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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하 POV:

다음 날 아침, 강지훈은 완벽한 남편이었다. 그는 침대로 커피를 가져다주었고, 이제는 불쾌하게만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길로 내 뺨을 쓰다듬었다.

"오늘은 좀 나아 보이네."

그의 미소는 눈까지 닿지 않았다.

"그냥 좀 쉬었더니 괜찮아요."

나는 억지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거짓말했다.

"나 오늘 아침에 잠깐 나가봐야 할 것 같아."

그는 넥타이를 바로 매며 내 시선을 피했다.

"알잖아… 서현이 기일이라. 그냥 혼자 추모 공원에 좀 다녀오려고."

거짓말은 너무나 뻔뻔하고 거침없어서 숨이 막혔다. 자신이 보호하고 있는 여자의 기일을 핑계로 그녀를 만나러 가려는 것이었다.

"물론이죠."

내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차분했다.

"다녀와요. 시간은 얼마든지 가져요."

나의 순순한 동의가 그를 안심시킨 듯했다. 그는 몸을 숙여 키스하려 했지만, 나는 마지막 순간에 고개를 돌려 그의 입술이 뺨에 스치게 했다. 온몸에 소름 끼치는 혐오감이 퍼져, 이불 아래에서 허벅지를 손톱으로 파고들어야만 움찔거리지 않을 수 있었다. 작고 날카로운 고통은 반가운 기분 전환이었다.

그가 떠나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에게는 기억 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그의 서재가 첫 번째 목적지였다.

그의 노트북이 책상 위에 닫혀 있었다. 노트북을 여는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전원이 켜지고 로그인 화면이 나타났다. 배경 화면은 바다 위로 지는 노을 사진이었다. 신혼여행 때 내가 찍은 사진. 이제는 속부터 썩어 문드러진, 더럽혀진 추억이었다.

그는 항상 비밀번호에 부주의했다. 그의 생일을 입력했다. 실패. 우리의 결혼기념일. 거부. 그때, 차가운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 아이. 민준이. 생일이 언제일까? 박서현은 5년 전에 '죽었다'. 아이는 네 살 정도로 보였다.

나는 그의 어머니 생일, 회사 창립일 등 몇 가지 날짜를 더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좌절감이 커졌다. 포기하려던 찰나, 책상 위 압지 밑에 거의 숨겨져 있던 작고 누런 포스트잇이 눈에 들어왔다. 지훈 씨의 익숙한 필체로 두 단어가 적혀 있었다. `민준이 생일: 0828`.

민준이 생일? 8월 28일. 몇 년 전 서현과 싸울 때 그녀가 나에게 소리쳤던 말이 떠올랐다. "8월 28일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야! 넌 이해 못 해!" 나는 그저 히스테리라고 치부했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숫자 0828을 입력했다.

액세스 승인.

나타난 바탕화면은 내 위장을 단단하고 고통스러운 매듭으로 조여왔다. 그들이었다. 지훈 씨, 서현, 그리고 어린 민준이가 네 개의 촛불이 꽂힌 생일 케이크 앞에 앉아 있었다. 완벽한 가족처럼 보였다. 행복하고. 진짜처럼.

떨리는 손으로 그의 파일을 뒤졌다. 폴더 안에 또 다른 폴더가 숨겨져 있는, 그의 비밀스러운 삶의 디지털 미로였다. 나는 모든 것을 찾아냈다.

사진. 수백 장의 사진. 민준이의 첫걸음. 가족으로서의 첫 크리스마스. 내가 모르는 해변으로의 휴가. 지훈 씨는 모든 사진 속에서 내가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꾸밈없는 기쁨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은행 거래 내역서를 발견했다. 공동 계좌에서 매달 이체된 내역. 지훈 씨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 계좌였다. 어머니의 이름은 농장 근처 사서함으로 보내진 호화로운 선물 거래 내역에 적혀 있었다. 장난감. 명품 아동복. 강민준을 위해 설정된 신탁 기금.

그들은 단지 서현을 숨긴 게 아니었다. 그녀에게 자금을 대고 있었다. 그녀의 아이를 자신들의 아이로, 그들의 진짜 핏줄로 받아들였다.

가슴에 텅 빈 통증이 느껴졌다. 심장이 있던 자리에 생긴 공허함이었다. 부모님이 내게 했던 모든 사랑의 말, 모든 애정의 제스처가 이제는 잔인한 조롱으로 뒤틀려 마음속에서 재생되었다.

결혼식에서 했던 지훈 씨의 서약이 떠올랐다.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의 삶을 만들어갈 것을 약속합니다." 그 말은 씁쓸하고 아이러니한 유령이 되어 조용한 방 안을 맴돌았다. 그는 나에게 약속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그들에게 약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기증이 덮쳐와 책상에서 비틀거리며 물러나다 서류 더미를 바닥에 쏟았다. 나가야 했다. 진짜가 아니었던 삶의 유령들로 둘러싸인 이 집에서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떠나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노트북 화면에 알림이 떴다. 새 메시지. 화면은 여전히 열려 있었고,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창이었다.

박서현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언제 와? 민준이가 아빠 보고 싶대. 어서 진짜 가족한테 돌아와.`

그 말은 나를 향한 직접적이고 의도적인 공격이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가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였다. 그것은 조롱이었다. 자신의 승리를 보여주는 마지막, 결정적인 과시였다.

휴대폰이 울리고 지훈 씨의 웃는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나는 흐릿한 시야로 그 얼굴을 쳐다보았다.

"여보,"

그의 목소리는 명랑하고 역겨울 정도로 평범했다.

"이제 막 '추모 공원'에서 나왔어. 차가 엄청 막히네. 곧 집에 갈게. 사랑해."

나는 한마디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수동적인 발견은 끝났다. 이제, 나에게는 계획이 필요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 속 희생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차갑고 계산적인 분노의 폭풍 속에서 열쇠를 움켜쥐었다. 그 농장으로 다시 가야 했다.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봐야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들의 세상을 잿더미로 만들 증거를 손에 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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