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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메스를 든 손

그제야 고운석은 몇 년 전 아내와 통화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고청아가 수능을 보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도 린이만큼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고정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생각했다. 고약에 대한 일은 그들의 작은 버릇 하나까지도 그들은 다 기억하고 있었으니.

하지만 그녀에 대해서는 대학 가는 것처럼 중요한 일도 확실히 묻지 않은 채, 그냥 그녀가 고약보다 못하다고 단정했으니.

-

고청아는 고씨 가문의 모든 것이 낯설었다. 분명 그녀의 집이지만, 처음으로 발을 들인 곳이었다.

엽지설은 고청아를 그녀의 방으로 안내하며 다정한 척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으면 엄마한테 다 말해, 알았지?"

고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고마워요, 엄마."

"쯧, 얘는. 엄마한테 무슨 격식을 차리고 그래?"

엽지설이 할 말을 마치고도 방을 나서지 않자 고청아는 물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엽지설과 고운석은 수십 년 동안 노력한 끝에 겨우 기회를 잡아 재벌 가문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재벌 가문에서 그들은 졸부로 불렸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무시했다.

반면 육씨 가문은 가문의 역사와 인맥, 재력까지 모두 갖춘 진정한 의미의 재벌 가문이었다.

육씨 가문에서 먼저 고씨 가문에 혼인을 제안했으니, 엽지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육씨 가문과 혼인하면 얼마나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그녀는 눈을 감고도 훤히 보였다.

하지만 육경염이 하반신 불구가 되었으니, 그녀는 애지중지 키운 고린을 시집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고청아를 다시 데려오기로 결정한 것이다.

고청아의 맑은 눈동자를 본 엽지설은 순간 아주 미세한 죄책감을 느꼈다.

어릴 때부터 곁에 두지 않았으니 죄책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정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시골에서 자란 고청아는 공부도 잘하지 못했고, 청성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육씨 가문 같은 곳에 시집갈 수 있다면, 육경염이 하반신 불구가 되었어도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엽지설은 고청아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청아야, 좀 쉬고 있어. 저녁에 엄마랑 누구 좀 보러 가자."

엽지설은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말하지 않았지만, 고청아는 육경염을 만나러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인터넷에서 육경염이 교통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되었다는 소식을 보았다.

그녀는 웃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몰랐다. 부모라는 존재에게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의 마음속에는 무력한 억울함과 체념이 가득했다.

"네, 알겠어요." 고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엽지설을 위해 순순히 대답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북성에 온 이유는 오직 육경염 때문이었다.

그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고청아가 순순히 대답하자 엽지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쉬어. 엄마는 방해하지 않을게."

방을 나서기 전, 그녀는 다시 한 번 당부했다. "저녁에 그 사람 만날 때, 어디서 대학 나왔냐고 물으면 경성 의대 석사라고 해. 엄마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엽지설이 방을 나서자 고청아는 침대에 누워 손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오른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벌써 6일이 지났다.

메스를 든 그녀가 할머니를 살리지 못한 순간부터, 그녀의 손은 떨림을 멈추지 못했다.

외과 의사로서 메스를 든 손이 떨리는 것은 가장 치명적인 문제였다.

생각이 너무 많았던 고청아는 어느새 기이한 악몽에 빠져들었다.

그 시각, 소파에 누워있는 고린은 단톡방에서 사람들이 고청아가 예쁘냐고 묻는 것을 보고 마음이 답답해졌다.

예쁜 정도가 아니었다.

고청아는 평범한 옷을 입었지만, 차갑고도 아름다운 얼굴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피부도 시골에서 지낸 사람 같지 않게 지나치게 희고 고왔다.

고청아와 비교하면, 그녀는 그저 청순하고 귀여운 정도였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묻자 고린은 묘한 질투심에 마음이 불편해져 답장을 보냈다. [그냥 그래. 못생기진 않았어.]

그녀는 자신의 거짓말이 곧 들통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육씨 가문과 고씨 가문이 혼인한다는 소식은 북성 전체에 퍼졌다.

재벌가 한량들은 한때 북성의 황태자로 불렸던 육경염이 어떤 여자와 결혼할지 궁금해했다.

고린이 고청아를 '못생기진 않았다'고 표현하자 사람들은 침묵했다.

'음... 보통 이렇게 말하는 건 예쁘지 않거나, 아예 예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건데.'

육경염이 불쌍했다.

재벌 가문의 자제들이 모인 단톡방에는 육경염의 친동생인 육경민도 있었다.

휴대폰을 쥐고 있던 그는 얼굴을 굳히더니 "아, 씨" 하고 소리치며 어머니를 돌아봤다.

"아니 엄마, 형 다리가 좀 불편한 거지... 굳이 그런 여자랑 결혼시켜야 돼요? 고린이 걔 언니 진짜 별로라던데."

육 사모님은 육경민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 그녀도 아들에게 좋은 배우자를 찾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육경염은 다리뿐만 아니라 남성 기능에도 큰 문제가 생겼다. 육씨 가문의 안주인인 그녀는 육씨 가문에 대한 나쁜 소문이 퍼지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가장 다루기 쉬운 고씨 가문의 큰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어른들 일이야. 넌 빠져."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육경민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육 사모님은 그의 기분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

조금 전 엽지설이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오늘 저녁에 두 아이가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육 사모님은 아들의 방 문을 열고 어두운 방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열었다.

눈부신 햇살이 방으로 들어와 어둠을 몰아냈다.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의 검은 눈동자는 깊은 우물처럼 깊고 어두웠다. 날카로운 이목구비는 공격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는 잠들지 않았다.

육 사모님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선 자리를 마련했어. 오늘 저녁에 같이 나가자. 거절은 안 돼."

"거절도 못 하는데 선은 봐서 뭐해요? 그냥 바로 혼인신고나 하지."

육경염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육 사모님은 아들을 안쓰럽게 여겼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미움도 있었다.

그날의 교통사고로 아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남편의 목숨까지 앗아갔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아들이 이렇게 되었으니, 남편의 죽음을 공개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에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할 것이다.

"반대 안 하니 다행이구나. 그래도 예의상 얼굴은 봐야지."

육 사모님이 방을 나서자 육경염은 다시 어둠에 잠긴 것 같았다. 검은 눈동자에 고통과 자조가 번졌다.

그가 아니었다면, 아버지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저녁 무렵, 고청아가 잠에서 깨자 고린이 그녀를 부르러 왔다.

고린은 어떤 심리에서인지 고청아에게 말했다. "언니, 육씨 가문으로 시집가게 된 거 축하해요. 거기가 북성 최고 명문가잖아요?"

25살인 고청아는 해외에서 오랫동안 공부했으니, 고린의 속셈을 모를 리 없었다.

고린이 그녀를 싫어한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이불을 개며 고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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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446장

  1. 1장제1화북성 재벌가에 지진이 나다
  2. 2장제2화메스를 든 손
  3. 3장제3화어울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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