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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서은하 POV:

다음 날 아침, 태준 씨와 함께 쓰는 침실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공기 중의 먼지를 비췄다. 내 세상을 집어삼킨 어둠에 비해 너무나 밝아서 조롱처럼 느껴졌다. 나는 한밤중에 텅 빈 영혼을 이끌고 우리 집으로 기어들어왔다.

아침 조깅을 마치고 들어온 태준 씨의 삼나무와 바람 향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어제였다면 안전함을 느꼈을 그 향기가, 오늘은 메스꺼움으로 위장을 뒤틀리게 했다.

“내가 들어왔을 때 곤히 자고 있더라.”

그의 목소리는 잘 닦인 돌처럼 매끄러웠다. 그가 몸을 숙여 내게 키스했다.

그의 입술이 내 뺨에 닿았을 때, 나는 움찔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접촉은 한때 우리 사이에 타오르던 불꽃의 역겨운 패러디처럼, 혐오감의 파도를 일으켰다. 내 안의 늑대가 혼란과 배신감에 낑낑거렸다.

“너무 피곤해서.”

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속삭였다.

“근무가 길었거든.”

그는 의심 없이 그 변명을 받아들였다. 당연했다. 나는 순종적인 오메가 서은하, 그와 클랜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삶의 낙으로 아는 지칠 줄 모르는 치유사였으니까.

그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자 매트리스가 푹 꺼졌다.

“생각해 봤는데,”

그가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말을 시작했다.

“유리아… 스톤크레스트 클랜의 비극이 있은 지 5년이 지났어. 이제 그 그림자에서 벗어났다는 걸 공식적으로 축하할 때가 된 것 같아. 부모님께 성대한 만찬을 열어달라고 할 거야.”

피가 차갑게 식었다. 만찬. 내 인생을 파괴한 거짓말의 초석이 된 그 사건을 축하하는 자리라니. 너무나 뻔뻔하고 잔인해서 웃음이 나올 뻔했다.

대신 나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동의의 가면을 썼다.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 태준 씨. 클랜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되겠어요.”

그의 눈이 안도감으로 부드러워졌다. 그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봤다. 그의 착하고 순진한 짝.

“바로 그거야. 당신은 이해해 줄 줄 알았어.”

그는 내 이마에 키스하고는 부드럽게 휘파람을 불며 나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가면이 부서져 내렸다. 나는 정확하고 신중한 동작으로 몸을 일으켰다. 증거가 필요했다. 그들이 내 세상을 산산조각 낸 것처럼, 그들의 완벽한 세상을 박살 낼 단단하고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그의 서재는 그의 성역이었고, 항상 잠겨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비밀을 알았다. 아니, 안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매끈한 금속 문으로 다가가 패널에 코드를 입력했다. 달의 여신이 우리의 운명적 각인을 처음 확인해 준 날, 내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믿었던 그날. 그 아이러니가 목구멍에서 쓴 산처럼 타올랐다.

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방은 군대처럼 정밀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책상 위 사업 서류에는 관심이 없었다. 몇 년간의 배신을 이제야 깨닫고 날카로워진 내 본능이, 크고 화려한 책장으로 나를 이끌었다. 가죽 장정의 법률 서적들 뒤에서, 내 손가락이 비밀 공간의 숨겨진 틈을 찾아냈다.

안에는 크리스탈 사진 앨범이 있었다. 구식 종이 앨범이 아니라, 홀로그램을 투사하는 데이터 크리스탈이었다. 나는 그것을 활성화했다.

그들이 있었다. 태준 씨, 유리아, 그리고 어린 이안이 해변에서 웃고 있는 모습. 세 사람이 똑같은 목도리를 두르고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 나를 입양한 부모님, 강인철 알파와 윤혜진 루나가 그들의 ‘손자’ 이안을 자랑스럽게 안고 미소 짓는 모습. 각각의 이미지는 배신감의 새로운 칼날이 되어 나를 찔렀다.

나는 그의 개인 단말기로 다가갔다. 암호화되어 있었지만, 그는 오만했다. 아무도 접근하지 못할 거라고 믿는 것들에는 간단한 비밀번호를 사용했다. 나는 유리아의 ‘L’을 시도했다. 접근 거부. 그다음엔 ‘Leo’를 시도했다.

폴더가 열렸다. 이름은 ‘L’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하위 폴더들을 클릭했다. 강태준과 유리아 스톤크레스트를 부모로 명시한 이안의 공식 혈통 등록 증명서가 있었다. ‘첫 변신’이라는 제목의 비디오 파일도 있었다. 나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나는 내 짝이 그의 아들이 고통스러운 첫 변신 과정을 겪는 동안, 내게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자부심과 다정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그를 격려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재무’라고 표시된 폴더에서 모든 것을 찾았다. 실버문 클랜의 핵심 계좌에서 스톤크레스트 클랜 명의의 유령 회사로 매달 거액이 송금된 내역. 지불 내역은 항상 같았다. ‘L.R. 생활 자금.’

나는 치유원에서 가져온 빈 데이터 칩을 꺼내 모든 것을 복사하기 시작했다. 화면의 진행률 표시줄은 내 옛 삶의 카운트다운 타이머처럼 느껴졌다. 파일이 하나씩 전송될 때마다, 순진했던 내 모습이 한 조각씩 떨어져 나갔다.

마지막 파일이 전송될 때, 방 안에 희미한 차임벨 소리가 울렸다. 단말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책상 위에 놓인 태준 씨의 개인 통신기였다. 화면에 메시지가 빛나고 있었다.

사진이었다. 보안 카메라 영상의 한 장면. 바로 이 책상에 앉아 있는 내 모습, 경악과 발견의 표정을 짓고 있는 내 얼굴이었다.

심장이 멎었다.

사진 아래에 두 번째 메시지가 나타났다.

*찾던 건 찾았니, 어린 오메가야?*

유리아였다. 그녀는 그의 보안 시스템에 접근 권한이 있었다. 당연했다.

독이 뚝뚝 떨어지는 단어들로 가득 찬 또 다른 메시지가 울렸다.

*그는 네 그 하찮은 오메가 향이 자기 늑대를 진정시키니까 곁에 두는 것뿐이야. 넌 그냥 살아있는 진정제일 뿐이라고. 곧 그것마저도 아니게 되겠지만.*

몇 시간 동안 나를 질식시키던 슬픔이 갑자기 사라졌다. 새하얀 분노에 타서 재가 되어버렸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결정체로 변했다. 그것은 무기가 될 만큼 단단해졌다.

그녀는 내가 하찮은 오메가라고 생각했다. 그들 모두가 그랬다.

나는 그들이 얼마나 틀렸는지 보여줄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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