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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스피드 결혼
전서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더 이상 설득하지 않고 자신의 신분증을 꺼내 직원의 앞에 내놓았다.
하윤서도 마찬가지였다.
서류를 처리하는 과정 내내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직원은 여러 번 대놓고 힌트를 주며 두 사람에게 지금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직원은 두 사람이 결혼 증명서를 받은 후 원수 사이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확고한 의지를 보였기에 직원은 두 사람의 혼인 신고 절차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직원에게서 두 개의 결혼 증명서를 건네 받은 전서준은 내용을 확인한 후 그 중 하나를 하윤서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건 당신 거에요."
하윤서는 곧바로 증명서를 건네 받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구청을 나섰다.
문 밖에서 전서준은 하윤서가 따라올 때까지 기다린 후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둔 열쇠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
"내가 마련한 집은 명원 가든에 있어요. 할머니 말로는 당신이 완성중학교 앞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면서요? 우리 집은 완성중학교에서 멀지 않아요. 버스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거에요."
"운전면허는 있어요? 운전면허가 있다면 차를 한 대 사줄 수 있어요. 내가 선금을 내고 당신은 매달 할부금을 내면 돼요. 차가 있으면 출퇴근할 때 편할 거에요."
그는 이내 다시 무심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는 일이 바빠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할 때도 많고, 출장을 갈 때도 있어요. 그러니 당신은 자신만 잘 챙기면 돼요. 나한테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생활비는 매달 10일에 월급을 받으면 당신한테 송금할게요."
"그리고,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당분간은 결혼울 비밀로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전서준은 회사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데 익숙해진 탓인지 하윤서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어 했다.
하윤서가 스피드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언니가 자신 때문에 형부와 다투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혼해서 언니의 집에서 나와야만 언니가 진정으로 안심할 수 있기에 그저 함께 생활할 사람이 필요했다.
전서준이 먼저 집 열쇠를 건네자 그녀는 사양하지 않고 열쇠를 건네 받았다.
"운전면허는 있지만, 당분간 차는 필요 없을 것 같아요. 평소에 출퇴근할 때 킥보드를 이용하는데, 얼마 전에 킥보드 배터리를 새로 교체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차가 필요 없어요."
"저기, 전서준 씨. 생활비는 반반씩 부담해야 할까요?"
언니와 형부는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기반으로 결혼했는데도, 형부는 언니가 자신의 돈을 낭비한다고 생각하며 생활비를 반반씩 부담하자는 얘기를 일삼는다. 아이를 돌보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집을 청소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드는지 형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아이를 돌본 경험이 없는 남자는 아내가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요리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이라고 여겼다.
그녀와 전서준은 스피드 결혼을 했고, 오늘 전까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생활비를 반반씩 부담하면 조금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서준은 고민도 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과 결혼한 이상, 당신과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릴 능력이 충분히 있어요. 그러니 생활비를 반반씩 부담할 필요 없어요."
하윤서는 싱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전서준 씨 말대로 할게요."
그렇지만 그녀는 전서준의 도움만 받고 가만히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의 집에 살게 된 이상, 집에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그녀가 직접 구매하면 된다.
어쨌든 집세를 아낄 수 있으니,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해야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전서준은 다시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하윤서에게 말했다. "난 급한 일이 있어서 회사에 돌아가 봐야 해요. 윤서 씨는 내 차를 운전해서 집에 가도 되고, 택시를 타고 가도 돼요. 택시비는 내가 줄게요. 그리고 할머니는 내가 남동생한테 데려다 줄 거에요."
"아, 연락하기 편하게 서로 카톡을 추가하시죠."
하윤서는 휴대폰을 꺼내 전서준과 카톡을 추가한 후 말했다. "저는 택시를 타고 갈게요. 전서준 씨는 먼저 가서 일 보세요."
"알겠어요, 무슨 일 있으면 나힌테 연락해요."
전서준은 떠나기 전, 하윤서에게 택시비로 4만 원을 건넸다. 하윤서가 택시비를 받지 않으려 하자 전서준은 그녀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흘겨보았고, 하윤서는 겁에 질려 무의식적으로 4만 원을 건네 받았다.
결혼 증명서를 받은 두 사람은 함께 구청을 나서지 않았다. 전서준이 먼저 발걸음을 옮겨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는 구청을 나서자마자 곧장 차에 올라탔다.
"우리 손주며느리는 어디 갔니?"
전 할머니는 손자만 구청을 나서는 것을 보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두 사람 같이 들어갔는데, 왜 같이 나오지 않는 거야? 네가 마음을 바꾼 거냐? 아니면 윤서가 후회된대?"
