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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아이, 지워요

다음 날.

구청 밖 주차장.

마이바흐에 앉아 있던 육승건은 왼손으로 핸들을 가볍게 두드렸다.

"승건아, 성하랑 결혼한 지 벌써 1년인데, 이제 슬슬 아이 가질 때도 되지 않았니?" 휴대폰 너머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육승건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무척 다정하게 대답했다.

"할머니, 저희 아직 젊은데 뭐가 급하세요. 할머니는 지금 몸 관리 잘하시는 게 먼저예요. 그리고 할아버지께서는..."

"어떻게 안 급해?" 할머니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네 할아버지가 많이 좋아지셨다고는 해도, 우리 둘 다 나이가 많아서 언제 눈 감을지 모른단다."

"할머니..."

할머니는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한테 다른 소리 하지 마라. 밖에서 도는 헛소문 나도 들었으니, 성하 속 썩이지 말고."

육승건은 3초간 말이 없었다.

할머니가 "들었니?" 하고 재촉하자,

그는 미간을 문지르며 대답했다. "네, 알았어요, 할머니."

몇 마디 안부를 더 주고받은 후, 육승건은 전화를 끊었다.

손가락은 여전히 핸들을 무의식적으로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육승건은 저 멀리 보이는 구청을 쳐다봤다.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휴대폰 메시지 목록을 열었다.

손가락으로 '내 사랑'이라고 저장된 어느 플로리스트의 프로필 사진을 스쳐 지나 아래로 내리더니, '신성하'와의 대화창을 눌렀다.

마지막 메시지는 오늘 아침 구청에서 이혼하기로 한 시간과 장소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그는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육승건: [어디야?]

다음 순간,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육승건은 창밖으로 보이는 신성하의 창백한 얼굴을 보았다.

신성하가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았다.

그녀는 그를 한번 쳐다봤다.

옷은 어제 입었던 바로 그 옷이었다. 그녀가 골라준 것이었다.

지난 몇 년간, 그의 모든 것은 그녀가 준비했다. 향수와 넥타이 같은 작은 것부터 맞춤 셔츠와 정장까지, 전부 그녀의 손을 거쳤다.

"왜 이렇게 늦었어?" 그가 물었다.

신성하가 시선을 거두었다.

"안 늦었어." 그녀가 대답했다.

단지 예전처럼 그의 말 한마디에 바보같이 하염없이 기다릴 만큼 일찍 오지 않았을 뿐이다.

육승건은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두드리던 손을 잠시 멈추고,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좀 더 창백해져 있었다. 어젯밤 그가 이혼 얘기를 꺼내서 잠을 설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방금 할머니한테 전화 왔었어." 육승건은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우리 이혼하는 거, 어른들께는 말씀드리지 마. 연세도 많으신데 그런 충격 감당 못 하시니까."

신성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 "할머니께서 뭐라고 하셨는데?"

"애 가지라고 재촉하셔." 육승건은 눈을 가늘게 뜨며 노골적으로 귀찮은 기색을 내비쳤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몇 분쯤 지났을까, 마침내 신성하가 나지막이 웃음을 터뜨렸다.

육승건은 왼손을 주먹으로 꽉 쥐고 창밖을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아이가 어떤 모습일지, 언제쯤 태어날지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신성하와 잠자리를 가질 때, 그는 그녀의 배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귓가에 속삭이곤 했다. "성하야, 언제쯤 나한테 아이 낳아 줄 거야?"

하지만...

어차피 그녀는 임신하지 않았다.

6개월 뒤에 재혼하면 되니, 그때도 늦지 않는다.

소라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6개월뿐이니까.

차창 밖으로 사람들이 오가는 가운데, 3초 정도의 시간이 더 흘렀다.

신성하가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승건. 나랑 이혼할 거야?"

"후회돼?" 이번에야말로 그는 정말 화가 났다.

소라가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재차 확인을 받은 신성하는 아무 말 없이 서류 봉투 하나를 꺼내 육승건에게 건넸다.

육승건이 미간을 찌푸리며 받아 들었다. 재산 분할 합의서였다.

