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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집사가 내 머리의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준 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권도준의 서재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절대 쓰지 못하게 했던 값비싼 가죽 의자에 앉아 그의 컴퓨터를 켰다.

바탕 화면에는 작년 여름 해변에서 찍은 우리 네 가족의 사진이 있었다. 아이들은 웃고 있었고, 권도준은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었으며, 나는 바보같이 사랑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화면 속 웃고 있는 내 얼굴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낯선 사람. 광대.

나는 빈 문서를 열고 이혼 합의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머리의 통증은 둔탁하게 울렸지만, 영혼의 고통에 비하면 희미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타이핑을 하는 동안 기억들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갓난아기였던 시우, 작고 연약한 손으로 내 손가락을 꽉 쥐던 모습. 한 살배기 시아가 내 목에 얼굴을 파묻고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렀던 순간. 그 기억은 너무나 선명해서 아팠다.

결혼 1년 후, 시험관 시술을 해보자고 부드럽게 설득하던 권도준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신과 함께 가정을 꾸리고 싶어, 아진아.”

그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더 이상 기다리지 말자.”

주사, 병원 방문, 몇 달간 계속된 입덧을 기억했다. 쌍둥이를 키우는 엄청난 노력,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시간, 그가 원하는 완벽한 아내와 엄마가 되기 위해 내 꿈을 희생했던 순간들을 기억했다.

그리고 아이들… 그들은 나를 사랑했다. 내 상상이 아니었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시우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냉장고에는 우리 ‘행복한 가족’을 그린 아이의 그림이 가득 붙어 있었다.

“과자보다 엄마를 더 사랑해.”

시아는 잠자리에서 껴안을 때마다 속삭였다.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약 1년 전, 아이들이 프랑스어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권도준의 동료가 추천해준 새로운 가정교사라고 했다. 똑똑하고 교양 있는 여자.

윤희수.

이제야 이해가 갔다. 아이들의 마음을 서서히 병들게 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미묘한 비교, ‘희수 이모’가 얼마나 더 세련되고 똑똑한지에 대한 무심한 언급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나는 웹 브라우저를 열고 권도준의 이름을 입력했다. 그의 공개된 소셜 미디어는 알고 있었지만, 직감적으로 다른 것이 있을 것 같았다. 검색어에 ‘비밀’, ‘블로그’를 추가했다. 조금 파고들자, 가명으로 된 잠긴 계정을 찾아냈다. 비밀번호는 날짜였다. 윤희수가 그를 떠난 날.

나는 그것을 열었고, 속이 뒤집혔다. 그곳은 신전이었다. 수년간의 게시물, 사진, 보내지 않은 편지들, 모두 그녀에게 바쳐진 것이었다. ‘나의 희수’, 그는 그녀를 그렇게 불렀다. ‘유일한 사람.’

그는 멀리서 그녀의 모든 삶을 기록해왔다. 파리에서의 학업, 미술 전시회, 여행. 그리고 그녀의 귀국.

1년 전 게시물이 있었다. ‘그녀가 돌아왔다. 그녀를 가까이 둘 방법을 찾았다. 아이들은 진짜 엄마를 알아야 한다.’

그는 그녀를 아이들의 프랑스어 가정교사로 고용했다. 그는 1년 동안 그녀를 우리 집, 우리 삶으로 끌어들였다. 그는 이 재회, 이 교체를 내 코앞에서 지휘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그녀를 위해 열어준 환영 파티 사진들을 훑어보았다.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파티는 프라이빗 클럽에서 열렸다. 그는 내가 항상 꿈꿔왔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은 그녀의 허리께에 놓여 있었다. 그들은 커플처럼 보였다. 당연한 커플.

