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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차이수는 자신을 지우기 시작했다. 강태준에게 봉사했던 여자뿐만 아니라, 윤지한의 기억에 묶여 있던 여자까지도. 그녀는 과거의 유령에 더럽혀지지 않은 새로운 삶, 완전한 단절이 필요했다.

그녀는 사진부터 시작했다.

침대 옆 서랍에 넣어둔 작은 액자 속 윤지한의 사진이었다. 그의 미소는 따뜻했고, 그의 눈은 오래전에 꺼져버린 빛으로 가득했다. 5년 동안 이 사진은 그녀의 닻이었다. 그녀가 견뎌낸 이유였다.

사진을 집어 드는 그녀의 손가락이 떨렸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모든 선과 모든 디테일을 기억 속에 새겼다. 그리고 액자에서 사진을 꺼냈다.

사진을 찢는 것은 열정이나 분노의 행위였을 것이다. 그녀가 느낀 것은 이미 내려진 결정의 차갑고 조용한 평온함이었다.

그녀는 라이터를 꺼냈다.

불꽃이 사진 모서리를 삼켰다. 사진은 갈색으로, 그리고 검은색으로 오그라들었다. 윤지한의 웃는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재로 변해 사라졌다.

그녀는 재를 작고 빈 보석함에 담았다. 윤지한이 그녀에게 주었던 상자였다. 그녀는 뚜껑을 닫았다. 조용한 방 안에 부드러운 딸깍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례식이었다.

다음으로 그녀는 옷장으로 향했다. 옷장은 강태준이 허락한 옷들로 가득했다. 단순하고, 어둡고, 전문적인 복장. 유능한 비서, 차이수의 유니폼.

그녀는 옷을 모두 꺼내 깔끔하게 접어 상자에 담았다. 기부할 생각이었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옷들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최세라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사진 한 장.

최세라의 손가락에 끼워진 눈부신 다이아몬드 반지의 클로즈업 사진이었다. 그녀의 손은 강태준의 손과 얽혀 있었다.

캡션은 이랬다. *그 사람, 취향 정말 최고지? 우리 미래가 너무 기대돼. <3*

이수는 텅 빈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이런 것에 상처받을 그녀의 일부는 이미 죽어버렸다.

그녀는 답장 없이 메시지를 삭제했다.

그날 늦게, 강태준이 그녀를 불렀다. 그는 홈짐에서 샌드백을 치고 있었다. 땀이 그의 이마에 번들거렸다.

그녀가 들어섰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최세라가 파티 케이터링 업체 마음에 안 든대.” 그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메뉴가 지루하다나.”

“알겠습니다.” 이수가 말했다.

“라 시엘 음식으로 하고 싶대. 그렇게 준비해.”

라 시엘은 도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었다. 그리고 윤지한이 그들의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녀를 데려갔던 곳이기도 했다.

강태준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형을 억지로 따라나온 시무룩한 십 대 소년으로.

기억이 방 안의 유령처럼 떠돌았다. 웃으며 그녀에게 잔을 들어 올리던 윤지한. *우리를 위하여.*

이제 강태준은 그 기억을 자신의 약혼 파티 접시 위에 올려놓으려 했다.

그것은 마지막이고, 의도적인 지우기였다. 그녀의 과거조차 그녀의 것이 아니라는 선언. 그것은 그의 소유이며, 그의 뜻대로 재활용되거나 버려질 수 있었다.

그는 펀치를 멈추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그녀에게 돌아섰다. 그는 그녀의 얼굴에 스치는 고통의 흔적을 보았고, 이상하고 불쾌한 죄책감이 그의 속을 뒤틀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그 감정을 밀어냈다. 오래 키운 개에게도 정이 드는 법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는 물병을 집어 들어 뚜껑을 따고는 깊이 마셨다.

그리고 그녀에게 내밀었다.

“마셔.” 그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여. 마셔.”

그가 항상 마시던 브랜드의 물이었다. 한때 그가 분노에 차 그녀의 머리를 향해 던졌던 바로 그 브랜드. 그때 생긴 멍을 그녀는 일주일 동안 화장으로 가려야 했다.

그녀는 병을 받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차가운 플라스틱을 감쌌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녀의 눈은 텅 비어 있었다. 그의 얼굴에 욕망이 스쳤다가, 재빨리 비웃음으로 가려졌다. 그는 자신이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이 싫었다. 자신의 부하 직원인 이 여자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싫었다. 그것은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약점이었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 그가 경멸이 섞인 목소리로 나른하게 말했다. “네가 술 취한 내 침대로 기어 들어왔던 그날 밤 기억해. 약간의 친절이 또 그런 짓을 원한다는 뜻은 아니야. 망신스러울 테니까.”

그녀는 뚜껑을 열고 물을 마셨다.

물은 차갑고 맛이 없었다. 그것은 텅 빈 세례처럼 그녀의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굳이 그의 말을 정정하지 않았다. 그날 밤 술에 취해 그녀의 방으로 비틀거리며 들어와, 어둠 속에서 그녀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억지로 덮친 건 그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키지 않았다. 그녀는 얼어붙었다. 형에 대한 약속과 그의 행동에 대한 충격 사이에서. 어둠 속에서 그의 얼굴은 윤지한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아침에 그는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뻔뻔한 여자라며 격분했다. 그녀는 한번 설명하려 했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 이제 그의 거짓된 기억은 그녀가 기꺼이 끊어버릴 또 하나의 사슬일 뿐이었다.

그것이 그녀에게 필요한 마지막 확인이었다.

더 이상 구할 것도, 붙잡을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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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장제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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