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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틀 후 초인종이 울렸다.
세 사람 중 감수성 예민한 예술가인 서준이 소파에서 거의 뛰쳐나가 문을 열었다.
“왔어!” 그가 흥분에 찬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창가 안락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척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눈은 문간에 고정되어 있었고, 뱃속은 차갑고 단단한 매듭처럼 꼬여 있었다.
안으로 들어온 소녀는 내가 기억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윤세아.
그녀는 장학생 신분을 강조하려는 듯 소박하고 약간 낡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수수한 포니테일로 묶었고, 얼굴은 상냥하고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완벽하게 위장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행운을 믿지 못하는 가난하고 감사할 줄 아는 소녀의 전형이었다.
그녀는 또한 내가 아는 가장 무자비하고 야심 찬 독사였다.
“지혁 오빠! 태민 오빠! 서준 오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선율 같았다.
“세아야! 왔구나!” 지혁이 나에게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더 넓고 진심 어린 미소로 그녀를 맞았다.
“소식 듣자마자 달려왔어요!” 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녀는 작고 반짝이는 물건을 들어 올렸다. “제가 해냈어요! 전국 기술 창업 경진대회에서! 제 프로젝트가 1등 했어요!”
그녀의 얼굴은 기쁨에 찬 불신으로 가득했다.
나는 의자에 앉아 세 오빠가 그녀에게 온통 정신이 팔린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는 그들이 몇 년 동안 내게 속삭였던 맹세들을 기억했다.
“오빠가 항상 지켜줄게, 하윤아.”
“네 꿈이 내 꿈이야.”
“누구도 너보다 더 중요할 순 없어.”
이제, 그 맹세들은 다른 사람에게 바쳐지고 있었다.
“대단하다, 세아야!” 태민이 그녀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네가 해낼 줄 알았어!”
“어디 보자.” 서준이 평소 귀한 예술품에나 보이던 경외심을 담아 그녀의 손에서 금메달을 받아 들었다. “아름답다. 너처럼.”
세아는 얼굴을 붉혔다. 섬세한 분홍빛이 뺨을 물들였다. “오빠들 도움이 없었다면 못 했을 거예요. 재단에서 장학금도 주시고, 다들 격려해주셔서…”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고, 완벽한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런, 울지 마.” 지혁이 즉시 낮고 위로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그녀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네가 이뤄낸 거야. 넌 똑똑하잖아.”
그 장면은 역겨울 정도로 익숙했다.
그들이 몇 년 동안 내게 쏟아부었던 칭찬은 모두 연습이었을 뿐이다. 그녀를 위한 연습.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랑은 그저 진짜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잠시 빌려온 것에 불과했다.
세아는 지혁에게서 떨어져 눈물을 닦고는 내게로 돌아섰다. 그녀의 미소는 달콤했지만, 눈에는 승리감의 빛이 서려 있었다.
“하윤아, 네가 제일 먼저 알았으면 했어. 넌 항상 나한테 친절했으니까.”
그녀는 다가와 메달을 내밀었다.
“고마움의 표시로, 이걸 너에게 주고 싶었어.”
내 눈은 그녀의 손에 들린 메달로 향했다. 나는 새겨진 글씨를 보았다.
전국 기술 창업 경진대회 - 대상
나는 그 대회를 잘 알고 있었다. 나 자신도 거기에 프로젝트를 제출했었다.
내 시선은 메달을 지나 그 뒤에 작게 접힌 증서로 향했다.
수상 프로젝트: ‘AURA’ - 사회 복지 배분을 위한 예측 AI
설계자: 윤세아
하지만 설계자는 윤세아가 아니었다.
설계자는 나였다.
‘AURA’는 내 졸업 논문이었고, 일 년 넘게 내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였다. 나는 지난달에 최종 제안서를 지혁에게 보여주며 내 작업에 대해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정말 격려해 주었었다.
그가 그녀에게 주었음에 틀림없다.
책 속에 감춰진 내 손이 휴대폰을 꽉 쥐었다.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그 메달,” 나는 위험할 정도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거야.”
