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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출세
모든 사람들은 다 그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 사람은 아주 젊은 여성이었고 자태와 카리스마가 이서연이랑 막상막하였고 심지어 그녀보다 한 수 위인 듯하였다.
그녀는 바로 남운시 장씨 가문의 아가씨 장유정이었다.
장씨 가문은 9위였고 그 실력은 물론 이씨 가문보다 높았기에 박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씨 가문 내부의 모순이 점점 더 커가면서 발전 속도가 느려졌고 심지어 뒷걸음을 치기까지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진작에 5위 안에 들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장유정이 김혁도의 편을 들어줄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다.
"장씨 가문의 아가씨가 왜 이 데릴사위의 편을 들어주는 거지? 둘이 무슨 사이라도 되는 건가?"
"쓸데 없는 소리. 장유정 씨가 이 놈을 안중이 둘 리가 있겠어. 내가 보기에는 장씨 가문에서 이씨 가문과 박씨 가문의 동맹을 막기 위해 일부러 이러는 것 같은데."
"일리 있네. 안팎으로 호응하는 것 같으니 우리는 구경 삼아 보자고."
장유정은 김혁도의 앞으로 걸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혁도 씨, 오랜만입니다."
김혁도는 그녀를 자세히 바라본 뒤에야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반년 전, 그들은 우연히 병원에서 만났었다. 그때 장유정의 부친은 큰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측은지심에 그녀의 부친을 구해준 것이었다.
그 뒤로부터 장유정은 김혁도를 관찰하고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깊어졌고 그가 일반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입니다." 김혁도는 덤덤히 대답하였다.
그들의 대화는 평범하기 그지없었지만, 이씨와 박씨 가문의 사람들이 듣기에는 몹시 거북하였다. 마치 그들의 자존심이라도 찌른 듯 불쾌하였다.
두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낸 친우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분이 언짢아진 이서연은 바로 물었다. "유정아, 이게 무슨 뜻이야?"
장유정은 신속히 대답하였다. "말 그대로야. 이곳에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어딘가는 받아들일 테지. 당신들이 김혁도 씨를 싫다고 하니 우리가 받아드리겠다는 말이야!"
그 말에 현장은 바로 시끌벅적해졌다.
장유정의 애매모호한 말에 사람들은 오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마치 무슨 사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이건한은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취향이라곤 특이하네요. 부잣집 도련님들은 눈에 안 차고 이렇게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놈이 좋은 거예요?"
"허허, 이건한. 너희 집에서는 확실히 졸부라는 단어를 생생하게 표현하네. 명문 집안이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뼛속은 여전히 저속하기 짝이 없으니." 장유정은 유유히 입을 열었고 현장의 분위기는 일촉즉발이었다.
이본웅은 마른 기침을 했고 잔뜩 언짢아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강한 자에게 약한 그는 장씨 가문과의 충돌을 피하고 싶었다. 오늘 같은 날은 더더욱 말이다.
계속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던 박운결도 입을 열었다. "유정아, 너희 둘이 어떤 사이든지 간에 이건 우리 집안의 가정사야. 네가 끼어드는 건 아니지 않아? 네가 이 자식을 거두겠다고 해도 이혼을 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니니?"
"도련님 말 한번 잘하셨습니다!" 이건한은 웃으면서 박운결의 곁으로 걸어갔다. 그는 아주 알랑거리는 노비와도 같아 꼬리가 있었으면 꼬리를 살랑살랑 젓고 있었을 것이다.
"좋아." 장유정은 김혁도를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김혁도 씨, 빨리 결단을 내시길 바랍니다. 이씨 가문에서 이 수모를 당할 필요가 있습니까? 걱정 마세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제가 언제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유소월은 눈을 내리깔았고 가늘게 뜬 눈에서는 교활함이 묻어났다.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정아, 이놈을 보물이라고 생각하지 마. 내가 점쟁이한테 물어보았는데, 요 몇 년 동안 이놈이 우리 이씨 가문을 방해했다고 하더군.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문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갔을 거야."
"허, 이씨 가문을 일으킨 사업은 누가 선물해 준 겁니까?" 그때, 김혁도는 자세를 바꾸고 팔짱을 낀 채 제자리에 우뚝 서있었다. 그는 그들이 말한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남자랑은 거리가 몹시 멀어 보였다.
