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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박서준

그날 밤, 자동차는 텅 빈 거리를 가로지르며 달리고 있었다.

탕!

갑작스러운 총성이 밤의 정적을 깨뜨리며 차창 유리가 와르르 깨지더니, 유리 파편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순식간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거리에는 비명이 울려 퍼졌고 남아있던 가게들도 서둘러 셔터를 내렸다.

운전 기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몸을 떨며 급하게 핸들을 틀었다. 타이어가 끼익 소리를 내며 미끄러지더니 어딘가에 세게 부딪혔고 운전 기사는 핸들에 머리를 박은 채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심윤청은 충격으로 정신이 혼미해졌다.

욱신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부여잡은 그녀는 깨진 창문 너머로 깜빡이는 불꽃을 발견했다.

"젠장!"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의 한복판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아마도 두 조직 간의 세력 다툼이 총격전으로 번진 듯했다.

심윤청은 몸을 가누며 차 문을 열고 최대한 몸을 낮춘 채 길가로 기어가려던 순간,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가 크고 강렬한 존재감을 풍기는 남자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이 가려져 있었지만, 그의 까만 눈동자와 오똑한 콧날은 또렷하게 보였다.

남자의 옆구리에서 붉은 얼룩이 점점 퍼지고 있었다. 피였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비틀거리던 남자는 결국 그녀의 발 앞에 쓰러졌다.

그 순간, 또 다른 무리의 건장한 남자들이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왔다. 무장을 하고 있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손등에 같은 문신을 새기고 있었다.

"좋아! 쓰러졌다. 이제 마무리 해!"

보스로 보이는 대머리 남자가 쓰러진 남자에게 총을 겨누며 포악하게 웃었다. 그러다 갑자기 시선을 돌려 심윤청을 보았다.

오늘 밤 이태혁에게 보내질 선물이었던 심윤청은 화려하게 차려입은 상태였다.

몸에 딱 붙는 새빨간 드레스는 그녀의 완벽한 라인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희고 깨끗한 피부와 대조를 이루며 치명적인 매력을 풍겼다. 윤기 나는 긴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고 인형 같은 얼굴에 커다란 눈동자는 남자의 본능을 자극했다.

한마디로 그녀는 꿈속에서나 나올 법한 환상의 여인, 한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유혹 그 자체였다.

음흉한 눈빛으로 심윤청을 바라보는 대머리 남자의 입가에 더러운 미소가 번졌다.

지금껏 본 여자들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가질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이놈을 처리하는 동안, 난 이 예쁜 아가씨랑 좀 즐겨야겠어."

남자가 심윤정을 깨진 창문 쪽으로 거칠게 밀었다.

"안 돼! 제발!" 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간절히 외쳤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내가 너처럼 예쁜 여자를 때리기야 하겠어?" 남자는 조롱하듯 속삭이며 그녀의 어깨를 붙잡더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피부를 스쳤다. 그의 부하들은 흥미롭다는 듯 낄낄대며 남자를 부추기고 있었다.

그 순간, 심윤청의 손이 천천히 보이지 않게 가방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이내 빠른 움직임으로 펜을 꺼내 남자의 목을 향해 깊숙이 찔러 넣었다.

대머리 남자의 눈이 충격으로 휘둥그레졌다. 그의 목에서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고 심윤청을 붙잡고 있던 손에 서서히 힘이 풀렸다.

방금 전까지 겁에 질려 있던 심윤청의 눈동자가 싸늘해졌다.

천사처럼 아름답던 그녀의 모습은 이제 핏빛으로 물든 장미로 변해 있었다.

"이년이 미쳤나! 죽여버려!"

잠시 얼어붙었던 부하들이 이내 분노에 휩싸인 채 심윤청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심윤청이 먼저 날카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한 발짝만 더 다가오면 펜을 뽑아 버릴 거야. 그러면 피가 쏟아져서 금방 죽을 걸?"

순간, 남자들은 멈칫하며 그 누구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

그때, 쓰러져 있던 남자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순식간에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

남자의 움직임으로 보아, 여태 부상을 입은 척 연기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심윤청이 붙잡고 있던 대머리 남자도 머리에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심윤청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피가 튀는 것을 간신히 피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옷과 다리는 온통 끈적한 피로 얼룩지고 말았다.

"윽.."

비릿한 피 냄새가 코를 찔러 속이 울렁거렸다.

순식간에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으로 쓰러지기 직전, 단단한 팔이 그녀의 허리를 움켜쥐더니, 남자가 심윤청을 내려다보며 재밌다는 듯 빙그레 웃는 것이다.

"아까는 그렇게 용감하더니 이제 와 겁먹은 거야?"

심윤청은 인상을 쓰며 본능적으로 그를 밀쳐냈다.

"이거 놔!"

심윤청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어둠 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나타났다.

게다가 주변 건물의 옥상에서도 총으로 두 사람을 겨누고 있는 남자들의 실루엣이 보였다.

남자들은 전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정확하게 움직였다. 심윤청은 그들이 숙련된 킬러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기관총과 바주카포를 마치 일상적인 무기라도 되는 듯 자연스럽게 다루고 있었다.

한마디로 그들은 잘 훈련된 정예 부대와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남자들이 갑자기 한 명 한 명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마치 왕 앞에서 절이라도 하듯이.

수백 명의 남자들이 동시에 머리를 숙이고 그들 중 대장인 듯한 남자가 경건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시를 내리십시오, 박 도련님."

심윤청은 숨이 멎을 듯했다. "당신이.. 박서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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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168장

  1. 1장제1화 수감
  2. 2장제2화 박서준
  3. 3장제3화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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