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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아 POV:

첫 본능은 애원이었다. 날것 그대로의 절박한 생존 본능이 고통을 비집고 기어 나왔다.

“제발요.” 목이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소용없어요. 권이혁은 저 때문에 몸값을 지불하지 않을 거예요. 절 내쫓았어요. 그는… 그는 제가 불임이라고 생각해요.”

그 단어는 혀 위에서 독처럼 느껴졌다.

류시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림자로 가려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의 침묵은 어떤 위협보다 더 무서웠다.

갑자기 다리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청바지 주머니에 아직 들어있던 내 휴대폰이었다. 계속해서 윙윙거렸다.

류시헌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말없는 질문이었다. 내 손은 묶여 있었기에, 그가 몸을 숙여 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의 손가락이 내 허벅지를 스쳤다. 짧고 우연한 접촉이었지만, 이상한 온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핏줄을 채우는 차가운 공포와는 극명한 대조였다.

그는 화면을 밀어 잠금을 해제하고 액정을 훑어보았다. 진동이 멈췄다. 그가 내가 볼 수 있도록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

화면은 한소희가 보낸 알림으로 가득했다.

잔인함이 뚝뚝 묻어나는 메시지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한소희: “알파의 저택으로 이사했어. 내가 살던 곳보다 훨씬 크네.”

한소희: “네 낡은 옷들은 현관 앞 쓰레기봉투에 담아뒀어. 태워줄까?”

그리고 사진이 왔다.

그녀와 권이혁이 주 침실에서 뒤엉켜 있는 사진이었다. 내 침실. 내가 몇 년에 걸쳐 부드러운 담요와 향초로 채우며 꾸몄던 그 방이었다. 권이혁은 내가 10년간 갈망했던 그 표정, 경계심 없이 소유욕 넘치는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메스꺼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진 아래에는 마지막 메시지가 있었다.

한소희: “곧 루나 자리도 내 차지가 될 거고, 달의 여신께서 우리 아기를 축복하실 거야. 그리고 넌 아무것도 없겠지.”

아무것도. 그 단어는 내 심장이 있던 텅 빈 공간에서 메아리쳤다.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다른 여자와, 우리 침대에서 함께 있는 모습을 보자, 내 안 깊은 곳에서 이상한 열기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단순히 분노가 아니었다. 야생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에너지의 파동이었다. 가장 깊은 감정적 배신에서 태어난 육체적 고통이었다. 피가 끓는 것 같았고, 피부는 열에 들뜬 듯 따끔거렸다. 거부당한 고통, 은의 독, 그리고… 내 앞에 서 있는 알파의 존재에 의해 깨어난 고대의 원초적인 무언가였다.

나는 밧줄에 몸부림치며 목이 메인 흐느낌을 터뜨렸다. “그만! 제발, 그만해요!”

미친 듯한 몸부림에 약해진 밧줄이 갑자기 끊어졌다. 내 몸이 앞으로 쏠리며 절벽 아래로 기울었다.

찰나의 순간, 세찬 바람과 아래의 뾰족한 바위들만 보였다. 나는 추락하고 있었다.

그때, 흐릿한 움직임이 있었다.

류시헌은 인간이 아닌 속도로 움직였다. 그는 순식간에 우리 사이의 거리를 좁혀 강력한 팔로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벼랑 끝에서 나를 다시 끌어당겼다. 그가 나를 그의 가슴 쪽으로 세게 당기자, 내 등이 단단한 근육에 부딪혔다.

그의 맨팔이 위로 말려 올라간 셔츠 때문에 드러난 내 맨살에 닿았다. 그의 피부가 내 피부에 닿는 순간, 그 일이 일어났다.

번개처럼 맹렬하고 밝은 충격이 온몸을 관통했다.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건… 모든 것이었다. 모든 신경 말단을 노래하게 만드는 순수한 에너지의 흐름이었다. 잠들어 있던 내 안의 늑대가 슬픔 속에서 갑자기 고개를 들고, 알아차렸다는 듯 소리 없는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류시헌이 굳었다. 그의 몸이 갑자기 경직되고 근육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숨이 멎었다.

차갑고 계산적이던 그의 시선은 이제 혼란과 더 어둡고, 맹렬한 소유욕이 뒤섞인 폭풍우 치는 바다 같았다.

“죽고 싶었나?” 그가 내 등 뒤에서 낮은 진동으로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이내 분노가 사그라들고, 마지못해 부드러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놈의 잔인함을 과소평가했군.”

그는 천천히 팔을 풀었지만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그가 몸을 숙여 내 목 가까이 얼굴을 가져왔다. 그의 따뜻한 숨결이 피부에 닿았고, 그는 길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향기가 내 감각을 가득 채웠다. 뇌우가 지나간 후의 야생적이고 깨끗한 소나무 향, 그리고 다가오는 눈보라의 날카롭고 차가운 공기가 섞인 냄새였다. 강력하고, 취할 것 같았다. 내 영혼은 긴장을 풀고, 평생 찾아 헤매던 향기를 알아차린 듯했다.

그의 늑대는 만족했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낮고 기분 좋은 울림이 그의 가슴에서 울려 퍼졌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내 입가의 피를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그의 손길은 더 이상 포획자의 것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무언가였다.

그의 눈이 어둡고 강렬하게 나를 사로잡았다.

“거래를 하지.” 그의 낮은 속삭임이 등골을 타고 소름을 돋게 했다. “그놈에게 돌아가. 네 부모님이 남긴 반지를 가져와. 그놈이 끼고 있는 반지 말이야.”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시선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걸 내게 가져오면, 자유롭게 가게 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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