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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서윤은 가장 평범한 검은색 폭스바겐을 몰고 M연구소 기지로 들어섰다.

사무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선배 부서연이 그녀를 붙잡았다.

"너 진짜 신청서 내러 온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가 메시지를 몇 통이나 보냈는데 설명도 안 해주고. 이건 장난이 아니야. 정말 참여하고 싶으면 강예형 씨랑 상의한 후에 결정해야지."

온서윤은 코끝이 시큰해졌다.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꺼내 위챗 대화창을 열어 건넸다.

도발적인 메시지와 사진은 하루 이틀 온 게 아니었고, 사진 내용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추잡했다.

부서연은 두어 번 훑어보더니 휴대폰을 다시 쥐여주며,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런 개자식! 그 옛날 네가 가진 특허 아니었으면 그놈의 그룹이 지금 꼴이나 갖췄겠어? 감히 딴주머니를 차? 가자, 언니랑 가자. 내가 가서 아주 박살을 내줄 테니까."

"그럴 필요 없어요!" 온서윤이 손을 뻗어 막아섰다.

"무슨 소리야? 그놈이 널 이렇게 괴롭히는데, 그냥 넘어가겠다고?"

"그럴 리가요!"

온서윤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별처럼 빛나던 눈매를 칼날처럼 차갑게 굳혔다. "대놓고 싸우는 건 그 사람한테 너무 싼값이에요. 자기가 저지른 짓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

부서연은 자신의 이 아끼는 후배를 잘 알았다.

연구에 있어서는 천재고 마음은 순수하지만, 눈에 티끌 하나 들어가는 꼴을 못 보는 성격이라 한번 선을 넘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고 되갚아주는 아이였다.

그녀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고, 두 사람은 나란히 사무실로 돌아갔다.

서류 작성은 순조로웠다. 몇 가지 절차를 거쳐 도장을 찍었고, 이제 마지막 심사만 남겨두고 있었다.

나오는 길에 임시 업무를 하나 맡게 되었다. 학술 강연에 참석해 회의 자료를 챙겨 오는 일이었다.

오후 3시 반.

천택 호텔.

온서윤은 회의를 마치고 서류 봉투를 든 채 로비로 나와 주차장 쪽으로 꺾으려는데, 익숙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장난치지 마, 착하지."

그녀는 온몸이 굳어 무의식적으로 대각선 맞은편을 올려다봤다.

강예형이 긴 머리에 허리가 가느다란 여자를 큰 손으로 감싸 안고 호텔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여자는 어색한 중국어로 콧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렸다. "보고 싶었어, 너무 보고 싶었어."

말하는 사이 여자는 강예형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붉은 입술이 그의 귓불을 스치고 목울대로 미끄러졌다.

그는 낮은 소리로 웃으며, 눈에는 꿀이 떨어질 듯한 총애를 담아 큰 손으로 여자의 허리를 주물러 품으로 꽉 끌어당겼다. 뜨겁고도 조급한 손길이었다.

온서윤의 두 눈이 찔린 듯 아려왔다.

그 여자가 따라왔구나. 대낮부터 두 사람이 못 참아서 호텔로 기어들어 가는구나.

회전문을 사이에 두고 강예형과 온서윤의 시선이 부딪쳤다.

한쪽은 정욕에 깊이 빠져 검고 매혹적이었고,

한쪽은 자조 섞인 비웃음을 머금은 채 차갑고 고요했다.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자 강예형에게 안겨 있던 여자도 온서윤을 발견했다. 붉은 입술 꼬리를 올리며 웃더니, 다시금 강예형의 얇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

보란 듯이 진하게.

구역질이 치밀어 올라 온서윤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차가운 미소를 남기고 돌아섰다.

차 문을 여는 순간, 뒤에서 뻗어 나온 팔이 문을 짚었다. 쫓아온 강예형은 숨을 약간 헐떡였고, 온몸에는 여자의 뜨거운 향수 냄새가 진동해 역겨울 지경이었다.

"이거 놔!"

온서윤이 힘을 줬지만 문은 닫히지 않았다.

다음 순간 허리가 잡혀 뒷좌석으로 밀려 들어갔고, 강예형도 뒤따라 비집고 들어왔다. 냉철하던 얼굴에는 조급함이, 깊은 눈동자에는 불꽃이 일렁였다.

"서윤아, 내가 설명할게."

피할 곳이 없어 온서윤은 옆으로 조금 물러나 앉으며, 극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입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이나 닦고 말해."

강예형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입술을 문질렀다. 눈밑에 스친 당황스러움은 아주 잠시뿐이었다."프로젝트 금나에 문제가 생겼어.

투자 건으로 골머리를 앓다가 헨리그룹에 연락했지. 벨은 재단 이사의 딸이야. 여기로 유학 왔는데 날더러 좀 봐달라고 부탁하더군. 중국어도 서툴고 방금 술도 마셔서, 그냥 호텔에 데려다주는 길이었어."

그의 목소리는 물이 뚝뚝 떨어질 듯 부드러웠다. 몸을 바짝 붙이며 평소처럼 그녀를 어르듯 말했다.

"프랑스 사람들 개방적인 거 알잖아. 내가 약속할게, 앞으론 조심하겠다고. 화 풀 거지? 응? 내가 뽀뽀해 줄게."

온서윤이 눈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 눈빛은 가을바람처럼 서늘했지만 말투는 이상하리만치 차분했다.

"그렇게 몸을 딱 붙이고 돌봐줘야 투자를 해준대?"

소란도, 히스테릭한 추궁도 없었다.

눈앞의 여자는 부드러운 솜뭉치 같았지만, 서늘한 한마디가 강예형의 모든 변명을 공허하게 만들었다.

끝을 알 수 없는 공허감이 다시금 밀려오자 그는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서윤아, 다 일 때문에 그런 거잖아. 너까지 왜 이래?"

온서윤은 기가 찼다.

그녀는 소란을 피운 적조차 없다.

휴대폰 속에 있는 그 더러운 사진들을 얼굴에 집어 던져야 소란이라고 할 건가?

오랜 세월의 정이, 지금 심장 끝을 지지는 시뻘건 칼이 되어 돌아왔다.

"강예형, 나랑 사는 게 지겨워졌으면 그냥 말해. 이혼해 줄 테니까. 질척거리지 않을게."

왜 굳이 그녀를 바보 취급하며 속이려 드는 걸까?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어깨가 잡혔다.

강예형의 눈동자가 무섭도록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혼이란 말, 꺼내지도 마. 우리 약속했잖아. 무슨 일이든 해결하기로.이혼이라는 두 글자, 누구도 입 밖으로 내지 않기로."

해결?

바람피우고 딴 여자랑 뒹굴었는데 뭘 어떻게 해결해?

온서윤은 가시덤불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될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벨 소리가 울렸고, 강예형은 굳은 얼굴로 확인하더니 끊어버렸다.

하지만 온서윤은 저장된 이름을 똑똑히 보았다. [스윗캣]

휴대폰을 채 집어넣기도 전에 화면이 다시 밝아졌다.

위챗 알림창에 뜬 메시지, 발신인: [핫베이비]

[자기야, 나 다쳤어. 너무 아파잉.]

[자기 없인 안 된단 말이야. 빨리 와.]

[피 나. 나 죽는 거 아니야?]

연달아 온 세 통의 메시지는 모두 불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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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40장

  1. 1장제1화이번엔, 네가 기다릴 수 없을 거야
  2. 2장제2화핫베이비
  3. 3장제3화나도 오빠를 찾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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