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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지쳐버린 마음
조지안이 돌아온 뒤부터였을까.
그녀가 돌아온 그날 밤, 윤도현은 만취한 상태로 한참 늦은 밤에야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는 거의 집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회사에서 마주쳐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 인사 말 한마디 나누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 버렸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새 남처럼 변해 있었다.
서하율은 문득 가슴 한가운데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피로감을 느꼈다. '이런 결혼 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 버틴다고 해서 누구에게 좋을 것도 없잖아….'
서하율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손에 쥐고 윤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벨이 울린 후에야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윤도현이 아닌 조지안이었다.
조지안의 부드럽고 나긋한 목소리에는 차가운 기운이 묻어났다.
"서하율 씨?"
서하율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꽉 쥐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어렵게 입을 열었다. "네."
"미안해요. 도현 오빠가 지금 샤워 중이라, 나오면 전화하라고 전할게요."
서하율은 목소리에 묻어나는 울음을 어떻게 억눌렀는지 모른다. 자신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차분하게 들렸다. "됐어요."
서하율은 전화를 끊었다.
원래는 그에게 이혼 이야기를 꺼내려고 전화한 것이었지만, 지금쯤 그는 그녀에게 다시 연락할 리도 없었다.
서하율은 잠시 고민하더니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혼 합의서를 작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2년 동안 이어진 이 고통은 이제 충분했다.
조지안이 돌아온 이상, 더 이상 윤도현의 아내 자리를 붙들고 있을 이유도 없었다.
서하율은 수면제를 먹고 깊은 잠에 빠졌다.
반쯤 잠이 든 상태에서, 누군가 침대에 올라오는 기척이 느껴졌고, 그녀 옆자리가 천천히 움푹 패여들어가는 것 같았다.
다음 순간, 그녀는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품에 안겼다.
그리고 이마, 뺨, 입술에 차례대로 닿아오는 따뜻한 입맞춤….
익숙한 느낌, 마치… 그때의 윤도현처럼.
서하율은 눈을 뜨려고 꿈인지 현실인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눈이 떠지지 않았다.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서하율은 눈을 뜨자마자 옆자리를 확인했다.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녀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어젯밤은 꿈이었나 보다.'
일요일이었기에 굳이 출근할 필요도 없는 날, 서하율은 한참 동안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는, 이미 9시가 다 되어 있었다.
식탁에 앉아 있는 윤도현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쏟아지는 창가에 앉은 그의 모습은 선명하면서도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셔츠 단추를 몇 개 풀어헤쳐 매끄러운 목선과 쇄골이 드러나 있었다.
윤도현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한 손은 하얀 식탁보 가장자리에 아무렇지 않게 올려두고 있었다. 길고 힘 있는 손가락 사이로 뼈마디가 도드라졌고, 다른 한 손에는 작은 청자 찻잔을 들고 있었다. 찻잔 가장자리에서는 희미한 김이 조용히 피어올랐다.
서하율은 그가 갑자기 집에 돌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서하율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순간,김숙희가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사모님, 일어나셨어요? 어서 내려오셔서 아침 드세요."
윤도현은 그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서하율과 눈이 마주친 그는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더니 다시 시선을 돌렸다.
창문 틈으로 스며든 햇빛이 윤도현의 뚜렷한 옆선을 따라 떨어졌다. 아래로 살짝 내려앉은 속눈썹에도 금빛 가루가 깃든 듯 반짝였다.
그는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인데도, 침범할 수 없는 고귀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마치 아침 햇살을 독점한 정물화처럼, 시끄러운 일상 위에 조용히 떠 있는 것 같았다.
서하율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식탁에 앉은 그녀는 그저 그릇에 담긴 죽을 저을 뿐, 윤도현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따끈한 죽에서 피어 오르는 열기가 아침 햇살에 겹쳐 서하율의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식당에는 은식기가 가끔 부딪히는 소리만 들릴 뿐, 벽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무슨 고민 있어?" 얼음이 섞인 위스키처럼 차갑고도 무심한 목소리에 서하율은 숟가락을 쥔 손을 멈칫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윤도현의 긴 손가락이 경제 잡지의 페이지를 무심히 넘기고 있었다.
잡지 표지에는 어젯밤 명주 타워에서 조지안의 생일을 축하하던 그의 모습이 큼지막하게 실려 있었다.
어제는 두 사람의 결혼 3주년 기념일이기도 했다.
챕터 목록
총 10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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