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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혼 서류에 서명하다

이준재는 임하늘의 말에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는 넥타이를 고쳐 매고 천천히 그녀를 돌아봤다. 입가엔 조롱 섞인 미소가 걸려 있었다. "어젯밤 일 때문이지? 네 부탁을 거절해서?"

어젯밤을 떠올리는 순간, 임하늘의 가슴은 조여왔고, 몸 속 깊은 곳까지 저릿하게 아파왔다.

이준재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조금 전에 예원이랑 통화했어. 최씨 그룹과의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었던 건 네 공이 크다더군. 보너스는 제대로 챙겨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임하늘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예원은 이준재가 가장 아끼는 여동생이었고, 그는 그녀의 부탁이라면 무조건 들어줬다.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그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 사람은 이예원이었다.

이준재의 사업과 연관되어 있다는 말에, 임하늘은 그것을 가볍게 여길 수가 없었다. 자신의 주량이 약한 걸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이준재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억지로 잔을 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이예원이 벌인 이 끔찍한 일은 이준재에게 있어서 그냥 단순한 어린애의 실수일 뿐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것이다.

극에 달한 절망이 고통 까지 삼켜버려서 일까? 아니면 마음이 무뎌진 걸까? 가슴은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그녀는 비꼬는 투로 말했다. "그럼 깔끔하게 끝내죠. 당신도 어젯밤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을 거예요. 곧 소문도 날 거고. 당신 같은 사람이 나 같은 속물이 당신의 명성에 먹칠을 하게 놔둘 리 없잖아요?"

이준재가 한 걸음 다가왔다. "속물? 3년 전 넌 골수를 아버지께 기증하는 조건으로 나와 결혼했지. 그런 넌 얼마나 깨끗하길래? 사실 지금과 전혀 다를 게 없어."

결혼한 지 3년 동안, 그는 거의 한 번도 이렇게 가까이서 그녀를 마주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애틋함은 찾아 볼 수 없었고 남은 건 상처 뿐이었다.

임하늘은 그 자리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이준재를 멀리서 바라보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한 번이라도 그녀를 바라봐 줄까 기대했던 시간들. 그는 항상 거리를 두었지만, 지금의 그는 거리를 두는 정도가 아니라 그녀를 혐오하고 있었다. 왜 유독 자신에게만 이토록 차갑고 잔인한 걸까? 마치 그녀가 용서 받지 못할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말이다.

생각이 깊어질 틈도 없이, 이준재는 시계를 힐끗 보더니 불쾌한 듯 말했다.

"아침은 됐고, 점심 도시락이나 준비해서 사무실로 보내."

하지만 오늘, 임하늘은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그의 냉대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 3년 동안은 묵묵히 참아 왔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녀는 이혼을 요구했고 심지어 아무 말 없이 자취를 감췄다.

점심, 이준재의 비서 최성훈이 점심을 들고 사무실로 들어섰다.

도시락을 흘깃 본 이준재는

임하늘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아챘다.

그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시간이 없었기에 불평하지 않고 몇 숟갈 억지로 입에 넣었다.

솔직히 말해, 3년 동안 익숙해진 그녀의 음식이 아니면 입맛조차 돌지 않았다.

그렇게 기분 나쁜 점심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온 이준재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이혼 서류를 발견했다.

이준재의 굳은 얼굴을 본 최성훈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표님, 어젯밤, 그 사람이 대표님이었다는 걸 사모님께 말씀 안 하신 거죠?"

그 순간, 이준재의 시선이 어두워졌다. 어젯밤의 기억이 스쳐갔다.

그는 갑작스럽게 그녀에게서 구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단지, 임하늘 때문에 얼굴에 먹칠 당하기 싫었던 그는 그녀를 구해주러 갔다. 하지만 도착해 마주한 임하늘은 그가 평소에 알던 임하늘이 아니었다. 술에 취한 채,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그의 품에 안겨 연신 그의 이름을 불렀다.

욕망이 치솟아 올랐고 그는 이성을 잃었다.

그녀의 술에 취한 모습이 너무 섹시했던 걸까? 아니면 오랜 시간의 금욕의 결과일까? 욕망에 지배당한 이준재는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밤새 동안 임하늘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런 실수 따위,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임하늘 같은 속물은 돈이면 충분히 보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혼이라...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생각했다.

이준재는 차갑게 웃으며 서류에 단번에 서명했다.

그리고 최성훈에게 서류를 던지듯 넘겼다. "직접, 임하늘에게 전해."

최성훈이 조용히 문을 나서려는 순간, 뭔가 생각이 떠오른 이준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알아봐. 어젯밤, 누가 임하늘을 그 호텔에 보낸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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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692장

  1. 1장제1화 함정
  2. 2장제2화 이혼 서류에 서명하다
  3. 3장제3화 나를 위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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