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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엄마가 꼭 지켜줄게

"우정이한테 골수 기증하기 싫어서, 이제 임신했다는 거짓말까지 하는구나."

식탁에 잠시 정적이 흐른 후, 강경태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싸늘하게 공기를 갈랐다. "결혼하고 1년 내내 철저하게 피임했는데, 어디서 다른 남자 아이라도 임신했다는 거야?"

심수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지만, 그녀는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두 달 전, 비서와 함께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던 그날 밤이었다. 강경태는 평소와 달리 그녀에게 커다란 장미 한 다발을 안겨주었고, 잔뜩 취해서 집에 돌아왔다.

그날 밤, 두 사람은 미친 듯이 뜨거운 밤을 보냈다.

그녀가 피임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는 귓불을 부드럽게 깨물며 유혹했었다. "오늘 밤은 너와 조금의 거리도 두고 싶지 않아."

그때의 그녀는 그저 행복에 젖어 있었다. 강경태가 건강 검진을 예약해주고, 꽃을 선물하고, 뜨거운 밤을 보낸 그 모든 행동이 드디어 자신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신호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의 그 낯선 행동들은 모두 심우정이 돌아왔기 때문이었음을 깨달았다.

평소 그토록 냉정하고 자제심 강한 강경태였다. 그런 그가 이성을 잃을 만큼 취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기억 못 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심우정 하나뿐일 터였다.

그녀가 아무 말 없이 입을 다물자, 강경태는 임신했다는 말이 골수 기증을 피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확신했다.

"심수빈."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가 우정이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알아. 하지만 우정이는 네 사촌 언니야."

그는 말을 이으며 검은색 카드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이 카드에 10억 들어있어. 너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

고개를 떨군 심수빈의 시선이 금색으로 'J'가 새겨진 검은색 카드에 닿았다. 그녀는 쓴웃음을 삼켰다.

결혼 후 1년 동안 강경태가 그녀에게 준 용돈과 선물을 모두 합쳐도 1억이 채 되지 않았는데,

지금 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단번에 10억을 내놓은 것이다.

"아니면 다른 요구 사항이 있다면 말해.

네가 골수만 기증해준다면, 뭐든 최대한 들어줄 테니."

심수빈은 강경태를 올려다보았다. 문득 그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녀의 눈에 비친 강경태는 무심한 눈빛과 태도로 지극히 평범한 비즈니스 협상을 진행하는 듯했다.

지난 1년간 살을 맞대고 나누었던 그 모든 다정한 말과 달콤한 시간은 전부 한바탕 꿈이었던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쓴웃음과 함께 눈을 감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눈을 뜬 그녀는 결심을 굳힌 듯 강경태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저는 골수 기증 안 해요."

강경태의 미간이 좁혀지는 것을 본 그녀는, 더욱 단호한 눈빛으로 그를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인정머리 없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이혼해요."

강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는 애초에 그녀의 것이 아니었고, 강경태의 마음속에도 그녀의 자리는 없었다.

오롯이 그녀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건 뱃속의 아이뿐이었다.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심우정이라는 사람 때문에 뱃속의 아이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다.

식탁에는 죽은 듯한 침묵이 흘렀다.

강경태는 마음속에 정체 모를 불안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무언가가 그의 통제를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결혼 생활 1년 동안 심수빈은 언제나 조용하고 온순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그녀는 그저 진지하게 듣고 미소로 화답할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 밤의 그녀는 마치 발톱을 드러낸 작은 짐승처럼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심지어 이혼까지 입에 담았다.

그때,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식탁의 침묵을 깨뜨렸다.

"우정아."

전화를 받자마자 강경태의 목소리와 눈빛이 봄눈 녹듯 부드럽게 변했다. "무슨 일이야?"

별장 안이 워낙 고요했던 탓일까. 강경태가 스피커폰을 켜지 않았음에도, 전화기 너머로 심우정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심수빈의 귓가에 선명하게 파고들었다.

"너무 아파..."

심우정의 목소리에는 울음기가 가득했다. "경태야, 방금 침대에서 내려오려다 손등을 침대 모서리에 부딪혔어. 링거 바늘이 빠져서 너무 아파. 피도 많이 났어..."

"나... 이러다 오늘 밤에 죽는 거 아니겠지... ?"

"지금 바로 갈게."

강경태는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기 너머의 심우정을 달래며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에 다다른 그는 걸음을 멈추고, 여전히 식탁에 멍하니 앉아 있는 심수빈을 돌아봤다. "결혼은 감정에 휩쓸려 내뱉는 말이 아니야. 이혼하자는 말은 오늘 밤 못 들은 걸로 할 테니."

"골수 이식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

"오늘 밤은 늦을 거다. 먼저 자."

말을 마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쾅!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심수빈은 심장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아가야."

"걱정하지 마. 엄마가 꼭 지켜줄게."

강경태가 심우정을 선택한 이상, 그녀의 마음속에서도 더는 그가 머물 자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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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90장

  1. 1장제1화임신했어요
  2. 2장제2화엄마가 꼭 지켜줄게
  3. 3장제3화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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