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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그녀는 그를 유혹하고 싶었다
서유리는 진료실을 나와 약을 받고 서둘러 병원을 나섰다.
조금 전 진료실에서 남자 의사가 자신에게 바지를 벗으라고 하며 진찰하던 장면이 떠오르자,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만약 이 일이 소문이라도 난다면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을 것이다. 다시는 낯선 남자에게 은밀한 부위를 진찰받는 일이 없도록, 다음에는 반드시 여자 의사를 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때, 검은색 벤틀리가 서유리의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
그녀는 자신이 부른 택시가 도착한 줄 알고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봤다.
그러자 날카로운 윤곽이 돋보이는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신이 빚은 듯 완벽한 얼굴이었다.
서유리는 상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저 눈빛이… 조금 전 진료실에서 나를 진찰하던 남자 의사와 비슷한 것 같아.'
그 생각에 서유리는 숨이 턱 막혔고,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우연히 병원 앞에서 다시 마주칠 수 있을까?'
장태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타요. 제가 데려다줄게요."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이 사람이랑 친하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의 차를 탈 수 있을까? 게다가 조금 전 진료실 침대에서 그는 내 은밀한 곳을 진찰했잖아… 지금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야. 도망치기도 바쁜데, 앞으로 만나면 모르는 척하는 게 최선이겠지.'
장태현의 눈빛이 순간 어둡게 가라앉았다. 눈썹 끝이 살짝 올라가자 묵직한 압박감이 조용히 퍼졌다.
여자에게 거절당한 건 그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말 괜찮아요. 제 남편이 곧 저를 데리러 올 거예요." 서유리는 남자의 불쾌한 기색을 알아차렸지만 어색하게 손을 저었다.
이번에는 '남편'이라는 말을 특히 강조했다. 자신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였다.
그 말에 장태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스쳤다. 그는 곧 운전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했다.
벤틀리가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서유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서유리는 조금 전 진료실에서 들은 말을 떠올렸다. 남자 의사는 그녀의 병이 오랫동안 성생활이 부족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약은 단지 조절 역할만 할 뿐, 완전히 치료하려면 남편과 부부관계를 더 가져야 한다고 했다.
오늘 밤, 마침 부정우가 출장에서 돌아온다. 이번만큼은 놓칠 수 없었다.
서유리는 곧바로 백화점으로 달려가 부정우가 좋아하는 섹시한 잠옷과 향수를 샀다. 집에 돌아온 뒤 서유리는 오래 보관해 둔 와인을 꺼냈다.
그녀의 계획은 부정우와 함께 와인을 마시고, 그가 취하면 침대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부정우는 원래 심한 결벽증이 있어 부부관계 자체를 꺼리는 사람이었다. 결혼한 지난 1년 동안 서유리가 몇 번이나 먼저 다가갔지만, 그는 매번 냉정하게 거절했다.
그로 인해 서유리는 큰 생리적, 심리적 스트레스를 줬다. 결국 그녀는 이런 병까지 얻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뒤에야 서유리는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결혼 후 이렇게 의도를 가지고 남편을 ‘유혹’하려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심장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서유리는 와인을 한 잔 따라 천천히 마시며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혔다.
저녁 8시, 부정우가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딸깍!" 어두웠던 침실에 불이 켜졌다.
침대 위에서 잠든 척하고 있던 서유리는 순간 놀라 몸을 움찔 떨었다. 천천히 눈을 뜬 그녀의 촉촉한 눈동자가 본능처럼 문 쪽을 향했다. 문가에는 키 크고 늘씬한 검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 눈을 뜬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문 앞에 서 있는 크고 늘씬한 검은색 그림자를 쳐다봤다.
"여보, 돌아왔어요?" 그녀는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와 기쁜 얼굴로 그에게 달려갔다.
