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제3화 잔인한 마음

진 아주머니는 두 눈이 빨개진 채로 마음 속으로 심수정에게 사과했다.

"사모님께서는 돌아오시자마자 방으로 올라가 각종 증명서와 은행카드를 챙기시더니 택시를 타고 떠나셨어요. 대표님, 다른 건 정말 몰라요..."

진 아주머니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자신을 자책했다.

서민준은 그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서늘하고 날카로운 압박감은 마치 거대한 얼음덩이처럼 무겁게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

강빈은 서민준을 힐끗 쳐다보더니 계속해서 진 아주머니를 추궁했다.

"사모님과 사이가 아주 좋않잖아요. 사모님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진 아주머니, 계속 모른 척 하실 겁니까?!"

"사모님께서는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요. 아마... 심씨 가문에 돌아갔을 거예요."

진 아주머니는 눈물을 뚝뚝 떨구며 강빈에게 애원했다.

"강 비서님, 제가 아는 건 다 말씀드렸어요. 그러니 제 딸 가족만은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제발요!"

애원하는 진 아주머니를 차마 외면 할 수 없었던 강빈은 서민준에게 공손하게 물었다.

"대표님..."

서민준은 말 없이 심수정의 방을 둘러봤다. 그의 굳게 다문 입술과 날카로운 눈빛은 강빈을 짓누르기에 충분했다. 강빈은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사모님께서 교도소에서 출소하고,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면 어디로 갔을까?'

심수정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한 서민준은 기분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조수석에 앉은 강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심씨 가문에 전화해 물어볼까요?"

서민준은 차창 밖의 야경을 바라봤다.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는 도시와 달리 그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심수정은 그녀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니, 최악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불구덩이 같은 본가로 돌아갈 지언정집에 돌아오지 않다니, 아무래도 그동안 너무 오냐오냐 해줘서 그런 것 같았다.

서민준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하더니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심수정 명의로 된 모든 자산과 부동산을 동결하고, 어떤 기업에서도 그 여자를 채용하지 못하게 해."

그는 심수정이 제 발로 돌아와 잘못을 빌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 말을 들은 강빈은 순간 멈칫하더니,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에 앉은 서민준을 힐끗 쳐다봤다. 그의 얼굴이 어둠에 가려져 감정을 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차 안의 공기는 마치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 버렸다. 아무래도 대표님께서 사모님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 대표님의 지시를 따른다면, 그건 심수정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망설이던 강빈이 결국 조심스럽게 심수정의 편을 들었다.

"사모님께서 이제 막 출소하셨지 않습니까. 혹시 그저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요? 기분이 괜찮아지면 다시 집으로 돌아..."

"강빈."

강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서민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말을 잘라 버렸고, 매처럼 날카로운 눈빛이 강빈에게 차갑게 꽂혔다. 순간, 강빈은 마치 사형을 선고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도 같은 꼴 당하고 싶어?"

등골이 오싹해진 강빈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방금 지시하신 대로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분수를 지켜."

차갑고 무정한 짧은 한 마디에 강빈은 목을 움츠렸고, 더 이상 심수정의 편을 들어 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편, 택시 안. 심수정은 해만 빌라에서 벌어진 일을 알지 못했다. 자신의 품에 안겨 곤히 잠든 딸을 바라보자 심수정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심유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고,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현재 그녀의 유일한 소원은 심유나가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거였다. 만약 한 가지 소원을 더 빌 수 있다면 그건 바로 서민준과는 다시는 마주치지 않는 것이었다.

"아가씨, 제경원에 도착했습니다."

택시에서 내린 심수정은 아파트 단지 앞에 멈춰 섰다. 부드러운 불빛이 고요한 아파트 단지를 감싸고 있었다.

이곳의 아파트는 한 채에 수십억을 호가했는데, 심수정은 감옥에 가기 전에 자기 돈으로 한채 장만했다.

이제부터 이곳이 그녀와 심유나의 집이 될 것이다.

그녀가 심유나를 품에 안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심유나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심유나는 어디 불편한 곳이 없으면 울지 않을 정도로 아주 얌전한 아이였다.

심수정이 자세히 살펴보니 딸의 기저귀가 흠뻑 젖어 있었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가방을 뒤졌다. 하지만 기저귀가 다 떨어지고 없었다.

"착하지, 울지 마. 엄마가 빨리 기저귀를 사 올게. 금방 편해질 거야."

심수정은 아이를 달래며 단지 밖에 있는 고급 마트로 향했다.

"심수정 씨, 오랜만이네요."

그녀를 발견한 마트 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서민준에게 시집가기 전, 심수정은 줄곧 제경원에서 지냈다. 평소에도 이 마트에서 생활용품을 자주 샀는데, 1년 넘게 지났어도 직원은 여전히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심수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한 손으로 심유나를 품에 안고, 다른 손으로 기저귀 몇 팩과 분유를 챙겨 계산대로 향했다.

"총 680만 원입니다."

고급 마트인 탓에 이 곳의 물건은 대부분 수입 상품이었다. 때문에 심수정은 딱히 비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카드를 내밀자 직원은 공손하게 카드를 건네받아 단말기에 긁었다. 하지만 곧바로 결제 실패 알림이 떴고 직원은 다시 그녀에게 카드를 돌려줬다.

"심수정 씨, 이 카드는 결제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래 사용하지 않아 카드가 망가졌나 싶었던 심수정은 대수롭지 않게 가방에서 나머지 카드 몇장을 모두 꺼냈다. 그녀가 딸을 달래는 동안, 다른 카드들도 전부 결제에 실패했다.

"심수정 씨, 아무래도 소지하신 카드들이 전부 정지된 것 같습니다."

직원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심수정은 은행 카드를 쥔 손에 힘을 꽉 주었고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순식간에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신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서민준이 내 카드를 정지시킨 게 틀림 없어!'

'어떻게 이리도 잔인 할 수가 있지? 내가 오늘 출소한 걸 알면서도 카드를 정지시키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억울하게 감옥에서 1년 반을 살았는데, 그걸로도 모자란 건가?'

직원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심수정을 바라봤다. 심수정의 눈시울이 빨갛게 달아 올랐고 그녀의 품에 안긴 심유나는 계속해서 울며 칭얼댔다. 두 모녀는 너무나 가여워 보였다.

심수정은 평범한 차림이었고, 얼굴은 잔뜩 지쳐 보였다. 심수정이 어려운 일에 봉착했다는 걸 깨달은 직원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계산대 아래에서 사은품 기저귀 몇팩과 분유 두 통을 꺼내 심수정에게 건넸다.

"심수정 씨, 이건 사은품인데. 일단 받으세요."

심수정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직원의 동정 어린 눈빛을 마주한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떠올렸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였다.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그녀가 마트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밤이슬이 내려앉은 늦가을 밤, 찬 바람이 불 때마다 저절로 몸이 떨렸다.

심유나를 품에 꼭 안은 채 길을 걷던 심수정이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서민준이 내 카드를 전부 정지시켰어. 앞으로 나와 유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모아둔 돈도, 수입도 없는데, 이제 어떡하지?'

지금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어서 읽으면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이어서 읽기

챕터 목록

총 89장

  1. 1장제1화 출소
  2. 2장제2화 인연을 끊다
  3. 3장제3화 잔인한 마음

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