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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어디도 가지 마
신해란의 시점
권태하가 테이블 위에 놓인 계약서를 노려보는 눈빛이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았다.
"찢어!"
날카로운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그는 내가 서명한 파트너 해제 협의서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찢어발긴 후, 내 얼굴에 뿌렸다.
"이게 내 태도야!"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그것은 알파의 권위에 도전받았을 때의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신해란, 주제를 알아야지. 이런 식으로 내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그의 분노를 잠자코 지켜봤다.
예전의 나라면 두려움에 몸을 떨며 그에게 화내지 말라고 애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 늑대가 죽었기에, 그의 알파 위압감에도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나 장난치는 거 아니야."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권태하, 나 이제 너를 사랑하지 않아. 난 팩을 떠날 거야. 파트너도 그만둘래."
그는 자리에 멈칫했다. 아마 3년 동안 그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고분고분했던 '쓸모없는'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입에 담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곧 그의 놀라움은 더욱 깊은 분노로 변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내 목을 움켜쥐고 차가운 벽에 세게 밀쳤다.
그가 내게 가까이 다가오자, 뜨거운 숨결이 내 얼굴에 닿았지만 나는 오히려 한기를 느꼈다.
나는 억지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숨을 헐떡였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그저 텅 빈 눈빛으로 그를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다.
아마 내 눈빛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손에 힘이 조금 풀렸을 때 그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권태하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그는 나를 놓아주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의 얼굴에 번진 분노가 순식간에 긴장으로 변했다.
"송아리? 무슨 일이야?"휴대폰 너머에서 송아리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운 배경 소음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권태하… 나 좀 살려줘… 파파라치들이 너무 많아… 로그도… 아파트 입구를 막고 있어. 너무 무서워.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권태하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것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무서워하지 마, 송아리."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내 귀에 거슬렸다. "안전한 곳에 숨어 있어. 전화 끊지 말고. 지금 바로 갈게."
그는 전화를 끊고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현관에 도착했을 때,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자리에 멈칫하더니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네가 어떻게 속죄해야 할지 깨닫기 전까지, 어디도 가지 못해."
말을 마친 그는 다시 현관으로 향했다.
철컥,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가 밖에서 경호원들에게 지시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모님 잘 지켜. 내 허락 없이 저택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해."
엔진 소리가 빠르게 멀어졌다.
저택은 다시 고요해졌다.
나는 바닥에 흩뿌려진 종이 조각들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 하나씩 주워 담았다.
손이 떨렸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권태하는 몰랐을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정말로 그를 포기했다는 것을.
나는 종이 조각들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권태하가 나를 위해 사준 고급 드레스나 값비싼 보석은 챙기지 않았다.
나는 몸을 웅크리고 옷장 맨 아래에서 검은색 낡은 여행 가방을 꺼냈다. 그 안에는 내가 가진 몇 벌의 낡은 옷이 들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침대 매트리스 사이에 숨겨둔 검은색 위성 전화를 꺼냈다.
이것은 내가 바운티 헌터였을 때 얻은 전리품이다. 권태하는 나를 시골에서 온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내가 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익숙하게 외운 번호를 눌렀다.
"뚜-"
한 번의 신호음이 울리자마자 전화가 연결되었다.
"신해란?"
전화 너머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무진이었다.
한때 내가 수없이 쫓아다니며 암살을 지도하다가 결국 절친이 된 로그 킹이다. 그리고 내가 늑대 혼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차무진,"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네가 그랬지. 내가 떠나고 싶은 날이 오면, 나를 데려가겠다고."
"지금이야?" 그는 군말 없이 물었다.
"지금. 권태하의 저택에 있어."
"10분이면 돼."
전화를 끊은 나는 루나의 지위를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빼서 침대 옆 탁자에 올려놓았다.
권태하는 문이 잠기면 나를 가둘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옥상 테라스로 통하는 문을 열고 밤하늘 아래로 걸어 나갔다.
바람이 세게 불었지만, 나는 전례 없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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