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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여자
약효가 너무 강했던 탓인지, 두 사람은 침대에서 소파로, 바닥에서 발코니로 옮겨가며 밤새도록 서로를 탐했다.
방 안 가득 야릇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서혜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온몸이 쑤시는 몸을 억지로 일으킨 그녀는, 몸에 어지럽게 남은 흔적들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때,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문서혜의 눈이 반짝 빛났다. '샤워 중인가?'
그녀는 남자가 책임을 물을까 봐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주머니에 있던 푼돈과 액세서리를 침대 머리맡에 놓아두었다. 약효를 풀어준 데 대한 감사 표시였다.
그리고 쪽지 한 장을 남긴 후, 도망치듯 호텔을 빠져나왔다.
호텔 방.
민준혁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침대 위에는 이미 여자의 온데간데없었다. 다만 침대 시트에 남은 선명한 핏자국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침대 머리맡에 놓인 것들을 발견했다.
'하…'
민씨 가문의 황태손이자 화성그룹 CEO, 해성시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이 민준혁을 품고서, 고작 돈 몇 푼이랑 쪽지 하나 던져두고 튄다고?
어림없지!
10분 후.
민준혁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다른 한 손에 담배를 든 채 우아하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 얇은 입술 사이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의 앞에는 밧줄로 꽁꽁 묶인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형님, 저도 다 형님을 위해서 그런 거예요. 형님도 이제 스물여덟이시잖아요. 여자친구도 없고, 여자한테 관심도 없으시니…. 제가 답답해서 그만…."
민준혁은 소파에 남은 붉은 자국을 흘깃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 "그 여자, 이름이 뭐야?"
"네? 무슨 여자요?"
온지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의 형은 지금껏 여자에게 손끝 하나 댄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형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어젯밤 사람을 보낸 건 맞지만, 여자는 아니었다.
'여자?' 온지훈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형님, 저는…"
온지훈이 해명하기도 전에, 민준혁은 그의 어깨를 그대로 걷어찼다.
"어젯밤 CCTV 전부 뒤져. 땅을 파서라도 그 여자 찾아내! 못 찾으면, 넌 아프리카 가서 얼마 전 병으로 죽은 놈 프로젝트나 인계받아."
온지훈은 민준혁의 큰 키와 위압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한참 만에 정신을 차렸다.
그는 어젯밤 민준혁과 하룻밤을 보낸 여자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성시에서 민준혁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에게 한번 찍히면 목숨은 그의 손에 달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민준혁과 하룻밤을 보내고 도망치다니,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여자였다.
*
호텔을 빠져나온 문서혜는 택시에 올라탔다.
조화자와 육선우의 악독한 계략이 귓가에 생생하게 맴돌았다. 그녀는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조화자와 육선우의 추악한 민낯을 반드시 밝혀내야만 한다!
마음을 다잡은 문서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소파에 앉아 있던 아버지 문청산이 벌떡 일어났다.
"어젯밤 어딜 싸돌아다닌 거야? 학교에 전화해 보니 기숙사에도 안 들어왔다더구나!"
그의 두 눈은 분노로 핏발이 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여보, 진정해요. 그러다 몸 상하겠어요. 서혜 아직 어리잖아요. 철이 없어서 그래요." 문청산 곁에 앉아 있던 조화자가 가식적으로 그를 말리며 문서혜를 돌아보고 말을 이었다.
"서혜야, 아빠가 화내시는 거 너무 미워하지 마. 너도 이제 다 큰 처녀인데, 외박하고 그러면 아빠랑 내가 얼마나 걱정하겠니? 혹시라도 나쁜 사람 만나면 어쩌려고 그래? 우리 가문 체면은 둘째 치고 네 몸이 얼마나 소중한데…"조화자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문서혜를 바라보았다.
만약 어젯밤 그녀와 육선우의 음모를 엿듣지 않았다면, 문서혜는 조화자가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정신이 번쩍 든 문서혜는 조화자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조화자의 말은 문청산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나이가 스물이 넘었는데 아직도 철이 없으면 어떡해! 이 아비가 평소에 너를 너무 오냐오냐 키웠구나. 오늘 네 버릇을 단단히 고쳐 놔야겠다!"
그는 단단한 회초리를 손에 들고 문서혜를 향해 내리쳤다.
회초리가 문서혜의 몸에 닿기 직전, 그녀는 문청산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챕터 목록
총 32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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