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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 남자

임호건은 고개를 홱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임세미를 바라보았다.

'내가 늘 지켜왔던, 순수하고 착한 동생 세미가… 그런 말을 했다고?'

임세미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고, 급히 변명했다. "오빠, 그런 거 아니야! 이건 사실이 아니야!"

하지만 녹음기는 그녀에게 변명의 틈도 주지 않은 채, 여전히 차갑고 명확하게 울려 퍼졌다.

곧이어 들린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경고의 기운이 서린 임나연의 음성이었다. "세미야, 너 정말 이렇게까지 할 거야?"

이어서 들린 임세미의 목소리는 냉소가 섞여 있었고, 도발적이었다. "언니가 막으려 해도 소용없어. 어차피 오빠는 항상 내 편이야. 언니 말은 절대 안 믿는 거 알잖아."

그리고 곧, 목소리는 전혀 다르게 변했다. 공포에 젖은 듯한 울먹임이 가득한 연기였다. "으아, 오빠! 언니가 나를 계단에서 밀려고 해! 임씨 가문의 딸이 될 자격이 없대… 언니가 날 쫓아내려고 해! 너무 무서워… 으아, 오빠 도와줘!"

이 모든 걸 들은 임호건은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임나연은 임세미를 밀지 않았고 이 모든 건 임세미가 스스로 꾸며낸 자작극이었다! 임세미는 고의로 계단 가장자리까지 가서 두려운 척 연기했고, 그 모든 걸 이용해 임나연을 함정에 빠뜨렸다.

임나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고했다. 그리고 임호건은, 그 함정에 완전히 빠져 자신의 친 여동생을 오해하고 비난했다!

임호건은 멍한 표정으로 임나연을 바라보다가 이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임나연, 내가 널 오해한 거라면…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어?"

그 말에 임나연은 비웃 듯 냉담한 눈빛을 띠었다. 임호건은 자신이 잘못한 걸 깨달았으면서도 오히려 그녀에게 왜 설명하지 않았냐고 탓하고 있다.

"임호건, 아직 늙지도 않았는데 기억력은 벌써 퇴화했나 보네."

"나…." 임호건은 입을 뗐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게 한꺼번에 떠올랐다. 조금 전, 임나연은 자신이 임세미를 밀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 임나연의 말조차 끝까지 들으려 하지 않았고, 그 대신 유리컵을 들어 거칠게 그녀에게 던졌다. 깨진 유리 조각이 그녀의 다리를 베었고, 상처에선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수치심과 자책이 끓어오른 임호건은 천천히 임세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임세미는 겁에 질린 듯 눈가가 붉어졌고 창백한 얼굴은 떨리고 있었다. "오빠… 내가 잘못했어. 언니를 모함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난 그냥… 오빠랑 엄마, 아빠를 잃기 싫었을 뿐이야!"

그 말을 듣고 임호건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임호건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을 눈치챈 임세미는 기회를 감지했다. 그녀는 더욱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고, 눈물은 그칠 새 없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셋째 오빠, 난 어릴 때부터 임씨 가문에서 자랐어. 항상 오빠를 내 친 오빠처럼 여겼고, 엄마 아빠도 친 부모처럼 따랐어. 그런데 언니가 돌아오고 나서… 가족들이 날 버릴까 봐 너무 무서웠어… 모두가 진짜 딸인 언니만 챙기고, 나는 밀려날까 봐… 그게 너무 무서워서 순간 이성을 잃고, 언니에게 그런 짓을 했어. 오빠, 나 정말 많이 반성하고 있어. 정말 잘못했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임호건은 임세미의 울부짖는 모습을 보고 이미 마음이 조금 흔들렸고, 그녀의 고백까지 듣자, 분노가 완전히 사라졌다.

'세미가 무슨 악의를 품겠어? 그저 가족을 너무 사랑했을 뿐이야!' 그는 결심한 듯 고개를 돌려 임나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세미가 거짓말한 건 가족을 잃을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야. 어차피 너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잖아. 언니니까 동생을 한 번만 봐줘. 용서해 줄 수 있지?"