그리고 사진 속에는 윤희수를 숭배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를 엄마로 보도록 가르치면서, 동시에 나를 경멸하도록 가르치고 있었다. 게시물에는 그가 아이들과 나눈 ‘수업’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오늘 나는 아이들에게 희수의 예술적 재능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아진은 막대기 그림조차 제대로 그리지 못한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유전적 재능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모든 조각이 맞춰지며, 너무나 거대하고 치밀하게 계획된 배신의 그림이 완성되었다. 숨이 막혔다. 나는 바보, 눈먼, 순진한 바보였다.

나는 이혼 합의서 작성을 마쳤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날아다녔다. 나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깔끔한 단절. 그리고 한 가지 더.

문서를 인쇄하고 브라우저를 닫으려 할 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권도준과 아이들이 돌아왔다.

나는 재빨리 컴퓨터를 끄고 일어섰다. 인쇄된 서류를 손에 꽉 쥐었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으로 끈적끈적한 얼굴을 한 채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엄마, 밀어서 미안해요.”

시아가 시럽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언가를 원할 때 쓰는 말투였다.

“실수였어요.”

시우는 나를 쳐다보지 않고 덧붙였다.

나는 내 목숨보다 더 사랑했던 이 아이들의 얼굴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 애정의 샘은 말라붙어 황량한 불모지만 남았다.

“그래.”

나는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아이들은 내 무반응에 놀란 듯했다. 권도준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들어왔다.

“아진아, 괜찮아? 정말 걱정했어.”

그가 내 팔을 만지려고 손을 뻗었다. 나는 불에 덴 듯 움찔하며 물러섰다.

“만지지 마.”

혐오감이 너무나 본능적이고 갑작스러워서 헛구역질이 났다. 나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권도준의 눈이 커졌다가 가늘어졌다. 그의 얼굴에 흉측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설마…? 아진아, 임신했어?”

그 질문은 터무니없고 끔찍하게 공중에 떠돌았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표정은 비난으로 굳어졌다.

“일부러 그런 거지? 희수를 보고 나서, 다른 아이로 나를 옭아매려고 한 거지?”

“무슨 소리야?”

나는 겁에 질려 속삭였다.

그가 내 팔을 잡았다. 손가락이 내 살을 파고들었다.

“지금 당장 확인해야겠어.”

그는 나를 안방 욕실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찬장에 테스트기 있잖아.”

나는 맨발로 광택 나는 나무 바닥을 미끄러지며 그에게 저항했다.

“이거 놔, 권도준!”

몸싸움을 하던 중, 내 다리가 받침대 위에 놓인 커다란 도자기 화병 모서리에 걸렸다. 화병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수백 조각으로 산산조각 났다. 날카로운 파편 하나가 내 종아리를 깊게 베었다. 날카롭고 즉각적인 통증이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권도준은 멈춰 서서 내 발 주위에 고이는 피를 내려다봤다. 그는 내 팔을 놓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볼 뿐이었다.

내 마음은 2년 전으로 돌아갔다. 우연한 임신. 10주 만의 유산. 나는 절망에 빠졌었다. 권도준은 나를 안고 부드럽고 위로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자기야. 우리에겐 예쁜 쌍둥이가 있잖아. 서로가 있잖아.”

또 다른 거짓말. 그는 분명 안도했을 것이다. 또 다른 아이는 또 다른 복잡함, ‘대용품’과의 또 다른 족쇄였을 테니까. 그의 부드러운 위로는 연기였다.

그가 내 팔을 다시 잡아당겨 깨진 도자기 조각 위로 나를 끌었다.

“테스트기, 아진아. 지금 당장.”

그는 나를 욕실로 밀어 넣고 임신 테스트기를 내 손에 쥐여주었다.

나는 작은 플라스틱 막대기와 그의 차갑고 분노에 찬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6년 동안, 나는 그가 나의 구원자라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그의 진짜 모습을 보았다. 그는 나의 감금자였다.

나는 고통과 분노, 두려움이 뒤섞인 채 떨리는 손으로 테스트를 했다. 그는 내 위에서 나를 지켜보며 기다렸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긴 5분이 흘렀다.

마침내, 결과 창이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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