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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결혼 대타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중간에서 잘렸다.
"닥쳐."
주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며 말했다. "송 아가씨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당장 사과드려."
그 말에 일행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털썩!"
그들은 전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송 아가씨,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눈이 삐었나 봅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송지아가 입을 열었다.
"됐어. 어차피 받아야 할 보수는 받았으니까. 별일 없어 보이니까, 난 이만."
하지만 곧 덩치가 큰 남자가 그녀의 앞을 막았다. 넓은 어깨와 길게 뻗은 다리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고마워. 아까 보니 정말 용감하더군."
주지훈의 약혼 상대는 육씨 가문에서 잃어버렸던 큰딸 송지아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그녀는 얼굴이 흉측하게 망가졌으며, 지난달에야 육씨 가문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 온 즉시 육씨 가문 사람들의 괴롭힘을 당했고 심지어 양부모의 성씨를 아직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소문 속의 그녀는 겁이 많고 무능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그녀는 소문과 완전히 달랐다. '겁이 많고 무능한 사람? 말도 안 되는 소리.'
"송지아, 우린 곧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의 목소리는 중저음이었고 매력적이고도 미묘하게 들렸다.
송지아는 별로 놀라지 않은 기색이었다. 자신이 직접 주지훈의 약혼녀라고 밝혔으니 그녀의 신분을 알아 차리는 것쯤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눈치는 빠르시네. 하지만 우린 다시는 안 보는 게 좋을 거야."
말을 마친 그녀는 두 팔로 팔짱을 꼈다.
"충고 하나 하지. 손목시계나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거야."
송지아는 말을 마치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 약혼식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형님, 이 시계는 어르신께서 선물하신 겁니다. 그리고 저희가 이미 확인했는데,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주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송지아이 그런 시덥잖은 농담을 할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단검을 꺼내 시계를 분해했다.
철컥!
시계 내부에 하얀 분말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주지훈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사람 시켜서. 병원에 가져가. 이 분말이 뭔지 알아내."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전에 그들은 직접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형님, 저희는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그들이었지만 시계 안에 분말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송지아는 어떻게 알아차린 걸까?
주지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명령했다. "벌은 알아서들 받아."
그 즉시 모두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예! 형님!"
주지훈이 정신을 차렸을 때, 송지아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마치 애초에 나타난 적이 없는 듯 흔적 하나 없었다.
시간 후, 송지아는 약혼식이 열릴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로비에서 어머니 맹여정이 살갑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평소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지연아, 네가 갑자기 시골로 내려가는 바람에 엄마는 네가 화가 난 줄 알았지 뭐니. 그래서 나도 홧김에 통화 중에 심한 말을 좀 했어..."
육씨 가문과 주씨 가문은 일찍부터 주지훈과 송지아의 혼약을 정했다.
재벌가들 사이에서도 주씨 가문은 인맥, 재력, 지위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최상급 재벌 가문이다.
하지만 주지훈에 대한 소문은 좋지 않았다. 얼굴이 못생긴 데다 망나니 짓을 일삼고 다니고 그의 손에 망가진 여자가 셀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주지훈 본인을 직접 만나 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러니 맹여정은 그녀가 그토록 애지중지 키운 작은딸 육소희를 단연코 주지훈에게 시집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잃어버린 큰딸을 다시 데려온 것이다.
"맞아요, 언니. 엄마는 언니를 정말 아끼세요."
육소희가 수줍게 앞으로 나서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서 원래 이 약혼도 언니한테 다시 돌려 주신거에요."
송지아는 차갑게 비웃으며 손을 손을 뺐다.
육소희의 행복과 육씨 가문의 발전이 달려 있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평생 그녀의 존재를 떠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위선적인 사람들을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아 호텔 직원을 향해 소리를 높였다. "이봐요, 그 대단하신 주대표를 언제 만날 수 있는지 가르쳐 주세요.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요."
그녀의 양부모는 죽기 전에 그녀에게 주씨 가문에 가서 생체 칩을 찾아오라고 했다.
그런데 육씨 가문에 돌아오자마자 갑자기 등 떠밀려 주지훈과 결혼하게 될 줄은 그녀도 몰랐다.
기회가 제 발로 굴러 들어 온 것이다.
맹여정은 깜짝 놀랐다. '못 배워 먹은 년!' 하지만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가정부가 주씨 저택으로 달려갔다.
"도련님, 송 아가씨께서 몸이 편찮으시다며 먼저 뵙기를 청하셨습니다."
남자는 아주 잘생긴 얼굴이었다. 속눈썹은 길고 짙었고 이목구비가 아주 뚜렸했다. 얼핏 보면 혼혈인 듯 보였다.
"곧 간다고 전해."
가정부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예, 도련님!"
곧 서재는 다시 조용해졌다.
옆에 앉은 빨간 머리의 남자가 하품을 했다.
"야, 주지훈. 네 그 못난이 마누라, 말하는 투가 아주 보통이 아닌데?"
오민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네가 오전에 기습을 당한 일 말이야. 너 설마, 널 구해 준 사람을 잘 못 본 건 아니냐?" "송지아는 겁이 많고 무능한 여자라고 들었단 말이야."
주지훈의 얼굴에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몰라. 하지만 사람에게서 다른 색깔을 본 건 그 여자가 처음이야. 전 세계를 뒤져서라도 꼭 찾아내고 말 거야."
오민혁은 혀를 끌끌 찼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잘못 본 거 아니냐? 의사도 네 눈이 여전히 정상이 아니라고 했잖아."
솔직히 주지훈도 자신이 잘 못 본건 아닌지, 의심을 했었다. 그의 시야는 다시 흑백으로 돌아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온 검사 보고는 틀릴 리 없다. 그 분말은 분명히 독약이었다. 그러니 그 여자가 연속으로 두번이나 그의 목숨을 구해 준 것이다.
그는 고개를 살짝 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 여자가 맞는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되겠지."
챕터 목록
총 10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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