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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불륜녀다

송세아의 창백한 얼굴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영혼을 잃은 절망에 가까웠다.

마이바흐는 다음 교차로에서 유턴하더니 앞서 가는 택시를 바짝 뒤쫓았다.

단방향 창문 너머로 한태준의 시선은 뒷좌석에 앉은 송세아의 흐릿한 옆모습에 고정되었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그녀의 얇은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억누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야속한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떨림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정남일…"

한태준은 낮은 목소리로 정남일의 이름을 되뇌며 차가운 눈빛을 번뜩였다.

그는 송세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한때 생기 넘치던 사람이 어떻게 지금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택시는 고급 주택 단지에 들어서더니 한 빌라 앞에 멈춰 섰다.

한태준은 운전기사에게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라고 지시했다.

그는 차 안에서 송세아를 지켜봤다.

그녀는 화려한 빌라 앞에 서서 고개를 들고 건물을 올려다봤다.

그녀는 울지 않았지만, 뼛속 깊이 스며든 절망은 어떤 통곡보다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빌라의 문이 닫혔다.

한태준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김 비서." 그의 목소리는 무서울 정도로 차분했다.

"대표님."

"이사회에 통보해." 한태준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정씨 그룹과의 모든 협력은 오늘 부로 무기한 중단한다. 이미 계약한 프로젝트는 무효로 하고."

김도훈은 숨을 들이켰다. "대표님, 최소 200억에 달하는 초기 투자가…"

"그대로 진행해." 한태준은 그의 말을 단호하게 잘랐다. "그리고 날이 밝기 전에 정남일과 그의 아내 송세아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보고서를 작성해서 내 책상에 올려놔."

"네…"

김도훈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 시각, 송세아는 불을 켜고 차갑게 식은 방을 둘러봤다.

정남일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물론, 윤나연의 곁에 있는 그가 이렇게 빨리 돌아올 리 없었다.

송세아는 신발을 갈아 신고 곧장 2층 서재로 향했다.

그녀는 평소 정남일의 서재에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 존중은 그저 웃음거리가 되었다.

송세아는 컴퓨터를 켜고 정남일이 자주 사용하는 비밀번호를 입력해 봤다.

하지만 그녀의 생일을 포함한 모든 비밀번호가 틀렸다는 오류 안내가 떴다.

송세아는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그녀를 경계한 지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서재를 둘러보던 그녀의 시선이 구석에 놓인 작은 금고에 멈췄다.

'금고에 있는 걸까?'

송세아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가방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꺼내자 화면에 '정남일'이라는 이름이 깜박거렸다.

화면을 몇 초간 응시하던 송세아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세아야, 집에 도착했어? 왜 나한테 문자 안 보냈어?"

휴대폰 너머로 정남일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이 조용한 걸 보니 회사에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방금 도착했어. 내가 깜빡했나 봐." 송세아가 간결하게 대답했다.

정남일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녀의 차가운 말투를 눈치챈 것 같았다. "왜 그래?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어디가 불편해?"

"아니, 그냥 좀 피곤해서 쉬고 싶어." 송세아는 창가로 다가갔다.

"그래. 먼저 자. 나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좀 남아서 늦을 것 같아. 기다리지 않아도 돼." 정남일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당부했다. "관리사님한테 죽 좀 끓여달라고 해. 요즘 몸이 많이 허약해졌으니까 감기 걸리지 않게 이불 꼭 덮고 자고, 알겠지?"

송세아는 그의 위선적인 걱정을 들으며 마치 파리를 삼킨 듯 구역질이 났다.

'몸이 허약해졌다고?

누구 때문인데? 너 때문이잖아!'

"알겠어." 그녀는 차갑게 대답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의 목소리를 단 1초라도 듣고 싶지 않았다.

골수를 빼앗긴 후에야 그녀는 정남일의 본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사랑에 눈이 멀었던 송세아는 이미 죽었다.

이제 그녀는 차분하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자신의 모든 것을 되찾고 말 것이다.

그리고 정남일과 윤나연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정남일은 다음 날 점심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신발도 갈아 신지 않고 거실로 달려온 그는 송세아를 품에 안고 달랬다.