안전벨트를 맨 전서준은 자신의 결혼 증명서를 꺼내 전 할머니에게 건네며 말했다. "결혼 증명서는 이미 받았어요. 저는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회의에 참석하러 가야 해요. 윤서 씨 한테 택시비로 4만 원을 주고 택시 타고 집에 가라고 했어요."
"할머니, 제가 할머니를 앞에 길 모퉁이에다 내려줄게요. 거기서부터 경호원이 할머니를 집에 데려다 줄 거예요."
그러자 전 할머니는 발끈하며 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바빠도 윤서를 혼자 내버려 두면 안 되지. 먼저 출발하지 말고 윤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윤서를 집에 데려다 주고 회사에 출근해."
전 할머니는 차에서 내리려 했지만, 차 문은 이미 잠겨 있었다.
"할머니, 제가 할머니의 뜻대로 하윤서 씨와 혼인신고를 했으니 다른 일에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결혼을 선택한 이상, 앞으로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리고 윤서 씨가 어떤 사람인지 천천히 알아볼 거예요. 윤서 씨가 제 마음에 들기 전까지는 진정한 부부가 되지 않을 거예요."
그러자 전 할머니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전씨 가문은 절대 이혼을 용납하지 않아!"
전서준은 태연하게 맞받아쳤다. "할머니께서 저를 위해 골라주신 아내가, 과연 제가 저의 인생을 걸어도 될 만한 사람인지 지켜봐야 하지 않겠어요?"
전서준은 말을 하면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 못된 녀석! 혼인신고를 하자마자 신혼 아내를 버리고 혼자 차를 몰고 가다니! 이런 남편이 세상에 어디 있어?"
전 할머니는 전서준이 하윤서와 혼인신고를 한 것이 그의 마지막 양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일에 대해서는 그의 원칙을 고집할 것이고, 전 할머니는 그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만약 전 할머니가 너무 심하게 몰아붙인다면, 전서준은 하윤서가 평생 과부로 지내게 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전 할머니가 하윤서를 해치는 꼴이 될 것이다.
전서준은 할머니가 욕을 퍼부어도 아무 말 없이 운전에만 집중했다.
만약 하윤서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 전서준은 그녀에게 당연히 행복을 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할머니를 속이고 평소에 일부러 착한 모습을 연기한 것이라면, 6개월 후에 그녀와 이혼할 것이다.
어쨌든 전서준은 그녀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고, 비밀 결혼을 했으니 하윤서는 이혼 후에도 좋은 남자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
차가 10분 정도 달린 후, 길 모퉁이에 멈춰 섰다.
그곳에는 고급 차 여러 대가 주차되어 있었고, 그중 한 대는 롤스로이스였다.
전서준은 차를 길가에 세우고 내려서 열쇠를 경호원에게 던지며 지시했다. "할머니를 집까지 모셔다 드려."
그러나 전 할머니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난 집에 돌아가지 않을 거다. 너와 함께 지내면서 우리 손주 며느리를 챙길 거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스러운 손자는 이미 롤스로이스에 올라탔고, 전 할머니의 항의를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전 할머니는 손자가 고급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전서준은 사실 완성 상업계의 태자이자 완성시 최고 부호의 실세로, 그가 가지고 있는 재산은 무려 조 단위에 달한다!
"이 못된 녀석, 마음이 어떻게 이리 독할 수가 있지?"
전 할머니는 손자를 욕하며 중얼거렸다. "언젠가 네가 윤서를 미치도록 사랑하게 되는 날이 오길 바랄게. 할머니는 그날을 꼭 기다리고 말 테다."
아무리 화가 나도 손자를 불러들일 수 없었던 전 할머니는 서둘러 하윤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하윤서는 이미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윤서야, 서준이가 일이 너무 바빠서 그래. 서준이를 너무 탓하지 마."
하윤서는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결혼 증명서를 손끝으로 살짝 만지며 말했다. "전 할머니, 저 충분히 이해하고 신경 쓰지 않아요. 그러니 전 할머니도 미안해하지 마세요. 게다가 전서준 씨가 택시비도 챙겨 줬고 지금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에요."
"혼인신고까지 마쳤는데, 아직도 전 할머니라고 부르는 거냐?"
하윤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곧바로 "할머니"라고 불렀다.
전화 너머로 전 할머니의 흐뭇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윤서야, 이제 우리 한 가족이야. 서준이가 너를 괴롭히면 할머니한테 말해. 할머니가 서준이를 단단히 혼내줄 테니까."
어렵게 손주 며느리를 얻은 할머니는 손자가 하윤서를 괴롭히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챕터 목록
총 28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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