"이혼하는 거니까 확실히 하자고." 그녀가 말했다."

육씨 가문 재산은 내 몫만 챙길게."

"이혼 숙려 기간 동안 각자 번 돈은 각자 소유로 하고."

말을 마친 신성하는 펜을 꺼내 옆에 놓았다.

"문제 없으면 사인해." 그녀가 말했다.

육승건은 서류를 훑어볼수록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정형화된 계약서는 간결하고 명확했다.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녀의 칸에는 이미 '신성하'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는 그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차피 가짜 이혼인데, 이 합의서가 왜 필요한 거지?

한소라에게 남은 시간은 6개월뿐이다.

소라와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낸 후, 그는 예전처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감시 아래 그녀와 함께할 것이다.

육승건의 생각 속에서, 신성하는 언제나 자신 없이는 안 되는 여자였다.

그녀의 인내심은 바닥이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싫증이 날 때면, 일부러 그녀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을 시키곤 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결과물을 들고 그의 앞에 나타나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승건아, 나 해냈어. 잘했지?"

그녀는 더없이 순종적인 결혼 상대였다. 7년 동안, 그는 이 사실을 수없이 확인했다.

만약 한소라만 아니었다면, 그의 결혼 생활은 아무런 파란 없이 흘러갔을 것이다.

하지만...

피를 토하면서도 꼿꼿하던 한소라의 처연하고 고집스러운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 그는 숨이 막힐 듯 고통스러웠다.

육승건은 조수석 창문 쪽을 흘깃 쳐다봤다.

창문에는 희로애락이 없는 신성하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자신을 협박하려는 걸까?

어쨌든 그녀는 조작된 기록으로 한소라를 모함한 전적이 있었다.

그녀는 한소라를 싫어했다.

하...

사인펜을 집어 든

육승건은 자신의 칸에 이름을 휘갈겨 썼다.

그 누구도 감히 그를 협박할 순 없다!

똑같은 서류 두 부였다.

신성하는 자신의 몫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번호표를 뽑고,

서류를 제출하고,

이혼 신청서를 작성했다.

각자 접수증을 챙긴 두 사람은 숙려 기간이 끝나면 다시 구청에 와서 이혼증을 받게 될 것이다.

일련의 절차를 마치고 두 사람이 구청을 나섰다.

어느새 해가 높이 솟아 있었다.

햇살이 신성하의 몸 위로 따스하게 쏟아져 내렸다.

육승건은 오가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결혼하러 온 사람과 이혼하러 온 사람은 한눈에 구별할 수 있었다.

한 부부가 손을 꼭 잡고 구청을 나서고 있었다.

여자의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1년 전, 혼인 신고를 할 때 신성하의 얼굴에도 저런 미소가 번졌던 것을 어렴풋이 기억해 냈다.

육승건이 신성하를 흘깃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이혼 기간 동안 카드에 돈은 계속 넣어줄게." 그가 말했다. "우리 이혼한 거 할아버지, 할머니께 절대 말씀드리지 마."

말을 마친 그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가버렸다.

그녀는 그의 차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때, 그녀가 부른 택시가 도착했다.

두 대의 차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한 대는 비비안 플라워 스튜디오로,

다른 한 대는 A시 제일병원으로 향했다.

육승건이 플라워 스튜디오의 문을 열자 한소라가 환한 미소로 그를 맞았다.

그는 접수증을 꺼내 한소라에게 말했다. "처리했어. 그 여자, 별로 귀찮게 굴지는 않더라."

같은 시각, 신성하는 예약한 번호표를 손에 쥐고 산부인과로 들어섰다.

의사 맞은편에 앉았다.

의사가 커튼을 쳤다.

"성하야, 정말 이 아이 지울 거야?"

의사이자 절친인 임서윤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너 아이 엄청 갖고 싶어 했잖아. 전에 나한테 몸조리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으면서."

신성하는 접수증을 옆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응." 신성하가 담담하게 말했다. "지우자. 나 이제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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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87장

  1. 1장제1화이혼하자
  2. 2장제2화아이, 지워요
  3. 3장제3화아랫배가 욱신거리는 통증, 유산의 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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