼굴은 흥분으로 가득 찬 채 입가에 번진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그동안 간절히 바라왔던 소망이 현실이 되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말 잘됐어요. 최근 들은 것 중에 가장 기쁜 소식이에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그는 눈가가 뜨거워지며,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다 장씨 그룹에서 거금을 들여 신의 백소담을 찾는다는 소식을 떠올린 그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띠였다.
결혼한 지 3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아내가 신의 백소담이라는 사실마저 알아차리지 못한 장석준은 그야말로 어리석고 멍청하기 그지없다.
...
다음 날 아침.
포근한 침대에서 곤히 잠든 이세인은 요란하게 울리는 벨 소리에 힘겹게 눈을 떴다. 탁자 위에 놓은 휴대폰을 집어 들어 발신자를 확인한 그녀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대자 장석준의 어머니 김현월의 욕설이 들려왔다. "너 지금 어디야? 감히 말도 없이 외박을 해? 당장 집에 기어들어 오지 못해?"
예전의 이세인이었다면 김현월의 욕설을 듣자마자 바로 비굴하게 사과부터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이세인이 아니다.
달콤한 잠을 방해 받은 이세인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장석준 씨랑 이혼하기로 했어요. 그러니 제가 장씨 가문 사람들을 위해 헌신할 일은 없을 거예요."
"뭐? 이혼하기로 했다고?" 그녀가 하는 말을 들은 김현월은 마치 어처구니없는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조롱하듯 웃음을 터뜨렸다. "이혼이 그렇게 쉬워? 이세인, 네가 어떻게 우리 가문에 들어왔는지 벌써 잊었어? 감히 주제도 모르고 말대꾸를 해? 30분 내로 돌아오지 않으면, 네 물건들 다 내다 버릴 거야!"
김현월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끊긴 통화를 가만히 내려다본 이세인은 짜증 섞인 얼굴로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녀의 방에 아직 중요한 물건이 남아있기에 그것들을 챙겨 나온 후, 장씨 가문 사람들과 완전히 연을 끊을 것이다.
택시를 타고 장씨 고택 앞에서 내린 이세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새된 목소리가 잔뜩 비아냥거리며 그녀를 반겼다. "그래도 집은 잘 찾아왔네. 허락도 없이 외박한 주제,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와? 설마 외간남자랑 침대에서 뒹굴다 온 건 아니겠지?"
이세인이 소리가 나는 방향을 돌아보자 김현월과 그녀의 딸 장다은이 나란히 소파에 앉아 오만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을 발견한 이세인의 안색이 확연히 굳어지더니 차갑게 조소했다. "침대에서 뒹군 사람은 내가 아니에요. 장석준이 윤보미와 바람을 피웠어요. 그것도 결혼기념일에, 제가 직접 현장까지 덮쳤고요. 이 사실이 밖에 퍼지면, 장씨 가문의 명예도 하루아침에 추락하겠죠.
"뭐? 윤보미가 돌아왔어?" 찰나의 순간 김현월이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차갑게 비웃음을 흘렸다. "굳이 탓을 하자면 네 탓 아니겠니? 쓸모 없는 것.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임신을 하지 못하니 우리 석준이 어떻게 바람을 피우지 않을 수 있겠어? 우리 장씨 가문의 대가 이대로 끊기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잖아?"
곁에 앉은 장다은도 뒤질세라 고개를 끄덕이며 참견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 석준이 사고를 당하지 않고 할머니 유언만 없었다면, 네까짓 게 감히 우리 장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기회가 있었을 것 같아? 집안 배경이든, 재능이든 네가 윤보미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잖아. 게다가 아이도 낳지 못하니, 우리 석준이 어떻게 바람을 피우지 않을 수 있겠어?"
이세인은 김현월과 장다은의 파렴치한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오려 하는 것을 꾹 참았다.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보던 그녀가 가방에서 장석준이 그녀에게 보여줬던 건강검진 보고서를 꺼내더니 장다은의 무릎에 던졌다. "장석준은 결혼 3년 동안 저와 잠자리를 한 적 없어요. 저 혼자서 무슨 힘으로 아이를 낳아요?"
장다은이 그녀의 무례한 행동에 화를 내기도 전에, 검사 결과에 선명하게 적힌 '발기부전'을 발견하고 놀라움에 눈을 크게 떴다. "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보고서를 움켜쥔 그녀의 손이 작게 떨려왔다.
검사 결과를 확인한 김현월도 적지 않게 놀란 눈치였으나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날카롭게 반박했다.
"하지만 우리 석준이 윤보미와 바람이 났다면 지금 아무 문제도 없다는 말이잖아?" 결국 네가 무능해 석준이 마음을 완전히 잡지 못한 거네!"
"그래요?"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린 이세인이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장석준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장씨 가문 사람들은 대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윤보미는 해외로 도망쳤죠? 그때 장석준을 도와준 사람이 누군지 벌써 잊었어요?"
변명할 말을 찾지 못한 김현월이 멈칫하더니 이세인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다시 입술을 달싹였다. "네가 우리 장씨 가문에 발을 들이기 위해 일부러 석준이를 돌봐준 걸 내가 정말 모를 것 같아? 결국 너도 우리 가문의 돈이 탐났던 거잖아. 너도 윤보미 그년과 똑같아!"
어린 시절부터 윤보미와 가깝게 지낸 장다은은 김현월이 윤보미를 욕하자 괜스레 마음이 씁쓸해 났다.
그녀가 재빨리 김현월의 팔에 팔짱을 끼며 반박했다. "엄마,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보미는 석준이를 위해 유명한 의사를 찾으려고 해외에 나갔지, 도망치려고 하지 않았어요. 돈에 눈이 먼 이세인과 완전히 다른 부류의 사람이에요."
곧바로 세모 눈으로 이세인을 노려보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네가 일부러 석준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우리 석준이 너와 결혼할 일도 없었고, 보미가 상처받고 계속 외국에서 지내지 않았을 거야. 보미가 돌아왔으니 이제 네가 빠져줘야지. 결국 네가 보미와 석준이 사이에 끼어든 거야. 네가 두 사람의 사이를 방해했다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이세인이 조용히 고개를 내젓더니 가방에서 이혼 서류를 꺼내 두 사람에게 내밀었다. "서류에 적힌 글씨 보여요?"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경멸이 가득 묻어났다. "저 장석준과 이혼할 거예요. 장석준이 서류에 사인하면, 바로 이혼할 수 있어요. 저만 빠져주면 된다고 했죠? 두 사람이 다시 만날 수 있게 내가 허락한 거예요."
의미 없는 말다툼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이세인이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벙찐 얼굴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뒤로한 채 말이다.
챕터 목록
총 17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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