부정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오늘 밤 그녀가 입은 와인색 깊게 파인 슬립 원피스를 바라봤다. 원피스는 그녀의 피부를 더욱 하얗게 돋보이게 했고, 볼륨감 있는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순수하면서도 유혹적인 얼굴과 어우러져, 그녀는 그야말로 요물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가 다가올 때마다 유혹적인 향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남자인 그의 본능적인 욕망을 자극했다.
눈앞의 여자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섹시하고 매혹적이었다. 순수하면서도 묘하게 요염한 매력을 지닌 여자였다.
하지만 그건 결코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에 번지던 욕망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 대신 차갑고 낯선 거리감이 그 자리를 채웠다.
부정우는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밀어냈다. "나 피곤해."
그의 한마디에 서유리의 마음속에 피어오르던 열정이 순식간에 식어 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의 병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상태였고, 반드시 남편과 관계를 가져야 했다.
게다가 오늘 밤을 위해 그녀는 그를 생각하며 정성껏 꾸몄고, 모든 준비도 직접 했다. 이렇게까지 해 놓고 중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여보, 제가 마사지해 줄까요?" 서유리는 그의 팔을 잡고 부드럽게 제안했다.
"필요 없어." 부정우는 마치 더러운 것을 만진 듯 혐오스럽게 그녀를 뿌리쳤다.
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욕실로 향했다.
부정우가 그녀의 곁을 지나갈 때, 서유리는 낯선 여자의 향수 냄새를 맡았다.
우아하고 고귀한 향이었다. 그녀가 평소에 사용하는 향수 냄새가 아니었다.
서유리는 자리에 멈춰 서더니 눈빛에 의심이 스쳤다. '설마… 부정우에게 밖에 다른 여자가 생긴 걸까?'
하지만 서유리는 곧 생각을 바꿨다. 부정우는 평소 밖에서 접대를 자주 하는 편이었다. 가끔 다른 여자의 향수 냄새가 묻어나는 건 특별한 일도 아닐 것이다. 게다가 결벽증이 심한 부정우는 그녀조차 만지려 하지 않았다. 하물며 밖의 여자와 관계를 가질 리는 더더욱 없었다.
서유리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녀는 부정우에게 와인을 한 잔 따라주며, 원래 계획대로 그를 취하게 만들기로 했다.
30분 후, 부정우가 욕실에서 나왔다.
그는 흰색 샤워 가운만 걸친 채 허리띠를 묶지 않아 가슴의 단단한 근육이 어렴풋이 드러나 있었다. 구릿빛 피부는 노란 조명 아래에서 더욱 매혹적으로 보였다. 길고 곧게 뻗은 두 다리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거기에 절제된 섹시함이 느껴지는 얼굴까지 더해지자, 서유리는 하마터면 넋을 잃을 뻔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목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에 만난 것도 있고, 그의 차가운 태도 속에서 갑자기 이런 모습을 보게 되자 마음이 흔들렸다.
서유리는 침을 꿀꺽 삼키고 무심코 그의 좁은 허리 아래로 시선을 훑었다. '미치겠네… 욕망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
"뭘 보고 있는 거야?" 부정우의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서유리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서유리는 당황한 듯 급히 고개를 저었다. 혹시라도 부정우가 그녀가 그의 몸을 탐내고 있다고 오해해 자신을 더 싫어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와인 잔을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여보, 한 잔 마실래요?"
서유리는 부정우가 자기 전에 와인을 한 잔 마시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 그녀의 말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부정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서유리는 순간 마음이 불안해졌다. '설마… 내 계획을 알아챈 건 아니겠지?'
"여보..."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그에게 다가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그에게 와인을 권하려던 순간, 부정우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 왜 아직도 안 자?"
그 말에 서유리는 순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자신과 관계를 갖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와인 잔을 침대 옆 협탁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 지금 바로 잘게요."
흥분한 얼굴로 침대에 오르려던 순간, 그녀의 손이 그의 몸에 닿기도 전에 부정우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듯 말했다. "설마 오늘 밤 내가 너랑 관계라도 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챕터 목록
총 24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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