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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딸의 죽음

고승연은 호텔에서 나와 교외에 있는 한적한 묘지를 향해 차를 몰았다.

묘지에 도착한 그녀는 조용히 한 묘비 앞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은 채 비석에 새겨진 이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배예원,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딸의 이름이었다.

"예원아, 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

배예원은 심한 심장병을 앓았었다. 그리하여 고승연은 1년 동안 심장 기증자를 기다렸지만, 결국 배성진이 기증자의 심장을 내연녀의 아들에게 넘겨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교통사고로 긴급하게 이식 수술이 필요했던 그 아이를 위해, 배성진은 고승연 몰래 심장 이식 우선권을 포기하는 서류에 서명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배성진의 내연녀의 아들은 살아남았지만, 배예원은 겨우 다섯 살 어린 나이에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세상을 떠나야 했다.

그날, 배예원을 화장하고 집에 돌아온 고승연은 배성진과 내연녀가 그녀가 집에 돌아온 것도 모른 채 뜨겁게 키스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때, 고승연은 우연히 배성진의 고백을 듣게 되었다. 그는 그녀가 그저 내연녀의 대체품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고승연과 배성진의 결혼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했고, 그녀는 그의 진짜 사랑을 대신할 존재였을 뿐이었다.

심지어 그의 딸인 배예원에 대한 사랑마저도 모두 거짓이었다. 배성진은 배예원의 생명을 완전히 외면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둘의 이혼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지금까지도 배성진은 배예원의 죽음을 모르고 있었다.

"예원아, 엄마가 약속할게. 널 이렇게 만든 사람들한테 엄마가 반드시 복수할 거야."

배성진은 배씨 가문의 둘째 아들인 배종훈의 사생아였다. 배종훈의 지원 덕분에 배성진은 회사에서도 빠르게 승진할 수 있었다.

고승연은 배성진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그의 뿌리인 배씨 가문부터 흔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배씨 가문의 실질적인 권력자는 배종훈의 사촌 동생이자, 배성진의 삼촌인 배현우였다.

배현우는 해성시에서도 명망 높은 인물로, 모두의 존경과 신망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고승연은 배현우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배성진이 가진 모든 걸 빼앗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밤이 깊어지고 차가운 달빛이 세상을 비추고 있는 밤, 한창 배성진의 승진 축하 연회가 열리고 있었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빛나는 호화로운 연회장에서, 고위 인사들과 유명 인물들이 배성진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보내고 있었다.

"배성진 씨, 이사회 투표에서 최고 득표를 하셨다니, 대표 자리는 확정된 거나 다름 없네요! 정말 축하 드립니다."

"맞습니다. 불과 6년 만에 배성 그룹의 대표 자리에 오르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배성진은 그들의 칭찬에 일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홀 건너편에 서 있는 그의 연인, 김혜성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냈다.

한편, 우아한 블랙 드레스를 입은 고승연은 아무도 없는 홀 한쪽 구석에서 와인을 홀짝이며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배성진이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잃게 되어도 김혜성이 계속해서 그의 곁에 남아 있을지 궁금해졌다.

와인을 다 마신 고승연이 잔을 내려놓았다. 바로 그때, 김혜성이 도발적인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승연 씨, 지금까지 성진 씨 곁에서 내조해 줘서 고마워. 덕분에 이렇게 멋진 남자가 됐지 뭐야? 우리 결혼식에도 꼭 참석해 줘."

고승연은 들고 있던 와인잔을 금방이라도 깨질 듯이 세게 틀어쥐며,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 "고맙긴. 그냥 쓰레기 옆에 파리가 꼬인 거지."

고승연의 차가운 말에 김혜성은 표정이 순간 굳어졌지만, 이내 차분함을 되찾고 말했다.

"아, 그리고 내 아들을 위해서 심장 기증 포기해 준 거, 정말 고마워. 성진 씨가 왜 당신 딸 대신 내 아들을 살렸는지 알아?" 고승연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김혜성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성진 씨한테 우리 신형이가 성진 씨 아들이라고 말했거든."

김혜성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은 고승연의 심장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 그녀의 마음속에 강렬한 복수심이 불타올랐다.

이내 손바닥에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에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깨진 와인잔이 손에 박혀있었다.

그날 연회장에는 경찰 관계자들도 참석해 있었다. 충동적으로 움직였다가는 모든 복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지금 일부러 날 자극하려고 이러는 건가?'

고승연은 일단 김혜성을 그냥 두기로 했다. '일단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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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15장

  1. 1장제1화 전남편의 삼촌을 유혹하다
  2. 2장제2화 딸의 죽음
  3. 3장제3화 누가 대가를 치르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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