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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내가 한 짓이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소리!" 분노에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진 박운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창피를 당하고도 모자라?"

그의 말에 안채린은 범인으로 낙인이 찍혔다.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 나는 것을 느낀 안채린은 소매 아래로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는 그녀를 구해주지 않았을 뿐더러, 그녀의 말조차 믿어주지 않았다. 그녀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남자가 이토록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오늘에야 알아차렸다.

"내가 한 짓이 아니야!" 안채린이 입술을 꽉 깨물며 단호한 눈빛으로 박운재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박운재는 그녀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감독을 돌아봤다. "오늘 일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죠."

곧 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유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손목은 좀 어때? 아직도 많이 아파? 병원에 데려다 줄게."

수줍게 얼굴을 붉힌 이유비가 그의 품에 얼굴을 살짝 파묻었다. 두 사람은 모두의 시선을 뒤로한 채 다정하게 밖으로 나섰다.

위태로운 모습으로 홀로 남겨진 안채린은 뼛속까지 저미는 오한이 덮치는 것을 느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그녀의 약혼자가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에 고민도 하지 않고 그녀를 버렸던 것이다.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진 것을 느낀 그녀는 자신을 향한 비난에 어쩔 바를 몰라 했다.

감독은 그녀를 연극단에서 쫓아내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박운재가 나서서 오늘 사건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했다.

연극단에서 꽤 인기가 있었던 안채린은 한 순간에 모든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는 죄인이 되었다.

웃음과 활기로 가득 찼던 공간에 적막만 가득 남았다.

그녀는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를 힘겹게 이끌고 절뚝거리며 간신히 밖으로 나갔다. 왼쪽 다리를 타고 흐르던 핏자국은 이미 말라 있었고, 상처 주위에 박힌 나무판자 파편은 보고만 있어도 섬뜩했다.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두컴컴한 계단에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눈 부신 조명처럼 비춰졌다. 계단 바로 앞에 멈춰 선 세단 뒷문이 열리며, 차가운 인상의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앞으로 한 발짝 다가선 그 남자의 얼굴에 비친 조명 덕분에, 그의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 남자를 발견한 안채린이 자리에 우뚝 멈춰 서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삼, 삼촌?"

그 남자는 박현진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박운재의 삼촌이다. 안채린은 박운재와 약혼한 사이였기에, 박씨 가문 일원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안채린." 박현진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 마력이 묻은 듯, 안채린은 잠시나마 고통을 잊었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 이내 눈살을 깊게 찌푸렸다. "내가 널 안아서 차에 태워줄까?"

그녀의 의사를 묻는 담담한 말투였지만, 안채린은 어쩐지 이상한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당혹감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가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아, 아니요. 전 괜찮아요."

그녀보다 10살이나 많은 박현진은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빼어난 외모와 다부진 체격을 가진 그에 비하면 박운재는 감히 비교할 바가 되지 못했고, 사람들 모두 박현진을 박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로 오해하기까지 했다.

더욱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과 가까이 다가갈 엄두조차 나지 못하게 만드는 그의 날카로운 인상에 모두가 그를 두려워했다.

박씨 가문 사람들에게 애교를 부리며 친근하게 다가가는 안채린조차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그가 우아하게 팔을 들어 올리자 정교한 커프스 단추가 조명에 반짝이며 빛을 냈다.

"내가 부축해 줄게."

안채린은 그의 호의를 거부하려는 순간, 그의 엄지손가락 아랫부분 근처에 미처 마르지 않은 핏자국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그의 손을 움켜잡고 충동적으로 손을 뒤집어 보니, 손바닥에 금방 생긴 것으로 유추되는 상처가 가득 나 있는 것이었다.

사고 당시 조명이 다시 밝혀졌을 때, 누군가 그녀의 다리를 누르고 있던 나무판자를 힘으로 부러뜨린 것 같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알 수 없는 감정에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며 코가 시큰해 난 안채린은 자기도 모르게 움켜쥔 손에 힘을 줬고, 그러자 손끝이 하얗게 변했다.

"언제까지 쳐다볼 거야?"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태연하고 담담하기만 했다.

그제야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안채린은 하얗게 질린 얼굴을 빨갛게 붉히더니 황급히 그의 손을 뿌리쳤다.

"죄, 죄송해요. 제가 깨끗하게 닦아드릴게요." 당혹감에 젖은 그녀의 목소리에 걱정이 가득 묻어났다.

심한 결벽증이 있는 박현진은 다른 사람이 그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고, 신체 접촉은 아예 허용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아버지조차도 그의 개인 공간을 침범할 수 없었고, 하인들이 실수로 그의 몸을 다치는 날이면, 그는 샤워를 몇 시간 동안이나 했었다.

이것은 박씨 가문 일원이라면 누구나 상기해야 할 금기사항이었다.

서둘러 주머니를 뒤진 안채린은 오늘 물티슈를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 잠깐 편의점에 다녀올게요." 그녀의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살짝 섞여 있었다.

그러나 박현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아래로 내려 상처를 감췄다.

"난 괜찮으니까, 먼저 차에 타. 병원에 가서 상처부터 치료해야지."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거역할 수 없을 만큼 단호했다.

고개를 아래로 떨군 안채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차가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뒷좌석에 올라탄 그녀는 박현진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학교 양호실에서 간단하게 치료해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그 생각을 말하기도 전에, 박현진은 이미 뒷자리에 올라탔다.

널찍했던 뒷자리가 그의 긴 다리 때문에 비좁게 느껴졌다.

은은한 우디 향과 함께 차가운 공기가 전해졌지만, 따뜻한 온기가 마음에 가득 퍼졌다.

티 나지 않게 옆으로 몸을 움직인 안채린은 작은 손으로 치마 끝자락을 움켜쥐었다.

"삼촌, 구해줘서 고마웠어요." 속삭임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태연한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그가 한참이 지나서야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다시 시동을 건 차가 출발하며 칸막이를 올리자, 어색했던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졌다.

창백한 얼굴을 한 안채린은 이마에 연신 식은땀을 흘리며 창 밖에 시선을 고정했다.

"내가 무서워?" 침묵을 깨고 들려오는 박현진의 목소리에는 무시할 수 없는 위압감이 전해졌다.

"아니요!" 달리는 차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대답한 안채린이 차 천장에 머리를 부딪혔다.

그녀는 몸을 한껏 움츠리고 머리를 매만지면서 침착함을 되찾으려고 어색하게 눈치를 살폈다. "삼촌이 극단까지 찾아 올 줄은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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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154장

  1. 1장제1화 무대 사고
  2. 2장제2화 내가 한 짓이 아니야
  3. 3장제3화 절 도와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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