내 말은 방 안에 돌처럼 떨어졌다.
메달이 갑자기 힘이 빠진 세아의 손가락에서 미끄러졌다.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며 쨍그랑 소리를 냈고, 한쪽 귀퉁이가 작게 부서졌다.
세아는 부서진 메달을 보며 얼굴을 구겼다.
“하윤아… 나… 난 이해가 안 돼.” 그녀는 상처받은 목소리로 더듬거렸다. “난 그냥 내 기쁨을 너랑 나누고 싶었을 뿐이야. 만약… 만약 네가 싫다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세아야, 그만해.” 지혁이 그녀 곁으로 달려가 바닥에 떨어진 부서진 상에서 그녀를 끌어당겼다. “줍지도 마. 다칠라.”
“그냥 멍청한 메달일 뿐이야.” 태민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가 백 개라도 사줄 수 있어, 세아야.”
서준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괜찮아. 네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우린 알아. 넌 우리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재능 있어.”
그는 내 쪽으로 순수한 독기를 품은 시선을 던졌다.
“서하윤, 너 대체 왜 그래? 세아가 좋은 소식 전하러 왔는데, 애처럼 짜증이나 내고?”
서준의 품에 안긴 세아는 눈물 어린 감사한 눈으로 그들을 올려다보았다. 작고 승리에 찬 미소가 그녀의 입술에 잠시 스쳤다가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내 집에서 이방인이 된 기분이었다.
그들의 완벽한 사랑 이야기에 끼어든 침입자.
그들은 내가 그저 질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내 프로젝트를 훔친 것은 세아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렇게 똑똑하지 않았다.
그들이었다. 지혁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녀의 이름으로 다시 제출할 수 있는 접근 권한과 기술적 지식을 가진 사람은 그뿐이었다. 그들은 내 작품, 내 꿈을 훔쳐서 그녀에게 은쟁반에 담아 바쳤다.
“세아한테 사과해.” 지혁이 정말 화가 났을 때 사용하던 낮고 위협적인 톤으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지금 당장.”
그는 내게 한 걸음 다가왔다.
“사과하지 않으면, 서하윤, 너랑 나랑은 끝인 줄 알아.”
과거의 나라면 무너졌을 것이다. 그의 사랑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며 흐느끼고 용서를 빌었을 것이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죄에 대해 사과했을 것이다.
나는 그 소녀를 기억했다. 나는 그녀의 나약함을 기억했다.
그녀는 죽었다.
“싫어.” 나는 그의 분노에 찬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맞받아쳤다.
오빠들은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충격은 역력했다. 나는 평생 단 한 번도 지혁에게 반항한 적이 없었다.
세아는 서준의 어깨 너머로 엿보았다. 그녀의 연기가 잠시 흐트러졌다. 진심으로 놀란 듯 보였다.
그러다 그녀는 재빨리 평정을 되찾고, 다시 목소리를 떨었다.
“내 잘못이야.” 그녀가 그들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내가 오지 말았어야 했어. 난 그냥 장학금 받는 가난한 애일 뿐이야. 난… 난 너희들 같은 사람이 아니야. 너희의 친절을 받을 자격이 없어.”
그것은 명연기였다.
“그런 말 마!” 태민이 즉시 말했다.
“넌 누구보다 가치 있어, 세아야.” 서준이 그녀를 더 꽉 안으며 덧붙였다.
지혁의 눈은 그녀를 볼 때 부드러워졌다가, 다시 내게로 돌아설 때 굳어졌다.
가슴속 통증은 무디고 익숙한 아픔이었다.
내 열여덟 번째 생일이 기억났다. 나는 첫 번째 주요 디자인 상을 받았다. 그들은 나를 위해 성대한 파티를 열어주었다.
“넌 천재야, 하윤아.” 지혁이 불꽃놀이 아래에서 내게 키스하며 말했다. “우리의 천재.”
이제 그들의 천재는 다른 사람이었다.
챕터 목록
총 1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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