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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예물

무심코 물을 마시다 사래에 걸린 서이준은 쿨럭거리며 연신 기침을 해댔다. 여태 차분함을 잃지 않던 그의 얼굴이 무너져 내렸다.

"뭐라고요?"

서이준의 반응에 김이슬은 난감했는지 고개를 떨궜다.

"그러니까, 제 말은... 혹시 결혼할 생각이 있으시다면... 저를 결혼 상대로 한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지..."

말을 마친 그녀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 올랐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고개를 들어 서이준의 눈치를 살필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사실, 서이준이 미혼이라는 사실을 경찰에서 전해 들었을 때, 그녀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정작 그를 마주하고 나니 자기도 모르게 주눅이 들고 말았다.

남자의 침묵에 김이슬의 마음은 조금씩 식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이 짧았나...?'

김이슬은 급히 말을 바꿨다.

"많이 놀라셨죠? 죄송해요... 제가 워낙..."

"이유가 뭔데요."

훅 날아온 서이준의 물음에 김이슬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를 바라봤다.

"네?"

서이준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와 결혼을 하려는 이유가 뭔지 물었습니다."

김이슬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전 결혼을 해야 하죠, 그리고 그쪽은 좋은 분이시잖아요."

"좋은 분이라..."

서이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 말을 되뇌었다.

김이슬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뭘 잘못 말한 건가? 내 목숨을 구해 줬으니 당연히 좋은 사람 아닌가?'

"좋아요."

서이준이 입을 열었다.

그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김이슬은 멀뚱멀뚱 그를 쳐다봤다.

"결혼하자고요."

서이준이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며 덧붙였다.

"하지만 낮에 그 남자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진짜 동의한 거야?'

순간, 김이슬의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 놈과는 혼인 신고를 한적 없거든요. 그리고 여기로 오기 전에 그 자식은 이미 차버렸어요! 이제 남편이라곤 그쪽 밖에 없는 거죠!"

그녀는 가방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서이준에게 건넸다.

"이건 예물이에요! 비밀번호는 0000이에요. 마음껏 쓰세요."

서이준의 눈동자 깊은 곳에 당혹스러움이 스쳤다.

그는 바로 거절하려 했지만

김이슬은 다짜고짜 카드를 그의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여기서 일하는 게 많이 힘들죠? 이 돈이 있으면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돼요. 편한 일거리를 찾아 봐요."

서이준은 말없이 자신이 입고 있는 기름때가 잔뜩 낀 작업복을 내려다 봤다. 아무래도 자신을 정비소 직원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 싶었다.

그의 신분은 비밀이었기에 경찰이 그의 진짜 정체를 알아내지 못한 건 당연했다.

김이슬의 눈빛에 담긴 걱정과 기대를 눈치 챈 서이준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아니에요. 고마워 할 필요 없어요."

김이슬이 미소를 지었다.

"저 먼저 가 볼게요. 내일 오후 1시에, 구청 앞에서 만나요."

기분이 좋은 탓인지 그녀의 걸음이 한결 경쾌해 졌다.

안에서 나오다가 마침 떠나는 김이슬의 모습을 본 시우진이 물었다.

"형 저 여자 뭔데? 친해?"

"네 미래의 형수."

시우진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되물었다.

"형! 저 여자를 꼬시려고?"

"우리 내일 혼인 신고 할 거야."

서이준이 짧게 한마디 했다.

"뭐라고? 혼인 신고?!"

시우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서이준이 귀띔했다.

"기억해, 난 앞으로 네 정비소에서 출근하는 일반 직원이야.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잘해."

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형."

어리둥절한 채로 우두커니 서있는 시우진을 뒤로 하고 서이준은 만족스런 얼굴로 자리를 비웠다.

다음 날 아침, 김이슬은 이삿짐 센터 직원들을 데리고 신혼 집으로 향했다.

박수원이 산 집이지만 내부 인테리어부터 가구, 전자제품들은 모두 그녀가 장만한 것이다. 자신이 감당 할 수 있는 선에서 살수 있는 최고의 물건들이기에 많은 돈이 들었다.

김이슬은 이삿짐 센터 직원들을 마주하며 손을 휘저었다.

"전부 다 옮겨요!"

일꾼들이 몰려들어 샹들리에와 TV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거실에 걸린 두 사람의 결혼사진이 김이슬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야구 배트를 치켜들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진을 향해 휘둘렀다.

와장창!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주방에서 뛰어 나온 박수원은 이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장 멈춰!"

그는 즉시 일꾼들을 멈춰 세웠다.

이어 성큼 다가가 김이슬에게서 야구 배트를 빼앗더니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으르렁댔다.

"김이슬, 대체 뭐 하는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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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154장

  1. 1장제1화 결혼 하실래요
  2. 2장제2화 예물
  3. 3장제3화 혼인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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