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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모두 거짓말
나는 세상을 넘나드는 여행자로, 다양한 세계를 누비며 최대의 악당을 처단하여 평화를 수호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내가 처단해야 할 사람은 바로 북연후 고경주다.
그동안 수많은 세상을 넘나들었지만, 오직 고경주만이 내 심장을 뛰게 했고 이곳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하지만 이 얼마나 가소로운 일인가? 나의 일편단심은 그렇게 헛되고 허무한 것이었다.
나는 차츰 통증을 느끼지 못했고 마침내 죽었다.
그리고 나의 머릿속에는 시스템의 소리가 들렸다.
"다시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랍니다."
내가 시스템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반응하기도 전에, 귀가에는 간절히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아가씨...." 계속 부르는 소리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천천히 눈을 뜨니, 익숙하기 그지없는 침실 휘장이 보였다.
이곳은 내가 혼인하기 전 본가의 침실이 아닌가? 설마 다시 돌아온 거냐?
시스템이 나를 다시 돌아오게 했다고?
이번 생에서는 꼭 내 손으로 고경주를 죽이고 말겠다.
"아령, 드디어 깨어났구나."
어머니가 다급히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승상 부의 적녀로, 어릴 적부터 온갖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나의 어머니는 전장을 누비던 여장군이셨다.
여린 선비였던 아버지가 대체 어떻게 그 여장군이신 어머니한테 청혼하여 성공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오늘은 등불 축제라서, 북연후를 피하려고 일부러 아픈 척하는 거 아니냐?"
나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등불 축제? 오늘이 바로 전생에서 비극의 시점이었다. 시스템이 나를 이 시점으로 되돌려 보냈다.
어머니가 그렇게 생각한 것도 전혀 이상하지는 않았다. 원래 내 성격이라면 그랬을 것이다.
다만 고경주와 3년을 지내면서 나의 성격이 많이 변했다.
"그럴 리가요. 꼭 갈게요!"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대 앞에 앉았다. 구리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며 순간 멍하니 넋을 잃었다.
섬세한 피부, 밝은 붉은 입술.
그리고 하얗고 고운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전생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잇달아 세상을 떠난 후, 내 편을 들어줄 사람 하나 없이 매일 후원에서 구박받으며 지냈다는 것을. 비록 후작 부인이라는 신분으로 살았지만, 실제로는 하녀보다도 못한 삶이었다.
다양한 세계를 넘나들던 여행자가 그렇게 처참한 신세가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시스템?"
내가 깨어난 이후로 시스템의 귀찮은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마음속으로 궁금해하며 물었다.
하지만 여러 번 물어봤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아마도 최대 절전 모드에 들어간 것 같다.
"이 의상이 참 예쁘다. 그리고 이것도 예쁘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머니는 이미 혼자서 옷을 골라 들고 계셨다. 하지만 모두 빨간색, 자줏빛, 아니면 짙은 초록색이어서 눈이 시릴 정도였다.
나는 재빨리 앞으로 걸어가서 유일하게 괜찮아 보이는 의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로 하죠."
밝은 노란색 의상이 내 피부색에 잘 어울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고경주가 내가 노란색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생에서 그와 오랫동안 지내면서도 나는 그 원인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싫어하는 것이라면 나는 뭐든지 좋아할 것이다.
어머니가 반응하기도 전에 나는 옷을 챙겨서 곧장 옷장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아니면 어머니가 또 잔소리할 것이 뻔했으니까.
전생에서 나는 더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는 절대 마음이 약해져서 봐주는 일이 없을 것이다.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마차에 앉아 거리에서 행상들의 외침을 들으며 나는 소매 속의 단검을 더 깊게 숨기고 마음속의 증오를 억눌렀다. 남에게 들키지 말아야 한다.
"아령."
나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고, 마차는 천천히 멈췄다.
가느다란 손이 휘장을 들어 올리더니, 아주 잘생긴 얼굴이 내 앞에 나타났다.
절대 잊을 수 없었던 얼굴이었다. 전생에 나는 그에게 홀려 한 걸음씩 타락의 길로 들어섰었지.
나는 눈을 살짝 내리깔며 눈가의 분노를 가렸다. 그리고 그의 손바닥에 손을 얹고 재빨리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오늘 밤 당신을 위해 깜짝선물을 준비했어."
북안후는 내가 이상한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바로 이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우리 부모님 가문의 세력을 자기 손안에 넣고 나를 저버렸다.
전생에 내가 후원에 갇혀 있을 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분명 혼인하기 전에는 고경주와의 감정이 아주 각별했는데, 왜 혼인한 후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걸까.
매일 나한테 모멸을 가하며 고통을 주던 그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죽기 직전에야 그 답을 찾았다. 그가 처음부터 노린 것은 내 배후의 세력이었음을.
"알았어요. 기대할게요."
챕터 목록
총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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