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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여우짓 하는 김서연
김소희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여자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김서연?" 김서연은 그녀의 이복 여동생, 여우짓 하기를 좋아하는 여자였다.
그녀의 앞에 선 김서연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 언니, 지금 이사라도 하려는 거야?"
김소희는 눈을 치켜 뜨고 입 꼬리만 올리며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게 얼마 만이야? 넌 왜 아직도 이렇게 멍청한 질문만 하니? 당연한 걸 가지고 뭘 그렇게 대단한 걸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그녀의 말에 김서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곧 마음을 가다듬고 불쌍한 연기를 시작했다.
"언니, 내가 언니를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데. 어떻게 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걱정?
웃기고 있네. 그냥 조롱하려고 온 것이겠지.
차윤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는 김소희를 보며 말했다. "사모님, 이제 나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사장님께서 곧 돌아오실 겁니다."
그녀는 한쪽 입 꼬리만 올리고 김서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개가 사람의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못 움직이는 거예요. 갑자기 물어버리면 어떡해요? 너무 무서운데?"
차윤호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김서연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언니... 나는 언니가 오늘 이혼하는 날이라 슬퍼할까 봐 일찍 퇴근하고 왔는데. 언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나는 언니 동생이잖아."
"그만! 난 너 같은 동생 둔 적 없어!" 김소희는 재빨리 김서연에게서 한걸음 떨어지고 차윤호를 향하여 말했다. "차윤호 씨, 이러는데 어떻게 갈 수 있겠어요?"
차윤호는 갑자기 관자놀이가 튀기 시작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김서연을 보며 말했다. "서연 씨, 그만 비켜주세요."
김서연은 자신의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녀의 두 눈은 분노로 가득했지만 앞머리로 가려져 있어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차윤호 씨, 훈련되지 않은 개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요." 김소희는 김서연을 비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말은 김서연의 성질을 충분히 건드렸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김소희를 노려보았다.
김서연이 화를 참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본 김소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 오만한 미소를 본 김서연은 순간 당황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평소에 겁이 많고 순종적이던 김소희가 왜 하루아침에 변한 것 같지? 완전 딴 사람 같아!'
"김서연 씨." 차윤호는 귀찮은 듯한 말투로 김서연의 이름을 불렀다.
김서연은 김소희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윤호 씨, 언니가 떠나는 길을 막으려는 건 아니었어요. 태준 씨가 이곳 상황을 보고해달라고 하셔서..."
그녀의 말을 들은 차윤호와 김소희는 깜짝 놀랐다.
"저도 태준 씨가 시켜서 이곳으로 온 거예요. 이혼 서류에 적힌 내용대로 언니가 박 씨 가문의 물건을 훔쳤는지 지켜보러 왔어요.'빈털터리로 쫓겨난다.' 계약서에 그렇게 적혀 있는 거 맞죠? 언니가 계약서 내용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감독하러 온 거예요." 김서연은 김소희의 옆에 있는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면 언니, 트렁크를 잠시 열어봐도 될까? 지금 이곳에서 트렁크를 열어 태준 씨 물건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김소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트렁크에는 내 물건들 뿐이야! 박 씨 집안의 물건 따위 없어!"
김서연은 한발 앞으로 다가가 김소희의 손에 있는 트렁크를 힘껏 잡아당겼다. "언니, 그건 언니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야. 박 씨 집안의 물건이 없다면 지금 이곳에서 열어봐도 상관없지 않겠어?"
그리고 김서연은 트렁크를 활짝 펼쳤다.
트렁크에는 김소희가 쑤셔 넣은 옷 몇 벌 이외에 다른 물건은 없었다.
김소희가 진짜 자신의 옷 몇 벌 이외에 다른 물건을 챙기지 않은 것을 본 김서연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계속하여 뒤적였다. 마치 박 씨 집안의 물건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김소희의 옷과 화장품 밖에 없었음에도 김서연은 10분은 넘도록 뒤적거렸다.
"그만하지 그래?" 김소희는 김서연을 내려다보며 쌀쌀맞게 물었다.
"난 태준 씨의 지시대로 했을 뿐이야. 확실하게 해두면 좋잖아." 김서연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네가 원하는 물건이 나올 때까지 뒤져. 이 까짓 옷들 필요 없어." 김소희는 더 이상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박태준이 돌아와서 다시 자신의 목을 조를가봐 걱정됐다. 상상만 해도 몸에 소름이 끼쳤고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욱신거렸다.
말을 마친 김소희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차윤호도 재빨리 그녀의 뒤를 따랐다.
땡!
엘리베이터가 3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리고 김소희는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다.
제일 먼저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반짝 빛이 나는 구두였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자 박태준의 냉랭한 낯빛이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 박태준을 발견한 차윤호가 제일 먼저 고개를 숙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김소희, 아침에 내가 한 말을 벌써 잊은 거야?" 박태준의 얼굴에는 김소희에 대한 애정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박태준의 얼굴을 본 김소희는 오늘 아침 그가 자신의 목을 조른 고통이 생각나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두려움에 그녀는 몸을 떨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김소희는 자신의 목을 만지며 말했다. "기억해요!'
"그래? 그런데 네가 왜 아직도 이곳에 있는 거지?" 박태준은 긴 다리를 움직여 그녀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위협감을 느낀 김소희가 뒤로 천천히 물러섰다. 그녀의 등이 벽에 닿자 절망감을 느낀 그녀는 두 눈을 감고 박태준의 시선을 피했다.
"그건... 김서연한테 물어보세요. 김서연이 갑자기 나타나 저의 트렁크를 뺏고 시간을 지체했어요. 그래서..."
그때,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른 김서연이 김소희의 말을 끊었다.
"언니,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 있어?" 그녀는 불쌍한 척 하며 말했다.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김소희는 마음속으로 김서연의 욕을 백 번은 하고도 남았다. 김서연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이미 한 시간 전에 이 집을 떠났었고 박태준과 부딪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제기랄!
김서연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말했다. "태준 씨, 언니가 떠나려는 것을 일부러 막은 건 아니에요. 저는 태준 씨의 지시대로 언니가 집에서 물건을 훔쳤갈 까봐 감시하러 온 거예요. 언니는 어릴 때부터 거짓말을 즐겨 했어요. 지금 이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할 줄은 몰랐어요..."
김서연의 말에 박태준은 그 동안 김소희의 행동이 뇌리에 스쳐갔다. 그는 평소보다 더 싸늘한 표정을 짓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진짜 너를 죽일 수 없을 것 같아?"
갑자기, 박태준은 김소희의 목을 조르며 벽에 밀어붙이자 그녀의 뒤통수가 벽에 부딪쳐 쿵 하고 소리가 났다. 그의 행동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김소희는 박태준의 손을 본능적으로 잡아당겼다. 뒤통수에 강한 통증이 밀려오고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박.... 박태준!" 김소희는 그의 이름을 힘겹게 불렀다.
"내 인내심을 왜 자꾸 시험하려는 거야?" 박태준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시간이 일분일초 흘러갈수록 김소희는 점점 정신을 잃어갔다. 그녀는 박태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옆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차윤호가 황급히 다가와 박태준을 말렸다. "사장님, 만약 사모님께서 잘못되시면 임원들도 사장님의 약점을 잡고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사장님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것도 한순간입니다."
"빌어먹을!" 박태준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김소희의 목을 얼마나 세게 움켜쥐었던지 그의 손가락은 핏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챕터 목록
총 86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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