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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다재다능한 서유나

서유나는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씨 가문을 나섰다. 곧장 주차장으로 향하자, 그녀가 아끼는 한정판 오토바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세월, 서씨 가문의 불안정한 평화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억눌러야 했던 날들은 이제 끝났다. 비로소 자유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그녀의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뿜었다. 오후의 공기를 가르며 달리던 그녀는 군 부대 근처, 웅장한 철문으로 둘러싸인 고급 주택가 입구에 도착했다.

검문소의 보안 절차는 늘 그렇듯 엄격했지만, 서유나의 오토바이가 다가오자 경비병은 환하게 웃으며 곧장 문을 열어 주었다. "서유나 씨, 오늘은 오랜만에 오셨군요."

서유나는 익숙한 동작으로 헬멧의 올리고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단지 안에 들어서자 만개한 벚꽃 덕분에 향긋한 바람이 불어왔고, 퇴역 장교들이 활짝 핀 나무 아래를 거닐고 있었다. 서유나를 발견한 그들이 반갑게 다가왔다.

"아이고, 유나 왔구나! 마침 너한테 가려던 참이었다. 지난번 네가 지어준 약이 다 떨어졌어."

그녀가 오토바이를 멈추고 헬멧을 벗자, 단정하고 부드러운 얼굴이 드러났다. 노인들의 눈빛이 흐뭇해졌다. "내일 진료실로 오세요. 제가 하루 종일 있을 거예요."

서유나는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하고 손짓했다. 이번엔 목 보호대를 한 노인이었다. "할아버지, 제가 저번에도 말씀드렸죠. 그 목 보호대는 목에 더 안 좋다니까요."

노인은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보호대를 벗었다. "그럼, 간단한 운동이라도 좀 할 수 있게 해 줘."

"조심해서 하세요. 무리만 안 하시면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며 서유나는 단지 내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 주택과의 인연은 오래 전 예상치 못하게 시작되었다. 군부대종합병원에 약을 사러 갔다가, 간질로 고생하던 한 노인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녀는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내렸고 그 노인은 그동안 어떤 의사도 주지 못한 안정을 얻게 되었다.

그 노인은 사실 퇴역한 유명한 임상 전문가였다. 서유나의 능력에 감탄한 그는 그녀를 은인이라고 부르며 감사 인사로 주택 내에 있는 아파트를 내주었다

이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평화롭고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고, 위치 또한 뛰어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유나는 이곳이야말로 자신이 찾던 집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불이 켜지며 익숙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어서 오세요. 서유나 씨. 3일 만의 귀가네요. 암호가 걸린 음성 메시지 두 통, 새로운 이메일 여러 통, 그리고 목욕물을 준비해 뒀습니다."

서유나는 가방을 툭 떨어뜨렸다. 지퍼가 열리며 두툼한 현금 다발이 쏟아져 현관 바닥에 흩어졌다.

200만원 정도 되어 보이는 돈이었다. 서유나는 그 돈을 잠시 바라보다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서씨 가문이 자신에게 던져준 건 고작 이 돈뿐이라니, 마치 거지에게 적선하는 듯한 꼴이었다.

"메시지 재생해 줘."

먼저 재생된 것은 전날 저녁 늦게 녹음된 한루민의 목소리였다.

"유나야! 레이싱 등록 마감 다 됐어! 우리 연습 경기만 벌써 두 번이나 했는데, 아직도 서씨 가문이랑만 나가려는 거야? 나도 한 번 고려해 줄 수 없겠어? 며칠 동안 내가 서재현을 완전히 씹어먹고 있다고!"

서유나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녀의 셋째 오빠인 서재현은 전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레이싱 클럽을 운영하며 매년 챔피언을 배출하고 돈을 쓸어 담는 인물이었다. 사실 밤마다 핸들을 잡고 팀을 이끌어 승리로 이끈 건 서유나였다. 그러나 매번 결승이 다가오면, 서재현은 그녀를 밀어내고 서지안을 대신 내세웠다. 영광과 상금은 늘 서지안의 몫이었고 그림자 속에서 팀을 떠받친 서유나는 언제나 무대 뒤에만 남았다.

사실 서유나는 트로피 따위엔 관심 없었다. 그땐 가문의 체면을 지키는 게 더 중요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서유나는 피식 웃으며 한루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금 절반은 내가 가져간다."

한루민의 목소리가 한순간에 밝아졌다. "오케이! 서재현 팀 따위 무섭지도 않아. 걔네 전략은 내가 전부 파악해 뒀거든. 그리고 네가 핸들만 잡으면 아무도 못 따라오잖아. 난 서재현한테 한 번도 진 적 없어. 항상 너한테만 졌지!"

서유나는 작게 웃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도 눈치챘구나. 이렇게 뻔히 보이는데도 걔네는 끝까지 못 보는 거지."

한루민은 화제를 바꾸며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다른 일이 하나 더 생겼어. 최근 다크웹에서 들은 건데, Y국에서 제일 부자인 노씨 가문 있잖아. 그 집에서 잃어버린 딸을 찾으려고 경성에 왔대.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한테 돈을 엄청 뿌리고 있다던데, 우리도 한 번 끼어들어 볼까?"

서유나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관심 없어. 곧 기말시험이라 바빠. 난 패스. 나중에 보자."

한루민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서유나가 시험을 핑계로 거절하다니,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아는 한 서유나는 시험을 보러 간 적조차 없었다. 사실 서유나는 시험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출제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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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202장

  1. 1장제1화 집에서 쫓겨나다
  2. 2장제2화 다재다능한 서유나
  3. 3장제3화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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