"미안해." 밤샘으로 인해 잠긴 그의 목소리는 진심으로 들렸다. "어젯밤 회사 일이 너무 급해서 날이 밝을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어. 늦게 돌아와서 화났어? 그러지 마, 화 풀자. 응?"

송세아는 그의 품에 안겨 턱을 그의 어깨에 기댔다.

그리고 시선을 그의 하얀 셔츠 칼라에 고정하였다.

그곳엔 립스틱 자국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

송세아는 그 자국에 시선을 고정하고,

머릿속으로 역겨운 장면을 그렸다.

그리고 달콤한 향수 냄새가 그녀의 코를 찔렀는데,

그것은 다른 여자의 향수 냄새였다.

'하!

회사 일이 급하다고?

아마 그년이 발목을 잡았겠지.'

송세아는 구역질을 참으며 정남일과 거리를 벌렸다.

"화 안 났어." 그녀는 고개를 들고 완벽한 미소를 지었다. "고생했어. 얼른 가서 씻어. 관리사님한테 밥 준비해달라고 할게."

"그래. 아참, 세아야. 너한테 줄 선물이 있어."

정남일은 말을 마치고 보라색 벨벳 상자를 건넸다.

송세아가 무심하게 상자를 열자 값비싼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목걸이를 흘깃 쳐다봤지만, 마음속에 아무런 파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남일은 송세아가 기뻐하는 줄 알고 물었다. "마음에 들어?" 내가 직접 고른 거야. 전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목걸이야."

송세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기뻐하는 척했다. "정말? 너무 감동이야…여보, 바쁜 와중에도 나한테 줄 선물을 골랐어?"

정남일은 그녀의 차가운 눈빛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덩달아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야. 나 먼저 씻고 올게."

송세아는 2층으로 올라가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얼굴에 어렸던 미소를 거두었다.

이윽고 위층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송세아는 3분을 기다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

그녀가 살짝 열린 침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정남일의 셔츠가 침대에 던져져 있었다.

셔츠 칼라에 찍힌 립스틱 자국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송세아의 시선은 그 셔츠를 넘어 침대 옆 협탁에 멈췄다.

협탁 위에는 덮어놓은 그의 휴대폰이었다.

송세아는 살금살금 다가가 그의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비밀번호는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정남일은 비밀번호를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었다. 결혼기념일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송세아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잠금을 해제했다.

그녀는 문자 메시지와 갤러리를 재빨리 확인했다.

휴대폰은 일부러 정리한 듯,

이상하리만치 깨끗했다.

그녀가 휴대폰을 내려놓으려 할 때,

"윙."

휴대폰이 그녀의 손바닥에서 진동했다.

새로운 메시지가 화면에 나타났다.

[자기야, 나 너무 힘들어.]

송세아의 미간이 순간 좁혀졌다.

곧바로 두 번째, 세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

[상처에서 피가 나...나 죽는 거 아니지?]

[자기야, 나 지금 자기 너무 보고싶어. 빨리 와.]

발신자: 윤나연.

그리고 사진 한 장이 로딩되었다.

송세아는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 눈동자가 급격하게 수축되었다.

사진 속 윤나연은 알몸으로 남자의 몸 위에 올라타 있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는 몽롱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고, 쇄골에는 키스마크가 가득했다.

그녀의 목에 걸린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정남일이 송세아에게 선물한 목걸이와 똑같았다.

한정판 파텍 필립 시계를 찬 정남일의 손이 여자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송세아의 피를 얼어붙게 만든 것은 바로 배경이었다.

그곳은 그녀의 침실이었다.

그녀가 직접 고르고 주문 제작한 침대가 놓인 그 침실이었다.

조명, 장식품,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책...

모든 디테일이 그녀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녀의 침실에서, 그녀의 베개 옆에서 그 더러운 짓거리들을 했다고!

송세아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입안에서 피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는 사진을 포함한 모든 대화 기록을 선택하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수신자: 송세아.

진행률이 구칙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5%...10%...

그녀는 천천히 올라가는 진행률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37%...52%...

긴장한 심장 박동 소리가 조용한 침실에서 무한대로 확대되었다.

그때,

"딸깍."

뒤에서 문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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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77장

  1. 1장제1화 들통난 거짓말
  2. 2장제2화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불륜녀다
  3. 3장제3화 계약 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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