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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삼촌
위 층에서 꽤 오래 머무른 탓에 기다리다 못한 나미영이 계단 아래에서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하늘아, 휘찬이는 찾았어?"
"네. 찾았어요 아줌마. 금방 내려갈게요."
이휘찬은 조문객들이 곧 도착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녀와 실랑이를 벌일 수 없었고 오예서는 이곳에서 입을 열 자격조차 없었다.
그렇게 셋이 1층으로 내려와 정원으로 향했고 마침 저택 대문 밖에 검은색 고급세단이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김하늘은 이휘찬의 넥타이가 한쪽으로 삐뚤어지고 단추도 풀려 있는 걸 눈치채고, 마지막 호의를 베풀고자 그의 옷차림을 정돈해 주었다.
"형, 형수."
갑자기 깊고 매혹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김하늘의 손가락이 순간 멈칫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린 그녀의 시선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유난히 강렬하고 어둡게 빛나는 그 두 눈에 사로잡혔다.
이곳에서 그녀를 마주 칠 줄은 몰랐다는 듯, 그의 눈빛 깊숙이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더니, 이내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히자 김하늘은 숨이 막혀왔다. 이어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이 달아 올랐다.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2년전, 이유조차 가르쳐 주지 않고 자신을 떠났던 전 남친을 이씨 어르신의 장례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심지어 다시 만난 그의 모습은 이토록 세련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나미영이 이도준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 도착하고 너만 기다리고 있었어.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이휘찬의 옆을 지나던 이도준이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온 몸에서 싸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물었다.
"여자 친구야?"
이휘찬은 가늘게 떨리는 김하늘의 손을 꽉 잡으며 대답했다.
"네."
그 대답에 이도준은 코웃음을 치더니 아무 말 없이 둘을 지나쳐 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가문에 걸맞지 않는 여자를 데리 왔다는데 대한 조소가 담겨있는 것 같았다.
이도준이 멀어지자 이휘찬이 낮게 물었다.
"너, 손을 왜 이렇게 떠는 거야?"
김하늘은 숨을 가다듬으며 대충 거짓말을 늘어 놓았다.
"너 때문에 화가 나서 그래, 나 지금 심장이 아플 지경이야."
변명하고 싶었지만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
"근데, 방금 저 사람은 누구야?"
김하늘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삼촌이야."
김하늘은 잠시 멈칫하더니 순간 눈빛이 차가워졌다.
"이런 우연이..."
"우연? 뭐가?"
"차 사고로 죽은 전 남친이 네 삼촌하고 꼭 닮아서 그래."
그 까칠하고 맨날 사고만 치며 겨우 복싱으로 간간히 살아가던 남자, 낡은 원룸에서 그녀의 목을 조른 채 거의 질식 할 때까지 거칠게 그녀의 몸을 탐하던 그 남자, 실종된 지 2년 만에 이휘찬의 삼촌으로, 그것도 진정한 재벌의 모습으로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쓰레기 같은 새끼!'
이휘찬은 김하늘의 과거를 전혀 몰랐기에 그녀의 말에 순간 당황하며 살짝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조문객들이 영안실로 모두 들어가자 이휘찬은 김하늘의 팔을 살며시 잡았다.
그는 그녀와 함께 장례식장에 들어가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일단은 그냥 내 옆에 있어. 나머지 이야기는 할아버지 장례식이 끝난 뒤에 하자."
아무래도 이휘찬이 이제야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오예서가 옆에서 애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란을 만들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김하늘이 이씨 가문의 미래의 며느리 신분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음을 조문객들은 다 알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이휘찬에게 이끌려 다니며 이씨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경멸의 시선과 험담에도 그녀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적어도 김도준 앞에 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방금 전 그녀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는 말들 속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2년전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던 그 김도준이 현재, 진씨 가문의 딸과 정략 결혼을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두 사람 모두 재벌가 출신이고 모두 사생활이 깨끗하며 두 가문이 협력하면 사업적으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며 둘을 천생연분이라 치켜 올렸다.
그러나 김하늘은 그 말들을 듣자 속이 뒤틀리며 구역질이 밀려왔다.
챕터 목록
총 15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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