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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호텔, 화려한 연회장.

"이제 큰 박수로, 박씨 그룹의 박 대표님을 모시겠습니다!"

박수 소리가 이어지는 사이, 박지훈은 비서 이유라를 대동하고 연회장에 들어섰다.

강성 최고의 호텔에서, 최고 그룹인 박씨 그룹이 주최한 이번 연회에는 강성 재계의 거물들이 모두 모였다. 여기에 박씨 그룹의 주요 협력사 대표들까지 자리를 채우며 연회장은 더욱 화려해졌다.

이처럼 성대한 자리는 박씨 그룹의 새로운 대표이사를 발표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박 대표님, 정말 잘생기지 않았어요?"

"얼굴도 잘생겼는데 성격까지 좋고, 저렇게 완벽한 남자가 3년 동안 식물인간 아내를 위해 수절하고 있다니요. 게다가 아내는 가족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자랐다던데요."

"그녀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요."

"그럴 만하죠. 3년 전 국내 최고의 의학 박사인 박허준 교수도 가망이 없다고 했잖아요. 박 대표님이 아니었으면, 그 여자는 이미 죽었을 거예요."

연회장 곳곳에서 여자들의 부러움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칭찬에 박지훈은 가슴을 활짝 펴고 연회장을 둘러봤다.

그때 이사회 대표 이사 김성우가 성큼성큼 박지훈 앞으로 다가와, 연회장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발표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박씨 그룹의 전 대표이사 정하윤 대표님께서 3년째 병상에 누워 계신 관계로, 이사회는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새로운 대표이사는 바로…"

한창 말을 이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울린 휴대폰 벨소리가 김성우의 말을 끊었다.

휴대폰을 꺼낸 박지훈은 발신자가 병원 직원인 것을 확인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전화를 받았다.

곧바로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 대표님, 정하윤 사모님께서 방금 의식을 되찾으셨습니다. 언제쯤 병원에 오실 수 있을까요?"

"뭐?" 박지훈은 깜짝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정하윤이 깨어났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박지훈은 서둘러 전화를 끊고 김성우를 향해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중요하지 않은 전화였습니다. 김 대표님, 계속 진행하시죠."

'내가 무사히 경영권만 손에 넣으면, 정하윤이 깨어나도 이미 늦었어.'

김성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발표를 이어갔다. "이사회 대표인 저는 박지훈 씨를 박씨 그룹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임명합니다!"

"좋습니다!"

연회장 곳곳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 대표님, 경영권 양도 계약은 언제 체결하면 될까요?" 정하윤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박지훈은 다급하게 재촉했다.

김성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박 대표님, 계약은 오늘 하는 게 아니에요."

"오늘이 아니면 대체 언제죠?" 박지훈의 안색이 굳어졌다.

"계약 체결은 3일 후 기자회견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때 전 국민에게 공식 발표할 계획이고, 오늘 연회는 미리 알려드리는 자리일 뿐입니다."

김성우의 대답이 박지훈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연회장을 떠나 차에 오른 박지훈은 운전석에 앉는 순간, 속았다는 기분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젠장!"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핸들을 "쾅!" 하고 내리쳤다.

"지훈 오빠, 왜 그래?" 이유라가 영문을 모른다는 듯 물었다.

"경영권은 아직 손에 넣지 못했는데, 정하윤이 먼저 깨어났어." 박지훈은 어두운 얼굴로 시동을 걸었다. "병원에 가서, 정하윤부터 안심시켜야겠어."

병원, 병실.

"하윤아, 이제 막 깨어났으니 의사 말 잘 듣고 몸부터 챙겨야 해. 배고프지? 우선 뭐라도 좀 먹어. 회사 일은 전부 내가 맡을 테니까, 넌 병원에 있으면서 마음 편히 요양만 해."

정하윤은 침대에 누운 채, 눈앞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불과 몇 시간 전, 자신의 침대 옆에서 자극을 찾아 불륜을 저지르던 사람들. 그 모든 것들을 의식이 있는 채로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라면 그녀는 절대 그런 사실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

"하윤아, 방금 의사 선생님이랑 상담했는데 아직 몸이 많이 허약해서 전자기기는 만지면 안 된대. 회복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대."

박지훈은 말을 마치자 TV를 끄고, 정하윤의 코를 살짝 건드리며 다정한 얼굴로 그녀의 휴대폰을 빼앗아 들었다. "휴대폰도 만지면 안 되는 거 알지? 몸에 좋지 않으니까 며칠만 더 참아. 응?"

경영권 양도 계약을 무사히 체결하고 회사의 새로운 대표이사가 되기 전까지, 정하윤이 외부와 연락하는 것은 절대 막아야 했다.

또한 회사 사람들에게도 정하윤이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그가 해온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다.

"맞아 하윤아, 박 대표님 말씀이 맞아. 지금은 몸 회복이 제일 중요해. 회사 일은 박 대표님이 알아서 하실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유라도 능청스럽게 맞장구를 쳤다.

그녀는 눈가에 존재하지도 않는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하윤아, 네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3년 동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박 대표님도 네가 다시 깨어나지 못할까 봐, 매일 침대 옆에서 네 이름을 불렀어…"

만약 3년 전의 정하윤이었다면, 이 말에 감동해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정하윤은, 속에서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그래?"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3년 동안… 사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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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112장

  1. 1장제1화 화려한 귀환
  2. 2장제2화 가면
  3. 3장제3화 군수 가문, 미스터리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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