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953/coverbig.jpg)
/1/105802/coverbig.jpg)
제2화K의 정체
당소월은 유서에 적힌 필체가 어머니의 것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유서에는 어머니가 오랜 병마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했다는 내용과 함께, 당소월이 자발적으로 어머니의 모든 재산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정신병원에 10년 넘게 갇혀 지낸 어머니가 어떻게 갑자기 유서를 쓸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언제 어머니의 재산을 포기하겠다고 했단 말인가?
당유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언니, 모든 걸 잃은 기분이 어때? 꽤 괴롭지?"
당소월은 당유나를 새빨개진 눈으로 쏘아보며 순간 모든 것을 깨달았다.
얼마 전 어머니를 찾아갔을 때만 해도 상태는 무척 안정적이었다. 그런 어머니가 갑자기 자살을 선택했다는 건, 분명 눈앞의 두 사람이 꾸민 짓이 틀림없었다.
명문가 출신인 어머니가 당통해와 결혼하며 가져온 예물이 얼마나 많았던가.
당통해는 그 예물 덕분에 가난뱅이에서 지금은 모두에게 존경받는 당 회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맹완여와 바람을 피워 당유나를 낳고도 어머니와 이혼하지 않았다. 오직 어머니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서였다.
어쩌면 당통해가 어머니와 결혼한 것 자체가 처음부터 거대한 음모였을지도 모른다.
당소월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금방이라도 피가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당씨 가문과 육씨 가문은 그녀와 어머니의 뼛속까지 발라 먹고 헌신짝처럼 버렸다.
가여운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대체 무슨 일을 겪으셨을까?
당소월은 주먹을 꽉 쥐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반드시 복수하리라.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이대로 둘 수 없으며, 어머니의 재산이 저 승냥이 같은 자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당씨 가문과 육씨 가문, 모두에게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당유나는 당소월에게 바싹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비웃었다.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면 뭐해? 육호 눈에 너는 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무식쟁이일 뿐이야. 난 해외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고, 나야말로 육 사모님이 될 자격이 있지."
육씨 가문은 IT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있었다. 이 문제만 해결하면 육테크는 순조롭게 상장할 수 있고, 육씨 가문의 위상 또한 덩달아 올라갈 터였다.
그래서 육씨 가문은 IT 업계의 신이라 불리는 'K'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K가 과거 인터넷에 공개했던 코드의 절반만으로도 IT 업계 전체가 발칵 뒤집혔을 정도니, 그를 찾는다면 하룻밤 사이에 명성을 떨치는 것은 물론, 현재 업계 최고인 하씨 가문까지 뛰어넘을 수 있었다.
당유나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내가 해외 유학할 때 운 좋게 K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K님은 제 스승님이나 다름없죠. 내가 K님과 연락할 수 있어요."
"정말?" 육호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업계에서 거액을 제시해도 찾지 못한 K를 당유나가 안다고?
당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줍은 듯 육호의 품에 파고들었다.
당유나가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K를 알 리 만무했지만, 육호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일단 허세를 부릴 수밖에 없었다.
육씨 가문의 사모님만 되면, K 한 명 찾는 것쯤이야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당소월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차갑게 코웃음 쳤다.
육호는 당소월의 어조에 담긴 경멸을 알아채고 미간을 찌푸리며 혐오스럽게 말했다. "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네가 K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알기나 하겠어? 내일 당장 이혼 서류에 도장 찍어. 네 물건들은 전부 집 밖으로 내던져 놓을 테니, 육씨 가문에 다시는 얼씬도 할 생각 마."
육호는 당유나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당소월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 내렸다.
그녀가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건, 어렸을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으며 한 신비한 조직에 발탁되어 재능을 키웠기 때문이었다.
코딩은 그녀의 수많은 특기 중 하나일 뿐이었다.
당소월은 휴대폰을 켰다.
화면에는 그녀가 3년간 밤을 새워가며 완성한 코드가 떠 있었다.
IT 업계가 3년 동안 찾아 헤맨 K는, 바로 육씨 가문에 숨어 지내던 당소월 자신이었다.
그녀는 육씨 가문을 돕기 위해 밤낮으로 버그를 수정했고, 마침내 어제 코드의 후반부를 완성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 코드를 육호에게 넘겨줄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전부 우스운 일이 되어버렸다.
당소월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이 코드는 육씨 가문에 날개를 달아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육씨 가문과 당씨 가문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었다.
VIP 병실 밖.
주치의가 하준서에게 하준림의 상태를 보고하고 있었다.
"간호사들이 너무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손가락을 움직인 건 식물인간에게 흔히 나타나는 반사 작용일 뿐, 하 회장님은 아직 의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나 비서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 불찰입니다. 회장님께서 깨어나셨다고 착각하여 확인도 없이 바로 이사님께 보고드렸습니다."
하준서는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 아버지가 깨어날 것이라는 헛소문을 퍼뜨려 내가 하씨 그룹을 상속받는 걸 방해하려는 거겠지."
나 비서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 "설마 정..."
정연연은 하준서의 새어머니로, 하씨 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였다.
하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기다릴 수 없나 보군."
나 비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할머니께서 이사님 곁에 여자를 두려고 하신 이유가 있었네요. 할머니께서 먼저 손을 쓰지 않으셨다면, 정연연이 이사님 곁에 사람을 붙였을 겁니다."
하준서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정연연이 그의 곁에 여자를 붙이기 전에, 그는 반드시 명분 있는 아내를 찾아야만 했다.
그 순간, 그의 눈앞에 어젯밤 침대에 누워 있던 여자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하준서는 나 비서에게 말했다. "사람 좀 찾아줘요."
"누구를 찾으라는 말씀이십니까?"
"어젯밤 그 여자."
장례식장 직원이 당청아의 시신을 옮기는 것을 본 당소월은 갈 곳을 잃은 사람처럼 병원을 헤매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어느새 VIP 병실 앞에 멈춰 서 있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부하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있었다.
당소월이 막 몸을 돌리려던 그때, 부하 직원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네, 하 이사님."
당소월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하씨 가문 사람?
하준서는 고개를 들었고, 당소월의 초점 잃은 텅 빈 눈동자와 마주쳤다.
나 비서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지금 바로 사람을 찾아오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겠군." 하준서는 당소월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챕터 목록
총 99장
/1/109383/coverbig.jpg)
/1/104773/coverbig.jpg)
/1/126775/coverbig.jpg)
/0/93016/coverbig.jpg)
/0/65397/coverbig.jpg)
/1/129329/coverbig.jpg)
/1/129395/coverbig.jpg)
/1/129328/coverbig.jpg)
/1/129330/coverbig.jpg)
/1/131294/coverbig.jpg)
/1/131303/coverbig.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