임나연은 그 말을 듣자, 헛웃음이 나왔다.

그녀의 친 오빠는 방금 진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녀를 감싸기는커녕 그녀를 함정에 빠뜨린 사람을 용서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참으로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임나연은 더는 이 집에 머물고 싶지 않았고, 임씨 가문의 위선적인 얼굴을 한 번만 더 봐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임호건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자각조차 없이 오만하게 덧붙였다. "임나연, 네가 이렇게 계속 고집만 부리고 세미를 용서하지 못하겠다면… 그땐 나도 널 이 집에서 내쫓을 수밖에 없어!"

그러나 임나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눈빛은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나를 내쫓을 필요 없어." 그녀가 말했다. "오늘부터, 난 임씨 가문과는 완전히 끝이야. 이 집에 단 1초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아."

임나연은 더 말하지 않고 곧장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짐을 정리했다.

참으로 비참한 일이었다. 이 집에서 2년을 살았지만, 가져갈 짐이라고는 작은 캐리어 하나도 채우지 못했다.

그녀는 서둘러 짐을 쌌다. 자신의 물건 몇 개와 서류들을 챙기고, 휴지로 베인 다리의 피를 닦아낸 뒤 대충 밴드를 붙였다. 긴 원피스로 상처를 가리고, 캐리어 손잡이를 쥐고 텅 빈 방을 빠져나왔다.

임호건은 그녀가 짐을 들고 나오는 걸 보고서야 그녀가 진짜 떠나려는 걸 깨달았다.

임나연은 단순히 화를 낸 게 아니라 진심으로 임씨 가문과 인연을 끊으려는 것이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임나연, 잘 생각해! 지금 그 문을 나가면, 다시 돌아올 생각 하지 마!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그러나 임나연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또박또박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 후회하지 않아." 임세미는 곁에서 가슴이 벅차 올랐다.

'드디어, 드디어 임나연이 떠난다! 이제 임나연도 떠났으니 임씨 가문의 모든 것이 내 것이 될 거야! 임씨 가문 사람들의 사랑도, 재산도, 전부 다!'

임세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도 겉으로는 근심 어린 얼굴을 했다. "오빠, 언니를 붙잡아야 해! 언니가 임씨 가문을 나가서 어떻게 살아… 누가 해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가게 둬." 임호건은 코웃음을 치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며칠 못 가서 울며불며 돌아올 거야. 그때 내가 제대로 혼쭐을 내줄 테니까!"

바로 그때, 바깥에서 한 경호원이 허둥지둥 뛰어 들어왔다.

임나연이 캐리어를 끌며 나가는 걸 봤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임나연이 임씨 가문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고, 존중할 필요조차 없는 존재라는 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진짜 임씨 가문의 소중한 보물은 임세미였다.

경호원은 급히 거실로 달려들며 외쳤다. "도련님, 아가씨! 귀한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차가 바로 문 앞에 있는데… 박씨 가문 쪽 차량인 것 같습니다!"

'박씨 가문?'

임호건과 임세미는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고, 순식간에 흥분이 솟구쳤다.

박씨 가문은 경성 최고 명문 재벌이다!

임씨 가문도 분명 상류층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이긴 하지만, 박씨 가문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박씨 가문은 수백 년을 이어온 최상위 가문으로,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세력이 전국 곳곳에 뻗어 있는 진정한 명문가이다.

그 동안 임씨 가문은 박씨 가문과의 인연을 맺기 위해 수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성과 없이 끝났다.

그런데 오늘, 박씨 가문에서 직접 찾아오다니?

"빨리 마중 나가자!" 임호건은 흥분에 찬 목소리로 말하며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경호원에게 안내하라고 손짓했다.

임세미도 황급히 치마를 정돈하며 따라 나갔고, 얼굴엔 부끄러움 섞인 붉은 기색이 감돌았다. 그녀는 조심스레 따라가며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온 사람이... 혹시, 그 남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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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141장

  1. 1장제1화 녹음기가 그녀의 무죄를 증명하다
  2. 2장제2화 그 남자
  3. 3장제3화 그녀의 약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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