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제2화 강성 갑부

곧바로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은 김정민은 당장 소파에 주저앉더니 다리를 감싸 안고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내뱉었다. "아, 내 다리. 너무 아파요!"

그러나 김진웅은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죄책감 가득한 눈빛으로 김예교를 바라봤다. "예교야, 정민이는 아직 한창 어린 나이라 철이 들지 않았어. 그러니 너무 원망하지 말거라..."

이렇듯 한 변명을 김예교는 신물이 나도록 들었다.

"물론이죠. 개한테 물렸다고 해서 저도 개를 물 순 없잖아요? 결국 개도 주인을 따라 배웠을 테니까요."

잔뜩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와 비웃음이 어색한 침묵을 깨버렸다. 김예교가 가방을 등에 메고 단호하고도 힘이 넘치는 발걸음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거실에 남은 세 사람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저택 내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모르고 있는 기사는 무심한 태도로 차에 기대 김예교를 기다렸다. 김정민이 김씨 가문에 온 이후로 김예교는 모든 하인들의 눈 밖에 나기 시작했다. 누구도 양녀인 그녀를 아가씨로 대접하지 않았고, 운전기사조차 그녀를 무시했다.

김예교는 차에 기대선 기사를 보지 못한 듯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기사는 그제야 조급해 난 듯 그녀를 뒤따라오며 소리쳤다. "아가씨, 어르신께서 아가씨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라고 했습니다."

자리에 멈춰 선 김예교가 쌀쌀맞은 목소리로 답했다. "필요 없어요, 이제 저는 김씨 가문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니까요."

차갑게 말을 뱉은 김예교는 택시에 올라타 김진웅이 그녀에게 보내준 주소를 기사에게 보여줬다.

목적지에 도착한 그녀가 택시에서 내리자 그동안 지냈던 호화스러운 저택과는 거리가 먼 초라하고 낯선 시골 풍경을 보게 되었다.

김예교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집 앞에 도착하자, 안에서 서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자 집 안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한눈에 봐도 값비싼 정장을 입은 남자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소박한 차림의 부부가 남자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김예교가 어쩔 바를 몰라 자리에 가만히 멈춰 서 있을 때, 정장을 입은 남자가 그녀를 돌아보더니 눈시울이 빨개진 모습으로 달려와 그녀를 품에 안는 것이다.

"딸아, 네가 맞았구나. 네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덩치가 큰 남자가 흐느끼는 목소리로 하는 말을 들은 김예교는 의문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 왜 그녀를 딸이라고 부르는 걸까?

자신을 돌아보는 시골 부부의 눈시울도 빨개진 것을 본 김예교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머니, 아버지. 무슨 상황이에요?"

소박한 차림의 남자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교야. 우린 네 친 부모가 아니다. 정민은 김씨 가문의 딸이 맞지만, 너는 우리 자식이 아니란다. 우리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났어.

"이 분이야말로... 네 친아버지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정장을 입은 남자를 바라본 김예교는 그제야 자신과 남자의 미간이 똑같게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방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를 꺼내는 남자의 손이 작게 떨리더니 감정이 북받쳤다. "예교야, 널 처음 병원에서 봤을 때 익숙한 느낌에 강한 끌림을 느꼈단다. 얼마 후 김씨 가문에서 진짜 딸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병원에서 우리 아이도 바뀐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어. 이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네가 우리 딸이라는 결과가 나왔어. 넌 내 딸이야!"

김예교가 검사 결과를 확인하자 하단에는 남자의 말대로 유전자가 일치 하다는 검사 결과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검사 결과를 확인해 볼 필요도 없이, 두 사람의 똑같은 미간만 봐도 피를 나눈 사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김예교는 머리가 혼란스러운 느낌에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있어 그야말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친부모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친부모가 나타날 줄이야.

그때, 남자가 다정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지금 당장은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그러나 진실이 이러하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네가 태어난 날, 간호사의 실수로 인해 세 가족의 삶이 복잡하게 얽히게 되었지. 이들 부부의 아이는 사산되어 우리 품에 왔고, 너는 김씨 가문에 보내졌고, 김정민은 이들 부부와 함께 지냈어."

"나와 네 엄마는 네가 태어나자마자 죽은 줄 알았는데." 남자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차근차근 설명했다. "네 엄마가 그동안 얼마나 자책하고 힘들어했는지 모른다. 지금 호텔에서 네가 오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

남자의 진심 어린 눈빛과 마음에 김예교의 마음이 조금씩 흔들렸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소박한 차림의 부부를 돌아봤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모든 게 병원의 실수로 일어난 사고다. 저들도 이번 사건의 피해자니 그동안의 피해에 대해 보상하려 한다."

그러자 남자가 연신 손을 저으며 답했다. "저희는 아무 보상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진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농부의 목소리에 피곤함이 잔뜩 묻어났지만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 탄연하게 들려왔다. 그들 부부는 비록 가진 건 많지 않지만, 온 정성을 다해 애지중지 김정민을 키워왔다. 그러나 김정민은 친부모와 함께 돌아간 후 모든 연락을 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어서 돌아가십시오. 한 가족이 돌고 돌아 겨우 힘들게 만났는데,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죠." 농부는 초연한 얼굴에 슬픔이 가득 묻어난 표정으로 김예교와 남자를 대문으로 안내했다.

김예교는 정장을 입은 남자와 경호원들과 함께 고급 세단인 롤스로이스 앞에 도착했다.

허름한 집 앞에 세워진 고급 세단은 고즈넉한 시골과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다.

"예교야, 난 네 아버지고 강철호라고 한다. 이제부터 내가 널 지켜줄 것이다. 필요한 게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아버지한테 말하거라." 남자의 다정한 목소리가 힘 있게 들려왔다.

강철호가 강성 제일 그룹인 강씨 그룹 회장이라는 것을 떠올린 강예교는 새 가족도 어마어마한 부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예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픈로 호텔은 강성에서 제일 화려한 호텔이었다.

신상 사넬 원피스를 곱게 차려 입은 김정민은 김씨 부부와 함께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며칠 전 황진영은 무용 협회 부회장이자 이번 대회 심사위원인 강미연이 강성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황진영은 이번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았다. 만약 김정민이 강미연의 레슨을 받으면 이번 대회에서 쉽게 우승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식을 접한 후, 황진영은 제일 좋은 옷을 골라 김정민에게 입히고 호텔로 향했다. 두 사람은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만난 사람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1층 로비 건너편에 서 있는 강예교를 발견한 것이다. 청바지에 간단한 티셔츠를 걸쳐 입은 그녀의 예쁘장한 얼굴은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곁에는 값비싼 정장을 차려 입은 남자가 서 있었고, 황진영은 기둥에 가려진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김예교? 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황진영은 의문 가득한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

계속 읽으시겠어요?

이어서 읽으면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이어서 읽기

챕터 목록

총 400장

  1. 1장제1화 재벌 가문에서 쫓겨나다
  2. 2장제2화 강성 갑부
  3. 3장제3화 친부모를 만나다

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