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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섹스 파트너

이 결혼을 끝낼 순간이 왔지만, 임유정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임유정은 고개를 들어 우태민을 바라보았고 부드러운 조명 아래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붉은 입술이 몇 번이나 달싹였고, 결국 조용히 물었다. "정말… 나랑 이혼할 생각이야?"

침대 옆에 서 있는 우태민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봤고, 잘생긴 얼굴엔 일말의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넌 애초에 내 아내가 될 사람이 아니었어. 하지만 내 곁에 있고 싶다면, 섹스 파트너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의 입가에 잠깐 미묘한 미소가 떠올랐고, 무심한 눈빛에 장난스러운 기색을 띠었다.

침대 위에서 둘은 예상외로 잘 맞았고, 그녀가 원한다면 곁에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우태민은 생각했다.

임유정은 그의 말에 벼락을 맞은 듯 충격을 받았고, 그녀가 품고 있던 마지막 환상마저 산산이 부서졌다.

두 사람이 처음 관계를 맺은 건 계획된 것이 아니라, 술에 취한 어느 밤, 충동적인 열정에 일어난 일이었다.

다음 날 아침, 술이 깨고 난 후 우태민은 분노하며 그녀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그의 충혈된 눈엔 자책과 후회가 서려 있었고, 임유정은 그가 그 밤을 손시연에 대한 배신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진환 어르신 때문에 우태민은 임유정에게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지만, 그날 이후, 침대 위에서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녀를 괴롭혔다.

둘은 진정한 의미의 부부가 아니었다. 우태민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짐을 챙겨 떠났고, 임유정은 혼자 별장에서 그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우태민이 그녀를 찾아올 때마다, 오직 '그 일'뿐,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섹스 파트너와 다를 바 없었다.

우씨 가문에서 임유정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우진환 어르신뿐이었고, 나머지 가족들은 그녀를 우태민의 아내로 여기지도 않았다.

분노가 임유정의 가슴속에서 뜨겁게 치솟아 올랐고, 마지막 남은 이성마저 사라졌으며, 그녀의 입술에서 쓰디쓴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당신 섹스 파트너가 되고 싶어 안달 난 여자들이 줄 섰을 껄. 전처인 나 따위가 기회나 있을까?"

우태민은 어두운 눈빛으로 임유정을 바라보았다. 울고 난 듯 붉게 물든 눈가, 조롱 섞인 웃음을 띤 그녀는 여전히 너무나 아름다웠다.

임유정이 아내로선 정말로 괜찮은 상대라는 것을 우태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자신이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매번 임유정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처럼 맞이해주었다.

그녀는 우태민을 보물처럼 아껴주었고, 그녀가 있는 곳은, 자신이 도망쳐 숨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가 된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태민에게 여자는 많았다.

임유정 하나쯤, 없어도 괜찮았다. 그에겐 아직 손시연이 있었고, 공허함을 메워줄 여자는 얼마든지 있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우태민은 무심하게 말했다. "이혼 합의서 살펴 보고, 문제 없으면 바로 서명해."

그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밤 9시 10분. 이제 가야 할 시간이었다.

임유정은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넘기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60억, 자동차 한 대, 집 두 채. 정말이지 후한 보상이었다.

임유정이 놀란 표정을 짓자, 우태민의 눈빛엔 경멸이 스쳤다.

욕심이란 건 아무리 감춰도 결국은 드러나게 돼 있었다.

"부족하면 말해. 더 얹어줄 수도 있어."

그동안 우태민이 병상에 누워있을 때 임유정은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왔었기에, 이 정도 돈은 푼돈에 불과했다.

"충분해." 임유정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펜을 들고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고, 거기에는 이미 우태민의 서명이 있었다.

임유정은 또박또박 자기 이름을 써 내려갔다.

펜을 내려놓자, 임유정은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듯 무너져 내렸고, 눈을 감는 순간,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흘렀다.

3년간의 꿈, 이제는 깨어날 때다.

우태민은 그녀의 눈가에서 떨어진 눈물을 보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심란해졌다.

임유정이 이혼 서류에 서명만 하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일 아침 9시. 법원에서 보자."

우태민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이혼 합의서를 들고 돌아섰다.

방 안에는 임유정 혼자 남았고, 그녀는 몸을 웅크려 무릎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마지막 눈물이 떨어졌을 때, 그녀는 마음속에서 우태민에 대한 마지막 감정도 묻어버렸다.

3년이면 충분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 때문에 더 이상 슬퍼할 필요는 없었다.

다음날 아침 8시 50분쯤, 우태민의 차량이 이미 법원 앞에 도착해 있었다.

검은색 링컨 뒷좌석에서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노트북으로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엔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차갑고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조수석에 앉은 비서 임경학은 백미러로 우태민을 몰래 힐끔 바라보며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늘 아침, 우태민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그는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혼? 우 대표님과 사모님이 오늘 이혼을 한다고?'

임경학은 우태민이 열두 살 때부터 그의 옆에서 비서로 일해왔었다.

우태민이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우진환 어르신이 나서서 그와 임유정의 결혼을 추진했었다.

그때만 해도 임경학은 우태민이 다시 깨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임유정이라는 여자에게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는 깨어났고 결혼 생활은 3년간 이어졌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혼이라니…

무엇보다도, 임유정은 우진환 어르신이 직접 고른 며느리였다. 이 사실을 우진환 어르신이 알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 몇 시야?"

차가운 목소리가 임경학의 생각을 끊었다. 그는 재빨리 휴대폰을 확인하고 대답했다. "8시 55분입니다, 대표님. 여기 도착한 지 20분 됐습니다."

차 안에는 다시 정적이 흘렀고 두 사람의 잔잔한 숨소리만 들렸다.

임경학은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혹시 회장님께는… 말씀드렸어요?"

그 말을 들은 우태민은 시선을 내렸다. 그는 누구보다도 우진환 어르신이 임유정을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이혼 소식을 알게 되면 분명 화를 낼 것이다.

그래서 우태민은 할아버지에게 알리지 않고 이혼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우태민의 침묵은 곧 대답이 되었다. 임경학은 점점 조여오는 긴장감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

우태민이 결정을 내린 일이라면, 우진환 어르신 외에는 아무도 그의 뜻을 바꿀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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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32장

  1. 1장제1화 이제 이 결혼을 끝낼 때가 됐다
  2. 2장제2화 섹스 파트너
  3. 3장제3화 위중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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