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898/coverbig.jpg)
/0/98641/coverbig.jpg)
제2화
서은하 POV:
그것은 기괴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강태준은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선물들을 윤세라에게 퍼부었고, 나는 은우의 짧은 생이 남긴 평범한 유품들을 정리했다.
그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립스틱과 똑같은 핑크색으로 특별 주문한 롤스로이스를 사주었다. 나는 내 신용카드로 은우의 소박한 나무 관 값을 치렀다.
그는 그녀와 그녀의 인플루언서 친구 스무 명을 즉흥적인 ‘콘텐츠 제작’ 주간을 위해 발리의 개인 리조트로 날려 보냈다. 나는 바람 부는 해안가로 홀로 운전해 가서 은우의 유골을 뿌렸다. 차갑고 무거운 회색 유골함이 내 손안에 있었다.
장례식은 조촐했다. 내 친구 몇 명과 은우의 간호사들만 참석했다. 물론 강태준은 없었다. 그는 너무 커서 외설적이기까지 한 화환을 보냈다. 내가 장례식장 직원에게 쓰레기통에 버려달라고 한, 그의 죄책감에 대한 천박한 기념비였다.
내 동생의 마지막 흔적이 먼지가 되어 파도 위로 흩어지는 것을 본 지 이틀 후, 마침내 내 휴대폰이 울렸다. 그였다.
“여보세요.” 그의 목소리는 마치 저녁으로 뭘 먹고 싶은지 묻는 것처럼 태연했다. “요즘 정신이 하나도 없었네. 미안.”
며칠 동안 나를 감싸고 있던 차가운 평정이 깨졌다. “정신이 없었다고?” 나는 위험할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은우는 죽었어, 강태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알아, 은하야. 정말 유감이야. 전화하려고 했는데…”
“고양이 낙원을 후원하느라 너무 바빴나 보지?” 말은 얼음 같았다. “그 돈, 강태준. 그게 은우의 유일한 기회였어.”
“은하야, 이성적으로 생각해.” 그의 말투가 까다로운 이사회 멤버를 달랠 때 쓰는 톤으로 바뀌었다. “의사들도 실험적이라고 했잖아. 보장된 건 아무것도 없었어. 반면에 보호소는 확실한 홍보 효과가 보장되고, 윤세라가 그 일에 정말 열정적이었어.”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그는 내 동생의 목숨을 홍보 전략과 비교하고 있었다.
그때, 들렸다. 배경에서 들려오는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웃음소리. “태준 씨, 아직 안 끝났어? 반지 보러 가기로 약속했잖아.”
윤세라.
그 하나의 태평한 소리가 마지막 기폭제가 되었다. 그것은 내가 한때 그에게 느꼈던 모든 미련, 모든 사랑의 조각을 날려버렸다. 남은 것은 오직 불타버린 폐허뿐이었다.
나는 한마디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내 손은 이상할 정도로 냉정하고 목적의식적으로 움직였다. 침실에 있는 로스코 그림 뒤에 숨겨진 금고로 걸어가 두꺼운 서류 봉투를 꺼냈다. 안에는 거의 잊고 있던 서류가 들어 있었다. 이혼 서류. 결혼할 때 그의 변호사들이 작성해 둔, 일종의 혼전 계약서였다. “혹시 모르니까.” 그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었다. “내가 언젠가 널 잃어도 싼 괴물이 된다면.”
점선 위에 한 내 서명은 흔들림 없이 선명했다. 서은하. 갑자기 다시 내 것 같아진 이름이었다.
서명한 서류 사진을 차도윤이 알려준 번호로 보냈다. 런던에 있는, 신중하지만 악명 높을 정도로 무자비한 가사 전문 변호사의 연락처였다. ‘이거 접수해 줄 수 있어요?’
답장은 즉시 왔다. ‘처리된 걸로 생각하세요. 내일 저녁 7시에 차가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개인 비행장으로 모실 겁니다.’
그렇게 정리가 되자, 이상한 공허함이 나를 집 밖으로 이끌었다. 세탁소 위, 우리의 옛날 아파트에 은우의 물건이 몇 개 남아 있었다. 어릴 적 그림들, 첫 번째 곰 인형. 그것들을 두고 갈 수는 없었다.
동네는 기억보다 더 낡아 있었고, 가로등은 금이 간 보도 위에서 깜박였다. 옛날 집이 있는 거리로 모퉁이를 돌았을 때, 심장이 멎었다. 우리 첫 집 창문 바로 아래, 내 차보다 더 잘 아는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강태준의 단 하나뿐인, 무광 검정색 마이바흐.
그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넘쳐나는 쓰레기통 뒤로 몸을 숨겼다. 시큼한 쓰레기 냄새가 폐를 가득 채웠다. 차 안의 실내등이 켜져 있었고, 그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강태준과 윤세라. 그녀의 등은 조수석 문에 눌려 있었고, 그는 그녀 위로 몸을 기울여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의 손은 그녀의 금발 머리카락에 엉켜 있었다.
그가 처음으로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벌어지는, 거칠고 굶주린 키스였다.
메스꺼움이 파도처럼 밀려와, 토하지 않으려고 손으로 입을 막아야 했다.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그 이미지는 눈꺼풀 안쪽에 낙인처럼 찍혔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들은 떨어져 있었다. 윤세라는 완벽하게 관리된 손톱으로 그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직도 왜 날 이딴 쓰레기장에 데려왔는지 모르겠어, 태준 씨.” 그녀가 입술을 삐죽였다.
강태준의 목소리는 낮게 울렸다. 예전에는 나에게만 향했던 애정이 가득했다. “인내심을 가져, 내 사랑.” 그는 창밖을 가리켰다. 무너져가는 벽돌 건물들, 우리가 무에서부터 일궈낸 삶을. “6개월 후면, 여기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야. 우리 회사가 이 블록 전체를 막 인수했어. 전부 허물고 새로운 에머슨 타워를 지을 거야. 그리고 펜트하우스, 도시가 360도로 보이는 그곳? 전부 네 거야.”
숨이 막혔다. 그는 우리의 역사를 불도저로 밀어버릴 작정이었다. 그는 우리의 기반 자체를 지워버리고 그 폐허 위에 그녀를 위한 기념비를 세울 작정이었고, 내게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
내 슬픔과 분노는 하나의 절박한 충동으로 합쳐졌다. 도망쳐야 했다. 나는 뒤로 허둥지둥 물러나다 헐거운 쇠붙이에 발이 걸렸다. 그것이 보도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조용한 거리에서 총성처럼 울려 퍼졌다.
마이바흐 안에서, 열정적인 장면이 얼어붙었다. 두 개의 머리가 돌아섰고, 눈부시게 밝은 한 쌍의 헤드라이트가 쓰레기통 쪽으로 방향을 틀어, 그 무자비한 빛 속에 나를 꼼짝 못 하게 가뒀다.
챕터 목록
총 24장
/0/46195/coverbig.jpg)
/1/124094/coverbig.jpg)
/0/81916/coverbig.jpg)
/0/90146/coverbig.jpg)
/1/124258/coverbig.jpg)
/1/129329/coverbig.jpg)
/1/129395/coverbig.jpg)
/1/129328/coverbig.jpg)
/1/129330/coverbig.jpg)
/1/131294/coverbig.jpg)
/1/131303/coverbig.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