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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별

전화 너머로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윤재범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연아, 내가 진작 말했잖니. 송지훈 같은 배은망덕한 놈은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이 안 된다고."

윤다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제가 주제 넘었어요."

"이제 그만 돌아와." 윤재범의 목소리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 "집에서 준비해 둔 혼담 상대는 집안이든 외모든 송지훈보다 백 배는 나아. 너는 우리 윤씨 가문의 가장 소중한 딸이야. 너를 사랑하지도 않는 놈한테 마음 쓰지 마."

"네." 그녀는 나지막이 대답했다. "제가 직접 모든 걸 끝내고 나면, 돌아가서 정략결혼 할게요."

이튿날 이른 아침.

윤다연은 거울 앞에 앉아 하녀에게 헝클어진 머리를 풀어달라고 시켰다. 그녀는 샤넬 신상 진주빛 롱 드레스로 갈아입고 하이힐을 신은 채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하녀들이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아가씨, 오늘 어쩐 일이신가요? 평소에는 늘 못생기게 꾸미고 다니시던 분이…"

"그래야 송 도련님이 안정감을 느낀다고 하셨잖아요."

윤씨 가문 집사 박종길이 은쟁반을 들고 다가오며 조심스레 물었다. "아가씨, 오늘 어르신을 뵈러 가시는 건가요?"

윤다연은 가족을 만날 때만 정성껏 차려 입었다.

윤다연은 붉은 입술을 살짝 올렸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아니요, 학교 가요."

운성 대학교에서 교실 안에는 평소처럼 화려하게 차려입고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를 내는 남녀 몇몇이 모여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들었어? 윤다연 어제 납치당했대!"

"어디 그뿐이야, 옷도 거의 다 벗겨지고 영상도 엄청 찍혔다던데?"

"헐, 그래서 오늘 송지훈 따라다니지도 않고 수업에도 안 온 건가 보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밖에서 갑자기 소란이 일었다.

누군가 휘파람을 불었고, 어떤 남학생은 흥분해서 소리쳤다. "여신님! 이쪽 보세요!"

소란은 점점 더 커졌다.

그들은 무심코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곳에서 차갑고 날씬한 몸매의 여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샤넬 진주빛 롱 드레스는 가는 허리선을 강조했고,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모습은 누구도 그녀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몇 초간 멍하니 바라보던 학생들은, 눈앞의 여인이 늘 촌스럽고 못생기게 꾸미고 다니던 그 윤다연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빠르게 눈빛을 교환하더니, 윤다연을 에워싸고 비꼬는 투로 말했다.

"어이구, 납치당했다더니, 뻔뻔하게 학교에 또 잘도 나오셨네?"

"이렇게 예쁘게 입고? 샤넬 드레스 살 돈은 어디서 났어? 설마…"

누군가 악의적으로 웃었다. "아, 알겠다! 혹시 몸 팔아서 돈 벌고, 그거 들킬까 봐 납치당했다고 거짓말한 거 아니야?"

"맞아, 아무리 꾸며도 송지훈이랑은 안 어울려! 송 도련님은 재벌집 아들이고, 넌 아무것도 아니잖아."

윤다연은 그 말을 듣고 비웃었다.

'재벌집 아들? 송지훈이? 슬럼가에서 기어 올라와서 학비도 내가 대신 내줬던 애가 나한테 어울린다고?'

실상 송지훈은 윤다연이 사준 명품으로 외양만 번지르르하게 꾸미고, 그녀의 인맥에 기대 상류층 파티에 끼어 다녔을 뿐이었다. 심지어 윤다연의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들고 다니며 재벌집 아들인 척 행세하는, 그저 그런 사기꾼에 지나지 않았다.

한때 그녀는 그의 거짓말을 감싸주고, 비참하고 가련한 자존심까지 지켜줬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모든 게 그저 역겨울 뿐이었다.

"길 막지 말고 저리 비켜."

그 말에 몇몇이 즉시 발끈했다. "네가 뭔데 설치는 거야? 뻔뻔한 년!"

그때, 송지훈이 다가왔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윤다연을 꾸짖듯이 말했다. "다연아, 너네 집 사정 안 좋은 건 알지만… 아무리 허영심이 강해도 그런 영상 찍어서 돈 버는 건 안 돼. 이 드레스도… 넌 입으면 안 돼."

윤다연은 그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누가 집안 형편이 안 좋다는 거야? 네 얘기 하는 거야?"

주변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두가 멍하니 서 있었다.

한때 송지훈 앞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던 윤다연이 감히 이런 말투로 그에게 말하다니?!

송지훈이 재벌집 아들인데, 그의 집안 형편이 좋지 않다면 대체 누가 더 좋을 수 있다는 말인가?

"윤다연, 너 미쳤구나!"

"퉤! 역겨워!"

"너는 그냥 가난한 운전기사 딸일 뿐이야. 송지훈이 너 불쌍하다고 챙겨주지 않았으면 너희 가족 다 굶어 죽었을걸? 어떻게 감히 송지훈 집안 형편이 나쁘다고 말할 수 있어?"

그 말을 들은 윤다연은 냉소하며 송지훈을 바라보았다. "내가 네 집 운전기사 딸이라고?"

송지훈의 얼굴은 굳어졌고, 목소리는 차가웠다. "말 돌리지 마. 너, 지금 당장 옷 벗어. 사람 망신시키지 말고."

윤다연은 눈을 굴렸다. "내가 싫다면?"

바로 옆에서 송지훈을 계속 치켜세우던 친구가 그녀에게 달려들어 드레스를 잡아찢으려 손을 뻗었다.

"너 같은 년이 싫다니? 그럼 우리가 벗겨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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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92장

  1. 1장제1화 각성
  2. 2장제2화 이별
  3. 3장제3화 아무 사이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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