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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신부가 바뀌다

허수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심현준도 완전히 당황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 그럴 리 없을 텐데. 분명 착오가 있을 거예요."

애당초 심씨 가문은 이유진의 어머니 이수연의 뛰어난 의술과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기발한 처방 덕분에 명문 가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다 이수연이 세상을 떠나자 심씨 가문의 입지는 나날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김씨 가문이 유일한 동아줄이라고 생각한 그들은 어떻게든 결혼이 성사되기만을 애타게 바랐다.

이유진도 심씨 가문의 딸이 맞지만, 그녀의 결혼은 심하나의 결혼만큼 중요하지 않았다. 심하나야말로 심씨 가문에서 사랑을 독차지 하며 자라온 딸이다.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들인 심하나는 주먹이 터지도록 세게 움켜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나긋하게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럴 리 없어요. 분명 오해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 구청 시스템에는 김 대표님께서 이미 혼인신고를 하신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구청 직원은 단호하게 말했다.

모두가 구청 직원이 가리킨 컴퓨터 화면을 확인하자 구청 직원이 말한 대로, 김도준과 이유진은 이미 부부였다. 두 사람은 2년 전, 이유진이 열여덟 살이 되자마자 B국에서 혼인신고를 마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심현준과 허수빈은 완전히 넋이 나간 얼굴로 자리에 멈춰 섰다.

당혹감에 더 이상 우아한 모습을 연기할 수 없었던 심하나의 순진무구한 가면도 드디어 깨졌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동시에 김도준에게 집중되었고 김권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날카롭게 물었다. "김도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김도준은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모른다고?" 다시 되묻는 김권호의 목소리에 노기가 가득했고 분노를 이기지 못해 수염이 세차게 떨렸다. "B국에서 혼인신고까지 했는데 모르는 일이라고?"

김도준의 날카로운 시선이 곧바로 맞은편에 앉은 이유진에게 향했다.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못한 이유진도 당황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곧이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를 따라 이유진에게 고정되었다. 이제 그녀는 이번 사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당황스럽기는 이유진도 마찬 가지였다. "저도 모르는 일이에요."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집 뒤편의 창고에서 숨어 지내다시피 한 그녀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데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늘 조롱을 받으며 지냈었다. 그런 그녀가 몰래 김도준과 함께 B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절대 불가능한 일이에요. 누가 장난을 친 게 분명해요!" 허수빈은 입술을 꽉 깨물고 소리쳤다. "진실은 나중에 밝히는 거로 하고, 지금은 이혼 서류를 접수한 다음 김 대표와 하나의 혼인신고를 작성하는 게 우선이에요."

"네. 김 대표와 하나의 혼인신고부터 작성해야죠." 심현준도 재촉하며 말했다.

"도준이는 하나와 결혼하지 못할 것이네." 천천히 한숨을 내쉰 김권호가 말을 이어 했다. "우리 김씨 집안에는 대대로 지켜야 할 가훈이 있어. 김씨 가문의 남자는 배우자가 별세를 한 후에야 재혼을 할 수 있어. 그러니 이혼은 절대 안돼. 그럼 어쩔 수 없이 김도준과 유진이의 결혼을 인정 해야 겠지."

"그럴 수 없어요!" 인내심이 한계에 달해 평정심마저 무너진 심하나가 분노에 눈이 멀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A시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제가 김씨 가문에 시집갈 거라고 확신하고 있단 말이에요. 이제와 신부가 제가 아닌 이유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사람들이 저를 얼마나 우습게 보겠어요?"

허수빈도 더 이상 예의 바르며 우아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김씨 가문의 사모님은 반드시 하나가 되어야 해요. 이유진은 김씨 가문의 사모님이 될 자격이 없어요!"

이유진에게 있어 허수빈과 심하나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한 일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김도준을 빼앗을지 생각하던 참에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닥친 것이다. 역시 운명이란 신기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찾아 왔으니 말이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김도준을 차지할 수 있었고 이렇게 된 이상 그녀는 절대 먼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환한 미소를 지은 이유진은 김도준의 팔짱을 끼고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이런 일에 연루되게 해서 미안해요."

여보라는 말에 심하나는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너 미쳤어? 도준 씨는 내 남자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도준 씨를 여보라고 부르는 거야!"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른 그녀는 당장이라도 이유진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빠르게 김도준의 뒤에 몸을 숨긴 이유진은 그의 어깨를 방패 삼아 머리만 내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참아요. 재벌 가문의 우아한 이미지는 지키셔야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허공에 손짓한 심하나는 이유진의 말 한 마디에 자리에 멈췄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심하나는 그녀가 A시에서 이룬 지위와 명성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그동안 지위를 굳건하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데, 순간의 감정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을 뻔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신 나간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던 심하나가 아련한 얼굴로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도준 씨, 날 버리지 말아요. 나보다 도준 씨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심현준과 허수빈은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길 바라며 간절하게 김도준을 쳐다봤다. 꼿꼿하게 자리에 앉은 김권호는 가훈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었기에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를 설득하는 건 의미 없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어떻게든 김도준을 설득해야만 한다.

사건의 중심에 선 김도준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그는 아직도 그의 어깨를 잡고 있는 이유진을 흘깃 쳐다보더니 이내 눈길을 거두었다.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를 가르고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흔들림 없이 단호했다. "저는 김씨 가문의 후계자로, 가문의 가훈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니 절대 가훈을 어기지 않을 겁니다."

단호한 그의 말에 허수빈과 심하나의 얼굴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고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심현준은 초조한 얼굴로 김권호를 돌아봤다. "어르신, 이건..."

과장된 화장을 한 이유진을 쳐다본 김권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 선 김도준을 돌아보더니 이내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

"도준이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가훈을 어길 수는 없다." 김권호는 아무도 들리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시 고개를 돌린 김권호가 심현준을 쳐다보며 말했다. "현준 씨, 내가 두 가문의 결혼을 동의한 건, 자네 아버지께 신세를 졌기 때문일세. 하지만 결혼을 약속했던 당시, 심씨 가문의 딸이면 된다고 했지, 누구라고 정확히 언급하지 않았어. 유진이도 심씨 가문의 딸이니, 김도준의 아내가 될 자격은 충분해. 난 절대 우리 가문의 가훈을 어기지 않을 것이니 더 설득하려 하지 말게나."

심현준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단호한 김권호의 모습에 애써 분노를 삼키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이유진이 신부로 결정되었고 심하나를 대신해 김도준과 결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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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26장

  1. 1장제1화 충격적인 소식
  2. 2장제2화 신부가 바뀌다
  3. 3장제3화 특별한 첫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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