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7773/coverbig.jpg)
/0/84730/coverbig.jpg)
제2화 그 남자의 정체
결혼식을 마치고 회사에 급한 회의가 잡혔다고 떠난 박용태는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그날 밤, 그와의 관계를 피하고 싶었던 강시영은 생리 중이라고 거짓말까지 했다. 박용태는 오늘 집에 돌아와 사과하면 자신이 바람 피운 일은 이대로 지나갈 줄 알았던 것이다.
"내 방에서 당장 나가!" 곧바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강시영은 쌀쌀맞은 태도로 그에게 쏘아붙였다.
순식간에 욕구가 사라진 박용태는 짜증이 난 듯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렸다. "그만 할 때도 됐잖아? 네가 몸이 아파서 예민한 건 알겠는데, 나도 계속 참아 줄 생각 없어.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 잊지 마."
"내가 하는 말 못 들었어? 내 방에서 꺼지라고!" 강시영은 여전히 찌푸려진 얼굴로 날카롭게 소리쳤다.
박용태는 그런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일부러 나긋한 태도로 달래기 시작했다. "시영아, 우리 이미 결혼했어. 과거는 이제 그만 잊고 앞날만 생각하는 건 어때? 앞으로 내가 더 잘할게. 약속해."
불륜은 저지른 남자는 쓰레기보다 못한 존재다.
강시영은 옆에 놓인 베개를 손에 쥐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난 객실에서 잘 거야."
박용태의 미간이 더욱 좁아 들었고, 심지어 그녀의 반응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사과까지 했기에 강시영이 주제를 알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그녀는 그의 사과를 받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마음대로 해. 객실에서 자고 싶으면 그렇게 해."
강시영은 그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휴대폰과 노트북을 손에 쥔 채 방문을 나서려 했다.
침대에서 몸을 뒤척인 박용태가 그녀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가족 연회가 있으니 나와 함께 본가에 다녀와. 우리 결혼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네가 참석하지 않으면 다들 비웃을 게 뻔해."
이후 낮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은 박용태는 화를 참지 못하고 베개를 바닥에 내던졌다.
강시영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박씨 가문 연회에 참석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박용태와 함께 참석하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연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면, 박용태는 강씨 그룹을 헐값에 팔겠다고 위협하기 때문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순순히 가족 연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강씨 그룹은 강시영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물려준 회사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피땀을 흘려 일궜는지 모른다. 회사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어머니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지만, 끊임없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강씨 그룹은 어머니가 그녀에게 물려준 마지막 유산이기도 하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연회 시간에 맞춰 경성에서 제일 영향력 있는 가문인 박씨 가문 저택에 도착했다.
박용태의 검은색 세단이 저택 마당에 들어서자 박씨 가문의 집사가 세단 앞을 막아서는 것이다. "여긴 아무 사람이나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빨리 나가세요!"
집사조차 박용태를 무시하는 모습에 강시영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 동안 이런 모습을 수도 없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없이 차에서 내려 한 켠에 묵묵히 서 있었다.
박용태도 박씨 성을 가졌지만, 박씨 가문에서는 줄곧 먼지보다 못한 존재로 낙인 찍혔다. 그의 어머니는 박씨 가문 어르신 박관일이 밖에서 낳아 온 사생아인 데다, 가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근본도 없는 가난한 남자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이후 박관일은 박용태의 어머니를 가문에서 쫓아낸 뒤, 모든 관계를 끊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박용태에게 더 나은 미래를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어머니는 아이의 운명이라도 바꿔야 한다는 확신 하나로 박용태를 박씨 가문에 보냈다. 이후 그에게 더 나은 기회가 있길 바라며 성마저 박씨로 바꿨다.
그러나 박용태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박씨 가문 사람들은 그가 저택에 방문할 때마다 혐오감과 경멸 어린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용태는 언젠가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박용태가 자부심처럼 여기는 회사 페리니아 그룹도 강시영의 투자로 시작된 것이다. 그녀가 그에게 선뜻 내어준 투자 비용 몇 천만 원과, 강씨 그룹의 지원 아래 페리니아 그룹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고 몇 년 도 안 된 사이, 사람들의 눈에 띄는 대규모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 강시영은 이 모든 투자가 부질없는 낭비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잘못된 판단을 비웃기라도 하듯 배신을 보상으로 받았으니 말이다.
박용태는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아 차를 구석진 곳에 주차했지만, 집사는 여전히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결국 참다 못한 박용태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내 집에서 주차도 마음대로 못 한다는 거야?"
집사는 오만하기 그지없는 미소로 살짝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을 위한 자리를 미리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박용태는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고, 당장 화를 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강시영은 잔뜩 주눅 된 그의 얼굴이 퍽 보기 좋았다.
바로 그때, 고급 세단 여러 대가 저택 마당으로 들어오자 집사의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었고, 긴장한 얼굴로 박용태를 향해 삿대질까지 하며 소리쳤다. "빨리 차 빼세요. 박성욱 대표님께서 돌아왔어요!"
박성욱, 박관일의 막내아들로 박씨 가문 후계자 순위 1위에 오른 사람이다. 경성의 모든 세력을 통합시킬 수 있는 인물로, 그의 이름만으로도 경성의 모든 세력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강시영은 고급 세단이 들어서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공손한 자세로 빠르게 달려간 집사가 가운데 멈춰 선 세단의 차 문을 열자 박성욱이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다부진 체격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맞춤 정장과 윤이 나는 구두가 조명 아래서 화려하게 빛났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기세에 그녀는 두려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의 엄청난 존재감은 주위에 있는 모두를 숨 막히게 하기에 충분했다.
고개를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인 강시영은 가로등 불빛 아래 유난히 반짝이는 반지를 발견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유난히 눈에 익은 반지, 분명 그날 밤 호텔에서 본 적 있는 반지였다.
'그 남자가 어떻게...'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천천히 고개를 든 강시영은 그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눈동자였다.
'그날 밤 호텔 방에 잘못 들어가 하룻밤을 같이 보낸 남자가 작은 삼촌이라고?!'
챕터 목록
총 136장
/0/98991/coverbig.jpg)
/1/102884/coverbig.jpg)
/0/90691/coverbig.jpg)
/1/129325/coverbig.jpg)
/1/103513/coverbig.jpg)
/1/129329/coverbig.jpg)
/1/129395/coverbig.jpg)
/1/129328/coverbig.jpg)
/1/129330/coverbig.jpg)
/1/131294/coverbig.jpg)
/1/131303/coverbig.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