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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임신
서한별은 다음날 병원에 갔다. 의사가 임신 테스트 결과를 건넸을 때, 그녀의 심장은 털썩 내려 앉았다.
매번 관계를 가질 때마다 피임에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에, 언제 임신을 하게 된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주태현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에 불쑥 떠올랐고, 갑작스레 마음의 통증을 느낀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것은 오직 그녀만의 아이다. 주태현은 이 아이와 아무 관련이 없다. 어떻게든 서한별은 이 아이를 낳을 생각이었다.
서한별은 검사 결과를 구겨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어 돌아서서 계단을 내릴 때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바로 멈춰 섰다.
그녀는 건물의 유리벽을 통해 주태현이 차에서 내려 조수석으로 향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차문을 열고 한 여성을 에스코트했다. 그녀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자상한 면모였다.
서한별의 코에서 찡한 느낌이 몰려왔다. 주태현과 그토록 오래 있으면서 그런 따뜻함은 느껴본 적이 없었으니.
전에는 그가 전혀 남자친구답지 않다고 불평하기도 했었다. 둘이 사귀면서 중요한 기념일에 선물 받아본 적도 없고, 그에게서 배려 같은 걸 느껴본 적도 없었다.
이제 알고 보니, 주태현이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녀가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 어떤 노력도 들이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왜 그녀를 선택했던 걸까?
서한별은 애써 흐르는 눈물을 참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래, 백씨 가문의 아가씨가 얼마나 존귀한 신분인데, 내가 어찌 감히 경성의 최고 재벌 아가씨와 비교가 되겠는가?'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로비 한가운데에서 주태현은 그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2층 계단 쪽을 올려다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태현 씨,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백한나는 약간 혼란스러운 듯 물었다.
"아니야." "가자."
서한별은 소지품을 챙기기 위해 곧장 한강 별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자신이 정성껏 꾸민 방을 바라보며 가벼운 탄식이 스스로 나왔다. 어제만 해도 따뜻하고 아늑한 집 같이 느껴졌던 곳이 이제는 그녀의 어리석음을 증명하는 공간이 되었으니.
우습게도 주태현의 눈에 그녀의 진심은 한 푼의 가치도 없었다.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마침 이때 휴대폰에서 알림이 떴다. 백씨 가문과 주씨 가문의 후계자들의 약혼 소식이 뉴스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서한별은 대중이 이번 일을 삼아 그녀를 조롱거리로 삼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항상 놀림거리였고, 주태현이 어느 정도 그녀를 보호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상황이었다. 이제 그는 공식적으로 다른 여성과의 결혼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서한별 역시 결혼하고 싶었지만, 모든 건 그녀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주태현은 그녀를 여자친구로 인정한 적이 없었으니까.
서한별은 아픈 가슴을 억누르며 샀던 옷가지를 모아 캐리어에 넣기 시작했다. 별로 많지는 않았다. 그런 다음 하우스키핑 서비스에 전화를 걸어 별장을 3년 전의 상태로 복원하라고 부탁했다.
모든 것을 정리한 후 그녀는 주태현과 함께했던 주거 공간을 마지막으로 한번 둘러보았다. 이어 뒤돌아보지도 않고 별장을 떠났다.
그녀는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이 백씨 가문 아가씨 백한나와 비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서한별은 캐리어를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3년 동안 주태현을 쫓아다니느라 부모님에게 적지 않은 수치심을 안겨주었다. 그 결과 부모님과도 사이가 틀어져서 특별한 휴일을 제외하고는 서로 연락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서한별은 눈앞의 주택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그녀가 문 손잡이를 잡으려고 손을 뻗는 순간,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동작을 멈췄다.
서한별의 손이 저도 모르게 조여졌다. 3년 동안 남자 하나 때문에 가족 내에서 불화를 일으켰으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고통과 수치심이 그녀를 덮치면서 서한별은 서서히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그녀는 주태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결국 그녀에게 돌아온 건 다른 여자와의 결혼 소식이었다.
어젯밤에 남자가 했던 말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울렸다.
서한별은 잠시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어 몸을 일으키고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 아빠! 저 왔어요."
다투던 두 사람의 소리가 끊기면서 그들의 시선이 동시에 서한별을 향했다.
챕터 목록
총 18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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