이건한은 왼쪽 눈썹을 치켜 올리고 가소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물론 박길중 님이지. 아니면 너겠어?"
"만약 내가 박길중에게 분부하지 않았다면 그가 그렇게 큰 규모의 사업을 너희 가문에 줬을 리가?"
김혁도는 박운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당신, 박씨 가문이 뭔 대수라고? 내 분부가 없었다면 당신들이 그 장사를 할 수나 있었겠어?"
그 말에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지더니 다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박길중이 어떤 사람인데?
그는 스카이 용병단의 주인인 C급 용병이었다!
비록 스카이 용병단은 해산한 뒤로부터 점차 종적을 감췄지만 3년 전, 그들은 물론 본시 가장 큰 가문의 가주라고 해도 용병단의 주인 혹은 그의 부하들의 얼굴을 볼 기회조차 없었다.
분부?
김혁도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얼마나 웃긴가?
주변의 몇몇 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너무 큰 타격을 받은 김혁도가 미친 줄 알고 만족스러워하였다.
반면, 박운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최근 박씨 가문의 그 장사는 확실히 하늘에서 떨어진 행운인 것 같긴 했다.
하지만 그는 바로 생각을 접었다. 그게 김혁도랑 무슨 상관이야?
박운결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조롱하는 듯 말했다. "그래 그래, 네가 제일 대단하네. 다 네 덕분에 우리 가문이 이 자리까지 올라가게 된 거야. 고마워."
"믿지 못한다면 불러오면 그만이지."
김혁도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길중, 골든 레스토랑에 와서 3년 전의 일을 설명해 봐."
김혁도는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의 동작은 몹시 자연스러웠고 자태가 당당하였다.
장유정 외의 사람들은 물론 믿지 않는 눈치였다. 사람들은 구경거리를 보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서연 역시 실망이 잔뜩 담긴 표정으로 김혁도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치켜들었다. "난 당신한테 많은 거 바라지 않았어. 우리를 뛰어넘길 바란 적은 더더욱 없었고. 난 그냥 당신이 조금이나마 진취심이 있길 바랐을 뿐이야. 하지만 지금 이 지경이 되어서까지 당신은 그 자존심을 위해 연기를 하는구나. 웃기지도 않아?"
"누나, 그만하세요. 빈객들도 오래 기다리셨으니 일단 연회를 시작하죠. 이 등신은..."
이건한은 김혁도를 힐끗 바라보더니 경멸이 잔뜩 담긴 눈빛으로 말했다. "본인이 창피하지 않다면 이 주탁에 앉으라고 하죠. 어차피 마지막일 텐데." 그동안 우리 이씨 가문에 빌붙은 놈이 어디 적었어요? 수저 하나 더 놓는다고 뭐 어떻게 되겠어요."
김혁도는 그들을 무시하고 가장 중앙에 있는 의자를 꺼내 앉았다. 그는 다리를 꼰 채로 담배에 불을 붙였더니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태연한 모습이었다.
10분 뒤에도 도착하는 사람이 없자 빈객들도 결말을 예측한 듯, 흥미를 잃은 표정으로 식사할 준비를 하였다.
바로 그때, 레스토랑의 사장이 직접 대문을 열자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 레스토랑의 사장이 직접 서비스를 해주는 사람은 몹시 드물었다. 각 가문의 가주라도 이런 대접을 받기는 어려웠다.
사람들이 모두 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한 젊은 남성이 빠르게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기세 등등하게 걸어 들어왔고 부하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하나같이 일반인이 아닌 듯 묵직하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들의 왕림에 레스토랑의 불빛마저 더욱 선명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본래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자신감이 넘쳐 흘렸던 박운결은 순식간에 다른 사람이라도 된 듯 허리를 굽히고 마중을 나갔다. 그는 놀라움과 기쁨이 함께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박길중 님!"
그는 본래 박길중과 악수를 하려고 하였지만 무시를 당했다.
박길중 일행은 바로 김혁도를 향해 걸어갔고 반 미터 거리에서 멈춰 섰다. 그들은 옷차림을 정돈하고 가지런히 한쪽 무릎을 꿇은 뒤, 두 손을 맞잡고 머리 위로 올리더니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그 목소리는 어찌나 우렁찼던지,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깜짝 놀랄 정도였다. 현장은 순식간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모든 사람들은 다 숨을 들이마셨다.
이게, 이게 ,이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챕터 목록
총 11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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