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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최악의 모습으로 그를 다시 만나다

육수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날카롭고 강렬한 시선을 마주했다.

비가 내리는 거리에 가로등은 흐릿하게 깜빡이고 있었고 그 아래 안우혁은 빗속 역광을 등진 채 서 있었다. 그의 위압적인 존재감은 누구든 한눈에 숨을 멎게 했다.

그 뒤로는 고급 차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고, 이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경호원들은 그의 양옆에 서 있었고 한 명은 그의 머리 위에 우산을 들고 있었지만,

정작 안우혁의 손에 들린 우산은 오직 육수연만을 향해 있었다.

그는 천천히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아무 말 없이 몸을 숙여, 육수연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검은 테 안경을 천천히 벗겼다.

예고도 없던 행동에 당황할 틈도 없이, 그녀의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가 완전히 드러났다.

그 순간, 안우혁의 입꼬리가 비웃듯 올라갔다. "몇 년 만이지, 육수연. 꼴이 참… 말이 아니군. 연애에 미쳐 살던 머리는 좀 식었어?"

그의 말은 날을 세운 비수처럼 정곡을 찔렀다. 육수연의 눈에 눈물이 맺혔고, 간신히 붙잡고 있던 마지막 자존심마저 그의 냉소에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녀가 무언가를 말하려던 순간, 안우혁은 그녀를 단번에 품에 안아 들었다. 그는 두 팔로 육수연을 단단히 감싸 안은 채, 마치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보호하듯 걷기 시작했다.

안우혁은 근처에 대기 중이던 검은 차로 향했고, 경호원들이 재빨리 길을 열어주었다.

주변의 소음과 쏟아지던 수군거림은 이내 잠잠해졌다.

사람들은 그대로 얼어붙은 듯, 그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차 안에서 육수연은 흙탕물에 젖은 드레스를 떨리는 손으로 꼭 쥐고 있었고, 고개를 숙인 채 거칠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안우혁… 왜 하필 지금 돌아온 거야?"

'왜 하필, 내가 이렇게 망가졌을 때 돌아온 거냐고.'

안우혁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감싸 쥐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왜겠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던 여자가 어떻게 살고 있나 보러 온 거지."

안우혁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다시 비웃음이 스쳤다. "육수연, 내가 7년 전 뭐라고 했는지 기억 나?"

그녀는 물론 기억하고 있었다.

안우혁은 임씨 가문의 가장 자랑스러운 도련님이고 육수연의 과거 최대의 라이벌이었다.

둘이 마지막으로 만난 건 7년 전 공항에서였다. 헤어지기전의 작별 인사가 둘 사이에 최악의 싸움으로 번졌다.

안우혁은 그녀가 허상철과 육씨 가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비굴하게 매달리는 걸 경멸했고, 육수연은 그의 오만함과 그녀가 아끼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견디지 못했다.

안우혁은 일찍이 육수연에게 경고했었다. 사랑도, 가족도 끝내는 그녀를 아프게 할 뿐이고, 무조건적인 희생은 결국 허무한 상처만 남긴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때의 육수연은 너무 어려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가족들이 지금은 날 싫어해도 괜찮아. 내가 더 잘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면 언젠가는 날 받아줄 거야.'

그 믿음 하나로 육수연은 허상철과의 결혼을 받아들였고, 오빠들이 경계심을 품지 않도록 일부러 평범한 척, 모자란 척 살아왔지만, 뒤에서는 몰래 육씨 가문과 허씨 가문의 모든 위협을 제거해 왔다.

안우혁의 손가락이 그녀의 턱을 꽉 움켜쥐자, 따뜻한 눈물이 그의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고, 차가웠던 얼굴에서 한 순간 미묘한 변화가 일었다.

그는 조용히 그녀의 턱에서 손을 뗐다.

육수연의 목소리는 떨렸고, 비를 맞은 이유로 여전히 거칠었다. "안우혁... 네 말이 맞았어. 그 사람들, 다 날 괴롭혔어."

"이십 년 넘게 내가 일방적으로 헌신했던거야. 내가 진짜… 한심한 바보인가봐."

오랜 침묵 끝에야 안우혁이 입을 열었다. "네가 바보였던 게 아니야. 그 사람들이, 네 진심을 받을 자격이 없었던 거지."

하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돌려보니, 육수연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그날 밤, 육수연은 갑작스럽게 고열에 시달렸다.

안우혁의 주치의인 레스는 그의 전화 한 통에 한밤중 잠에서 깨 의료 가방을 챙겨 급히 달려왔다.

다년간의 경력을 지닌 레스는 빠르게 검진을 진행했고, 침대 옆에 서서 창백하고 지친 육수연의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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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161장

  1. 1장제1화 버려진 가짜 딸
  2. 2장제2화 최악의 모습으로 그를 다시 만나다
  3. 3장제3화 비너스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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