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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혼 해
주나연은 감정을 억누른 채 택시를 타고 별장으로 돌아왔다. 그녀보다 한발 먼저 도착한 최경호는 서재에서 회사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최경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냉랭한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떨어졌다. "기본적인 가정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나? 방에 들어올 때 노크도 안 해?"
주나연은 입안에 쓴맛이 가득 퍼지는 것을 느끼며 얼굴을 굳힌 채 뒤로 물러나 문을 쾅 하고 세게 닫았다. 그리고는 잠시 숨을 고른 후, 온 힘을 다해 문을 두드렸다.
그녀의 힘이 얼마나 센지 건물 전체를 흔들어 부술 기세였다.
5분이 지난 뒤, 방 안에서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주나연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서재 안으로 걸어 들어가 최경호에게 사진을 내밀었다.
"이 사진에 찍힌 사람, 당신 맞아?" 최경호는 화면을 스쳐 보더니, 당연하다는 듯 냉랭하게 한마디 뱉었다. "눈이 제대로 박혀 있다면, 내가 맞을 거야."
주나연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 "나한테 설명할 말은 없어?"
고개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본 최경호의 잘생긴 얼굴에는 서리 같은 냉기가 여전했다.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나와 너 사이, 속임수를 써서 억지로 얻어낸 결혼관계에서, 내가 네게 무슨 해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그 순간, 주나연의 시선이 최경호의 목덜미 쪽에 선명하게 남은 빨간 자국에 고정되었다. 여자가 물어뜯은 자국이 분명했다.
온몸이 뻣뻣하게 굳은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최경호…"
그녀의 멍한 표정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은 채, 최경호는 시선을 다시 서류 더미로 돌리며 말했다. "할 말 다 했으면 내가 방금 벗어놓은 옷이나 다려놔."
그 말을 듣자, 주나연은 어처구니없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 웃음은 곧 단호한 표정으로 바뀌었고 그녀는 최경호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이혼해. 당신이 지겨워한 이 생활, 나도 이제는 지쳤어."
최경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노려봤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터무니없는 말을 들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뭐라고? 다시 한 번 말해 봐."
"이혼, 이혼하자고. 당신과 백서아의 기사, 당신이 백서아를 산부인과에 데려가는 모습, 나 전부 똑똑히 봤어. 더 이상 서로를 속이면서 연기할 필요 없어. 우리 둘 다 너무 지쳤잖아."
주나연은 매주 최경호와 함께 최씨 본가에 들렀다.
할아버님 앞에서 사이좋은 부부 연기를 하는 것도 이제는 몹시 지겹기만 했다.
비록 처음에는 은혜를 빌미로 결혼했지만, 4년 동안 그녀는 진심으로 최경호를 사랑했다.
돌멩이도 반응을 보일 세월이었지만 최경호는 한 치의 변화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여자와 아이까지 생겼다.
주나연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최경호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여전히 냉랭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또 뭐가 문제야? 서아가 마침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러 간다고 해서, 기분 전환도 시켜줄 겸 불꽃놀이를 보러 갔어. 그런 것까지 트집을 잡겠다는 거야?" 최경호의 차가운 목소리는 그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단 한 번도 주나연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적이 없었다.
주나연은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날 밤, 내가 본가에 갔을 때, 차를 마신 후 어디로 끌려갈 뻔했는지 알아? 만약 추돌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난 최씨 가문의 치욕스러운 오점이 되어 빈털터리로 쫓겨났을지도 몰라."
최경호는 아무 감정도 담지 않은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봤다.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주나연의 가슴 깊숙이 꽂혔다.
"너의 할아버지께서 그 빚진 은혜를 내세워 널 나에게 시집보냈어. 만약 네가 정말 최씨 가문에 오점을 남겼다면, 우리 집안에서 너를 쫓아낼 때, 너는 거절할 자격도 없을 거야."
최경호는 백서아와의 일을 주나연에게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주나연은 문득 최경호를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대학교 강단에서 정장을 입고 자신 있게 강연하던 그의 잘생긴 얼굴과 우월한 학벌에, 그녀는 순간적으로 홀딱 반해버렸다.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3년간의 짝사랑과 4년간의 결혼 생활... 결국 그녀의 사랑은 줄곧 짝사랑에 머물러 있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중병으로 쓰러지셨을 때, 그녀는 홀로 모든 짐을 지게 되었다. 어머니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는 곧바로 재혼하여 아들까지 낳았다.
할머니를 돌봐야 하는 책임감에 짓눌려 있던 그녀는 최경호를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 어쩌면 그것도 일종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이미 밖에서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할아버지께서 증손자를 재촉할 때마다 당신이 왜 그렇게 무덤덤한 태도를 보였는지 이제야 알겠네. 내가 눈이 멀었어. 최경호 씨가 성 기능에 문제라도 있는 줄 알고 쓸데없는 걱정을 했네."
최경호는 미간을 찌푸렸고 시선이 날카로워지며, 낮고 도발적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내가 너랑 잠자리를 가졌을 때, 네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던 건 기억 나? 그때는 왜 내 성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어?"
주나연의 몸이 순간 뻣뻣하게 굳어졌다. 그날 밤의 고통스럽고도 수치스러운 기억이 스치자,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한 번 가지고 뭐가 대수라는 거야."
최경호는 펜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에 서서 거만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하룻밤 사이에 일곱 번. 콘돔을 두 상자나 썼지. 게다가 넌 한밤중에 물을 두 번이나 마시겠다고 난리를 피웠지…"
주나연은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최경호는 그녀를 향해, 항상 그러했듯이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공포에 질린 듯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만해. 어차피 우리 이혼할 거니까 당신이 누구랑 아이를 낳든 나랑 상관없어. 마침 할아버지께서도 증손자를 안고 싶어 하셨으니 잘 됐네."
최경호는 그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문에 밀어붙였다.
"최씨 가문에 시집오기 위해 온갖 수를 다 쓴 네가, 이렇게 쉽게 포기하고 이혼한다고?"
주나연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느끼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냉소를 지어 보였다. "당신은 자기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남이 먹던 건 난 즉시 쓰레기통으로 버려."
주나연은 돌아서서 방을 나서려다 화가 풀리지 않는지 다시 돌아와 최경호의 책상 위에 놓인 선인장 화분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최경호가 장시간 컴퓨터로 일하며 시력이 나빠질까 봐, 전자파 차단에 좋다고 해서 주나연이 고르고 고른 끝에 사 온 것이다.
지금 그녀는 선인장을 가져가 쓰레기통에 버릴 생각이었다.
최경호는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얼굴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서재를 뛰쳐나온 주나연은 침실로 들어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변호사에게 연락해 이혼 합의서를 작성할 준비를 했다. 그때, 가방에서 작은 카드가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주나연은 카드를 주워 들었고 남성 클리닉이라는 글자를 보고 잠시 멍해졌다. 병원 앞에서 한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건넨 카드였다.
그녀는 휴대폰 화면을 밀어 잠금을 해제했다.
챕터 목록
총 10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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