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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새로운 가족
권서연과 문 원장이 앞장서고 권씨 가문 사람이 뒤를 따랐다. 그들은 얼굴에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두 눈에는 경멸감으로 얼룩진 미소가 번졌다.
그들은 권서연을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어쩌면 가난하기 짝이 없는 집에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밖에 세워진 차를 발견한 순간 호기심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스크래치와 렌터카 회사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자동차는 한눈에 봐도 낡고 초라해 보였다. 렌터카 옆에는 체구가 조금 우람진 남자가 서 있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조금 헝클어지고 실크 셔츠에 먼지가 묻었지만 우아한 기품은 무시하지 못했다.
렌터카 옆에 선 남자를 발견한 권서연은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남자가 입은 셔츠가 맞춤 제작 셔츠라는 것을 알아내는 데 1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셔츠 한 벌은 권씨 가문이 몇 달 동안의 소비와 맞먹었다.
태연한 표정으로 시선을 거둔 권서연은 자신을 데리러 온 남자가 결코 평범한 가문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권서연을 흘깃 훑어본 허영찬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언뜻 스쳤다.
소심한 성격에 잔뜩 겁먹은 소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그의 눈앞에 서 있는 소녀는 차분한 얼굴에 눈 한번 깜박하지 않고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재미있군.'
허씨 그룹의 최고 권력자인 허영찬은 세계 각국에 영역을 뻗어 비즈니스를 처리하고 있었다. 권씨 가문과 같은 사람들이 쉽게 만날 수 없는 상업계 유명 인사였다.
허영찬은 육순희와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해서 아들 두 명을 낳았지만 육순희는 귀여운 딸을 원했다.
6개월 전, 보육원에서 권서연을 만난 육순희는 그녀에게 강한 끌림을 느꼈지만 당시 권서연은 이미 권씨 가문에 입양되어 있었다. 그러나 육순희는 언젠가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확신하며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조금 전, 문 원장이 전화로 전한 소식을 들은 육순희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마터면 기쁨의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 이후 그녀는 남편 허영찬에게 직접 권서연을 데려오라고 했다.
그 시각 천문학적인 거래를 진행하고 있었던 허영찬은 더 캐묻지 않고 당장 권씨 가문으로 향했다. 도중에 교통사고가 일어났지만 다행이 그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는 것을 확인한 허영찬은 바로 옆 건물에서 운영 중인 렌터카 업체를 발견하고 차를 빌린 뒤, 권씨 가문으로 향했다. 하여 눈앞에 드라마 같은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허영찬의 '평범'한 옷차림과 낡아빠진 렌터카는 권씨 가문의 조롱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애초에 권서연이 입양 갈 가족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지만 이렇게 형편없을 줄은 몰랐다. 조금 해진 것 같은 셔츠와 낡아빠진 렌터카의 모습은 권씨 가문 사람들에게 더욱 강한 확신만 남겨줄 뿐이었고, 권서연은 앞으로 힘든 날을 보내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광경을 지켜보던 권현미의 입가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권현미는 앞으로 권씨 가문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가득 받고 자랄 것이지만, 권서연의 미래는 그야말로 처참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이제 그녀는 시궁창과 같은 집에서 고된 삶에 지쳐 허우적거릴 것이다.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한 문 원장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녀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육순희는 엄청난 실력을 보유한 가문의 사모님으로, 만날 때마다 부와 재력을 증명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문 원장은 분명 오해나 실수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문 원장은 권서연과 함께 앞으로 다가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허영찬 씨, 안녕하세요. 이 아이가 바로 제가 말한 권서연입니다."
권서연을 빤히 내려다본 허영찬은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고 말로는 형용할 수 없지만 친근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허영찬은 그제야 자신의 아내가 왜 권서연을 한 번 보고 계속 잊지 못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때로는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생기기도 했다.
허영찬은 권서연이 분명 자신의 가족들과 잘 지낼 것 같다는 확신을 느꼈다.
바로 고개를 끄덕인 그가 대답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아내가 여러 번 말하더군요."
그제야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문 원장은 권서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서연아, 허영찬 씨는 육순희 사모님의 남편 분이야."
살짝 고개를 들어 올린 권서연은 허영찬의 준수한 얼굴에 가득 묻어난 자신감과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눈빛을 똑바로 마주했다. 엄숙한 얼굴이 분명했지만 그녀는 그 속에서 친절함을 느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권서연은 마음속에서부터 호감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녀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기 마련이다.
한쪽 입 꼬리만 살짝 올라간 권현미가 가식적인 얼굴로 가까이 다가왔다. "언니, 이 아저씨가 렌터카를 타고 온 것 같은데 아빠한테 데려달라고 하는 건 어때?"
연신 눈을 깜빡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권현미의 두 눈에 경멸과 조롱은 숨겨지지 않았다.
권서연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돌아섰다. "그럴 필요 없어, 난 렌터카도 충분히 좋으니까."
권민덕은 슬픈 표정을 연기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연아, 새집에 가면 눈치를 많이 살피고 미움 받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비록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하지만 성적이 다가 아니기 때문에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 되거라."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은 권민덕의 말속에 의도가 분명했다.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권민덕을 쏘아본 허영찬은 위압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학교 성적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허씨 가문에 넘쳐흐르는 것이 돈이니, 내 딸은 세상을 여유롭게 즐기면 돼. 우리는 너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지원해 줄 생각이다."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가 번진 권씨 가문 사람들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들은 허영찬의 터무니없는 대담함에 실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권씨 가문도 재벌 가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정도의 권력과 자금을 손에 넣었지만 이렇게까지 대담하게 말할 용기는 없었다. 그러나 이 남자는 어떻게 감히 그들 앞에서 이런 허세를 부릴 수 있단 말인가? 해진 옷에 낡은 렌터카를 타고 온 그는 무슨 자신감으로 재벌 흉내를 내는 걸까?
권현미는 권서연이 다시 버림받는 장면을 상상하며 의기양양하게 미소 지었다.
그때, 조용한 거리에 웅장한 배기음이 가까이에서 들려오며 세 대의 롤스로이스 세단이 연달아 허영찬 뒤에 멈춰 섰다.
곧바로 차에서 말끔한 정장 차림인 경호원이 동시에 여러 명 내리더니 허영찬을 향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대표님과 서연 아가씨를 댁에 모셔 오라고 지시했습니다."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은 권씨 가문 사람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에 눈만 크게 떴다. '롤스로이스 세단에 개인 경호원까지!'
권현미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허영찬을 바라봤다.
'잠깐, 허 대표님? 이 남자가 허씨 그룹을 통솔하는 허영찬 대표라고?!'
챕터 목록
총 14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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