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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다가가기 어려운 남자

"심 도령, 이런 미인은 어디서 데려왔어? 소개 좀 시켜줘 봐."

"웬만한 연예인 뺨치는데. 당장 데뷔해도 되겠다."

"이리 와서 오빠 옆에 앉아." 진우진이 옆에 앉은 여자의 허리를 툭 치며 일어나라는 신호를 보냈다.

자리를 뜨기 전 자신을 쏘아보는 여자의 시선에도 강소원은 아무 말 없이 꼿꼿이 서 있었다.

오늘의 목적은 장도현에게 접근하는 것이지, 이런 잡무리를 상대하러 온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시껄렁한 농담이 끝날 때쯤, 심도윤이 적절한 타이밍에 입을 열었다. "강소원이라고, 우리 회사 소속 모델이야. 오늘 마침 쉬는 날이라 얼굴도 익힐 겸 데려왔어. 다들 나중에 보면 잘 좀 챙겨줘."

진우진이 피식 웃었다. "심도윤 네가 데려온 사람인데 우리가 잘 챙겨줘야지."

심도윤은 그저 옅은 미소만 지어 보일 뿐이었다. 이내 강소원을 돌아보며 말했다. "소원아, 알아서 자리 찾아 앉아."

그 말의 속뜻을 즉시 알아차린 강소원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방 남서쪽 구석으로 향했다.

진우진의 옆을 지날 때 그가 일부러 엉덩이를 옆으로 빼며 자리를 만들어주었지만, 강소원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쳤다.

"씨발!"

진우진이 막 화를 터뜨리려던 찰나, 강소원이 장도현의 바로 옆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는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비단 진우진뿐만 아니라, 방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숨을 죽인 채 그쪽 구석을 쳐다봤다.

장도현이 귀국한 지 일주일 남짓. 오늘은 진우진이 그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환영회였다.

어릴 때부터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은 모두 모인 자리였다.

하지만 장도현은 그들과는 격이 다른 사람이었다. 할아버지는 고위 관료에, 이모는 외교관, 아버지는 군 장성, 어머니는 과학계의 권위자였고, 외할아버지는 수조 원대의 자산을 보유한 재벌 총수였다.

장씨 가문은 말 그대로 돈과 권력을 모두 손에 쥔 명문가였다.

장도현은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려 신비주의에 가까웠다. 진우진이 용성에서 이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장도현의 외할아버지 덕분이었다.

사실 오늘 장도현이 이 자리에 참석해 준 것만으로도 진우진에게는 가문의 영광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장도현은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저 여자는 지금 죽고 싶어 안달이 난 걸까?

감히 장 대도령의 역린을 건드리다니!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낀 진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소원을 끌어내려 했지만, 누군가 그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진우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심도윤이 보였다.

심도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우진아, 한잔해."

진우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심도윤의 의도를 간파했다.

심도윤은 강소원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만약 장도현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그는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강소원을 용성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 수 있었다.

심도윤은 정말 잔인한 놈이었다.

하지만 진우진은 눈앞의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혹여 장도현이 화를 내더라도, 모든 책임은 심도윤에게 떠넘기면 그만이었다.

자신이 심도윤의 계획에 철저히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강소원은 장도현의 옆자리에 앉아 그의 빈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너무 긴장한 탓일까, 손목이 파르르 떨리며 값비싼 술이 잔 밖으로 조금 흘러넘쳤다.

강소원은 손목에 묻은 술을 닦을 생각도 못 하고 허둥지둥 사과했다. "장 도령님, 죄송합니다. 제가 다시..."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눈앞으로 휴지를 내밀었다.

"소원 씨, 조심해요." 장도현은 차분한 눈길로 그녀를 보았지만, 시선은 일 초도 더 머물지 않았다.

평소의 오만하고 차가운 기색은 온데간데없는 모습이었다.

강소원은 입술을 꾹 깨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룸이 워낙 넓은 탓에 진우진은 장도현에게 조용한 자리를 마련해 주느라 일부러 다른 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지금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답답할 지경이었다.

진우진은 심도윤을 돌아보며 물었다. "강소원, 저렇게 그냥 보내도 괜찮아?"

심도윤은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담담하게 웃었다. "별것도 아닌 사생아일 뿐이야. 우리 서연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진우진은 혀를 차며 아까 강소원이 지나갈 때 풍겼던 달콤한 향기를 떠올렸다. 그러자 알 수 없는 연민이 피어올랐다. "그래도 8년이나 너만 보고 오빠라고 불렀는데, 강서연 친동생이기도 하고... 사생아라고 해도 이건 좀..."

"진우진." 심도윤이 그의 말을 차갑게 끊었다. "걔를 장도현 침대로 보내지 않으면, 서연이가 포기를 안 해."

진우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는 내막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강서연의 어릴 적 꿈은 장도현과 결혼해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었다.

심도윤이라는 죽마고우가 있었고, 그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강서연은 기어코 장씨 가문과 혼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강서연의 어머니와 장도현의 어머니는 대학 동창으로 막역한 사이였다.

두 사람은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혼약을 맺었다.

다시 말해, 장도현은 강서연의 약혼자나 다름없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재벌가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특히 강서연 스스로가 장도현의 약혼녀라고 자처하고 다녔다.

"근데 궁금한 게, 강소원이 장도현 침대에 들어갈 거라고 어떻게 확신해?" 진우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강소원이 예쁘긴 하지만, 장도현이 여자를 한두 번 봤겠어?

심도윤은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며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해봐야 알지 않겠어?"

진우진은 심도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강서연은 이복동생인 강소원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강소원이 만진 물건은 절대 손대지 않았고, 그 버릇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았다.

심도윤은 바로 그 점을 이용해 강서연이 장도현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진우진은 심도윤의 계획에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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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350장

  1. 1장제1화그녀여야만 하는 이유
  2. 2장제2화다가가기 어려운 남자
  3. 3장제3화몸을 던지는 걸 아주 좋아하시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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