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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추 대표님, 거래할까요

VIP 병실, 의식을 잃고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조서연은 깨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옆에는 검은색 고급 정장과 구두를 완벽하게 차려 입은 남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스물일곱 살, 많지 않은 나이지만 조각보다 더 잘생긴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기세와 존재 자체만으로도 엿볼 수 있는 고귀함의 매력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추 대표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의사 가운을 입고 휠체어 바로 옆에 선 의사가 어두워진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대표님 다리는 더 좋아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은 더 나은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영원히 하반신 마비로 지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방법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현령 의사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게 최선입니다."

추건우, 추씨 그룹의 대표이자 추씨 가문의 후계자다.

추씨 가문은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것과 동시에 깊은 영향력은 물론이고 명성과 권력의 정도를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추씨 가문 후계자 추건우는 단순한 후계자가 아니라 어느 영역에나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는 겨우 여섯 살의 나이에 글로벌 범죄 조직 사이버를 해킹하고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이 훔친 수천억에 달하는 금액을 회수하고 조직 전체를 무너뜨렸다.

이후 열 살이 되던 해에는 최첨단 신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국가 특허를 취득한 것은 물론이고, 추씨 가문이 해당 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도왔다.

그리고 열다섯 살에는 아버지와 힘을 합쳐 추씨 가문을 세계 각 지역으로 확장했고, 역사로 남을 뻔한 추씨 가문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세력을 보유한 가문으로 만들었다.

그토록 거침없이 승승장구하던 사람이었지만, 3년 전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남은 생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살아가게 됐다.

하지만 그에게는 하반신 마비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었으니.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린 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같은 상태에서 여자를 임신시킬 수 있을까요?"

남자에게 수치스러운 질문이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보아낼 수 없었다. 중병에 걸려 침대에 누워서만 지내는 그의 할머니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유일한 소원이라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증손자를 품에 안아보는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의사는 깜짝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네?"

...

조서연은 대교 위에서 얼마나 오래 누워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언제 병원에 도착했는지조차 몰랐다.

혼미한 정신 속에서 산산조각 난 기억들을 붙잡으려 애썼지만, 그것들은 안개처럼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것은 한 쌍의 눈이었다.

지독히고 차갑고 무감한 눈빛. 낯설지 않았지만, 눈의 주인이 누구인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무감한 눈빛은 갑자기 혐오감으로 가득 찬 심윤호의 얼굴로 변하는 것이다.

"조서연, 왜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난 거야?" 심윤호는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가 죽으면 혜지와 결혼할 수 있었을 텐데.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그러니까 그냥 죽어!"

안돼!

만약 그녀가 이대로 포기한다면, 두 사람이 바라던 대로 될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가 평생을 일궈온 회사는 물론이고, 그녀가 쉬지 않고 파헤친 연구 결과도 모두 심윤호가 차지할 것이다.

그녀는 절대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절대!

내키지 않은 마음에 숨을 깊게 들이마신 조서연은 떠지지 않는 눈을 안간힘을 써가며 번쩍 떴다. 눈을 뜨자마자 그녀에게 매우 익숙한 천장이 나타났다.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에 속이 쓰리고 뒤틀리는 느낌을 참지 못하고 아랫배를 움켜쥐고 헛구역질을 해댔다.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그녀는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현실에 감사했다.

"깨어났어?"

차분하지만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았다.

순식간에 자리에 얼어붙은 그녀의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며 몸이 굳어졌다.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얼굴, 조각보다 더 날카로운 인상에 뚜렷한 이목구비. 그러나 그녀를 얼어붙게 만든 것은 그의 잘생긴 얼굴이 아니라 지독히도 깊고 짙은 눈빛이었다.

음울한 어둠이 넘실거리는 눈동자에는 따스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위협에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추건우?" 놀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그녀가 높은 소리로 물었다.

'추건우가 왜 여기 있는 걸까?'

'아니, 그가 왜 다시 돌아온 거지?'

"무서워?"

날카롭게 내려앉은 추건우의 시선은 당장이라도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볼 기세였지만 목소리는 차분하게 단호했다. "심씨 그룹의 이익을 위해 나를 모함하고 상대할 때는 이런 표정 보지 못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패기마저 잃은 얼굴이라니, 꽤 흥미롭군."

그의 주변 공기마저 삭막하게 가라앉은 것을 느낀 조서연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 속에 빠져 숨이 가쁘고 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3년 전, 추씨 그룹과 심씨 그룹은 엄청난 세력 다툼을 진행했던 적 있었다.

당시 조서연은 이미 추건우와 구두 계약을 맺고, 그에게 중요한 특허 프로젝트를 넘기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추건우는 그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들여 마케팅을 진행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조서연은 그 프로젝트를 심윤호에게 넘긴 것이다.

사랑에 눈이 멀어 앞뒤 분간조차 못 했던 그녀는, 심윤호의 간절한 애원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의 선택으로 인해 추건우의 노고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추건우가 복수할까 두려웠던 조서연은 몇 번이나 그를 찾아가 사과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추건우는 업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여 그녀는 그가 더 중요한 일에 몰두했을 것이라고 추측했고, 그 이후로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난 지금, 그가 다시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설마 여태껏 복수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던 걸까?'

아니, 절대 그럴 리 없다.

만약 그가 복수를 마음먹었다면,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있지 못했을 것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조서연은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 "당신이… 저를 구해준 건가요?"

차갑게 실소를 터뜨린 추건우가 검지로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멍청하지는 않군. 내가 대교를 지나가지 않았다면, 너는 이미 죽었을 거야."

'그래, 죽었겠지. 이미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랐으니 말이다.' 입술을 꽉 깨문 조서연의 두 눈에 증오가 불타올랐다.

당시 그녀는 어머니가 남겨준 회사를 심윤호에게 넘겨주는 것은 사랑을 증명하는 것과 동시에 변함없는 신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신뢰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그녀를 공격했다. 사랑에 눈이 멀어 어리석은 선택을 했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녀의 진정한 삶을 되찾는 것은 물론이고, 그녀의 것이어야 했던 것들을 모두 되찾을 것이다. 반드시!

가벼운 기침 소리에 생각에서 벗어난 그녀는 비로소 정신을 가다듬었다.

소리가 난 방향을 돌아보자 이상한 점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추건우는 의자가 아닌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이다.

엄청난 충격에 조서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다리가 어떻게..."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설마 3년 전, 업계에서 갑자기 종적을 감춘 이유가..."

추건우는 못마땅한 얼굴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서? 지금 날 비웃는 건가?"

조서연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제가 어떻게..."

다시 고개를 들어 추건우의 얼굴을 바라본 조서연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휠체어를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압도적인 기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A시에서 심씨 그룹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지금 그녀의 눈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다.

빠르게 머리를 굴린 조서연은 주먹을 세게 움켜쥐더니 턱을 살짝 치켜들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추 대표님, 저와 거래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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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160장

  1. 1장제1화 선택 받지 못한 그녀
  2. 2장제2화 추 대표님, 거래할까요
  3. 3장제3화 과정을 생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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