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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갖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심준혁 씨, 당신은 여전히 무정하고 매정하네요." 최예림은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말투로 쏘아붙였다.

방금 전까지 뜨거웠던 두 사람의 분위기가 순간 차갑게 얼어붙었다.

최예림은 그에게 의도를 들켰으나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눈물을 머금은 그녀의 얼굴에 고집스러움이 묻어났다.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없다면, 우리 관계도 오늘 부로 끝이에요. 당신은 내 삼촌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그녀가 하는 말을 들은 심준혁이 기가 차다는 듯이 비웃었다. "내 침대에 먼저 올라온 건 너잖아? 이제와 관계를 끝내자고? 최예림, 넌 내가 우스워?"

최씨 가문이 몰락한 건 한 순간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최예림의 세상이 무너졌고, 그녀의 아버지 최철광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투신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녀의 오빠는 감옥에 갇혔다.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그녀의 어머니는 어린 그녀를 데리고 심준혁의 큰형인 심정환의 내연녀가 되었다. 심정환의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심정환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최예림의 어머니를 심씨 가문에 데려갔다.

심씨 가문에서 그들을 반기는 사람은 없었고 혐오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기 주제를 잘 알고 있는 최예림은 심씨 가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항상 숨기고 다녔다. 그러나 심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괴롭히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을 느낀 그녀가 스스로 심준혁을 찾아갔다.

심씨 가문의 후계자인 심준혁은 유성에서 그녀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미간을 찡그린 그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한 그녀의 눈이 유난히 고집스러웠다. 어깨에 간신히 걸친 침대 시트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풍만한 가슴이 그대로 밖에 드러났다.

"그런 명분은 안 된다면 우리 관계는 어떻게 정의하는 게 좋을까요?" 잔뜩 비아냥거리는 그녀의 말투가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원나잇 상대? 애인? 아니면, 외로울 때마다 몸을 달래주는 섹스 파트너?"

작은 얼굴에 오목조목하게 들어있는 예쁜 이목구비는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쉽게 잊혀질 수 없는 미인이었다. 간신히 억누른 욕망이 다시 피어 오르는 순간, 그의 두 눈은 탐욕으로 가득 찼다.

"갖고 싶은 걸 말해. 최대한 들어줄 테니까." 무심한 말투로 말한 그가 그녀의 턱을 놓아주고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더 많은 설명이 없었지만 의도는 충분했다. 그는 아직 그녀와의 관계를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최예림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그의 잠자리 파트너로 지낼 수 있지만, 떳떳하지 못한 내연녀는 되고 싶지 않았다. 이것은 그녀가 절대 깨뜨릴 수 없는 자신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심준혁 씨, 저 이제 지쳤어요. 아니, 질렸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끝내요." 끝낸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심준혁은 애초에 그녀를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이미 찢어진 원피스를 챙겨 입는 그녀는 이미 결심을 굳힌 듯했다.

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심준혁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대체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자리에 멈칫한 그녀는 온 힘을 다해 태연한 척하며 그를 돌아봤다. "심 대표님께서 제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으니 저도 더 이상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겠네요. 저는 하루라도 빨리 제게 어울리는 남자를 찾아야겠어요."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심준혁은 당장에 그녀의 팔목을 잡고 끌어당겨 무릎에 앉혔다. 가녀린 다리가 그의 다리를 휘감는 순간, 그는 의지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다른 남자를 찾겠다고? 어떻게?" 목소리를 낮게 깐 그가 위협적으로 추궁했다. "내가 아닌 다른 남자가 널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질렸다고? 최예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애초에 내 침대에 먼저 기어 올라온 사람이 너라는 사실 잊지 마."

잡힌 손목을 빼내기 위해 힘껏 몸부림친 그녀가 눈물이 가득 고인 얼굴로 소리쳤다. "내가 먼저 유혹한 건 사실이지만 후회한다고요! 어차피 당신은 오나은 씨와결혼할 건데, 왜 난 제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려야 하죠? 내가 아무리 뻔뻔한 사람이라도 해도, 당신에게 목맬 만큼 한심한 사람은 아니에요."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삭막할 정도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어색한 침묵을 깼다.

짜증이 한껏 치민 얼굴로 휴대폰을 확인한 심준혁은 화면에 반짝이는 이름을 보자 미간을 서서히 풀었다.

오나은. 그는 최예림의 손을 풀어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휴대폰을 귀에 가까이 가져다 댄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그녀는 마음이 완전히 식어 내렸다. 심준혁의 다정한 목소리는 그녀가 침대 위에서 몸을 섞을 때만 들을 수 있는 것인데...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금 바로 갈게." 통화를 마친 심준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기더니 소파에 앉아 있는 최예림을 흘깃 쳐다봤다. "주 비서더러 입금하도록 할 테니, 떠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말을 마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다. 멍한 눈으로 이미 그가 떠난 자리를 가만히 쳐다보던 최예림의 아름다운 얼굴에 독기가 서렸다.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면, 자존심이라도 챙겨야 한다. 아니, 갖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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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305장

  1. 1장제1화 당신의 아내
  2. 2장제2화 갖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3. 3장제3화 몸을 함부로 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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