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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지아의 완승
나지아는 더 이상 문예진과 문여린을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주민우의 곁으로 다가가 허리를 숙여 그의 이름을 불렀다. "주민우."
주민우는 깊은 잠에 빠진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문예진이 나지아를 비웃으며 말했다. "민우 오빠, 일어나요. 오빠네 가사 도우미가 왔어요."
가사 도우미라는 말에 주변 사람들도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민우 오빠가 어디서 이런 가사 도우미를 얻었는지 정말 궁금하네. 3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같이 민우 오빠를 정성껏 돌봐주며 삼시 세끼까지 챙겨줬다고 들었어."
"거저 갖다 바치는 거지. 너도 민우 오빠처럼 잘생겼으면 여자들이 알아서 달라 붙을 걸."
"하하하하!"
주변 사람들은 나지아를 마치 광대라도 되는 것처럼 바라보며 비웃었다.
"문여린 씨, 지금 한 점의 그림이 얼마에 팔릴 수 있나요? 2천만 원?" 나지아는 주변 사람들의 조롱을 무시하고 문여린을 바라보았다.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문예진이 문여린을 감싸며 마치 나지아와 한마디라도 나누는 것이 문여린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자 나지아는 문예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문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는 한 달에 용돈을 얼마씩 받아요? 2천만 원, 4천만 원, 아니면 1억?"
문예진은 대답을 거부하며 날카로운 어조로 쏘아붙였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나랑 딱히 상관은 없지만, 그냥 궁금해서요. 당신들 같은 재벌가 아가씨들은 한 달 용돈이 가사 도우미인 나보다 많은지 알고 싶어서요. 난 한 달에 2억을 받고 주민우의 서브 카드도 마음대로 쓸 수 있거든요."
나지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룸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주민우의 서브 카드를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말에 문여린의 눈에 질투심이 스쳐 지나갔다.
나지아는 눈앞에서 말문이 막힌 사람들을 보며 속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사람들의 용돈이 기껏해야 몇천만 원이고, 신용카드도 한도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나지아는 그들에게 경멸하는 웃음을 지어 보인 뒤 주민우를 부축하고 룸을 나섰다.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황급히 다가와 그녀를 도왔다.
나지아는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오늘 술값은 제가 낼 테니 다들 마음껏 마셔요. 2억 원도 못 채우면, 그건 주민우를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룸 안은 다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나지아는 드디어 마음속에 쌓였던 분노를 모두 쏟아낸 것 같았다.
기분이 좋아진 그녀가 클럽을 나서자 직원이 주민우를 차에 부축해 태웠고, 나지아는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차를 몰고 떠났다.
해성 빌라에 도착하자, 나지아는 주민우를 소파에 내던졌다. 그러자 남자는 눈을 뜨며 본래 다정해야 할 눈빛이 차가운 서리로 가득 차 있었고, 숨김없는 혐오감이 드러났다.
그러니까, 주민우는 여태껏 술에 취한 척 연기를 한 것이다.
일부러 그녀를 불러 문여린과 그 재벌가 따님들 앞에서 모욕 당하게 만든 거였다.
익숙한 일이지만, 날카로운 칼이 살을 베는 듯한 고통에 뼛속까지 시려왔다.
그녀는 이 아픔을 억누르고 차분하게 물었다. "해장국 끓여줄까?"
주민우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다시는 나한테 탕을 끓여주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어?"
지금까지 연기한 걸 다 안다는 듯한 말투였다.
나지아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난 해장국을 말한 거야."
주민우는 그녀가 끓인 탕을 단 한 번도 즐겨 마신 적이 없었다. 매번 그녀는 머리를 쥐어짜며 그를 달래야 겨우 한 모금 마실 수 있었고, 그는 늘 약 냄새가 난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주민우는 그 탕이 자신의 몸을 치료하기 위해 특별히 만든 약탕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외부에서는 주민우가 여색을 멀리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 자신도 스스로 여자에 대한 욕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여자가 알몸으로 그의 품에 누워 있어도 그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사실 그는 흔들릴 능력조차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허약했던 탓에 그 부분 기능을 상실했고, 평생 자식을 가질 수 없었다.
주정화, 즉 주민우의 고모가 그에게 나지아와 결혼하라고 강요한 이유는 그가 문여린과 결혼해 자신의 권력을 약화시킬까 봐 두려워서가 아니라, 나지아가 그의 몸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민우는 이 비밀을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나만 보면 탕, 탕, 탕. 탕 말고 다른 말은 할 줄 몰라?" 주민우는 그녀의 말을 오해하고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나지아는 태연하게 화제를 바꿨다.
"그럼 이혼에 대해 얘기해. 내가 보낸 카톡 봤지? 내일 오전 10시, 비서에게 다른 일정 잡지 말라고 해. 우리 이혼해."
주민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난 3년 동안 문여린 씨의 자리를 차지해서 미안해. 하룻밤만 더 참으면, 내일 그 자리를 비워줄게." 나지아는 시선을 떨구었고, 심장이 또다시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이혼하겠다고 했으니 주민우는 기뻐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나지아가 미련 없이 이혼하겠다고 말하자 그는 이유 없이 화가 치밀었다.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냉랭하게 내려앉았다. "과연 네가 나한테 자리를 비워주는 거야, 아니면 내가 너한테 자리를 비워주는 걸까?"
나지아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주민우가 쏘아붙였다. "무슨 말인지 너 자신이 더 잘 알잖아."
나지아가 즉시 맞받아쳤다. "당신이 말하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시치미 떼지 마. 고모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혼하겠다고 하는 건, 고모가 안 계시니 앞으로 더 이상 매달 2억 씩 못 받게 되니까 그러는 거잖아."
"그리고 고모가 강요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 집 대문조차 밟지 않았을 거란 것도 너도 잘 알 테지. 내 서브 카드도 네가 마음대로 쓰게 놔두지 않았을 거고. 너처럼 돈 때문에 자신을 팔 수 있는 여자는 어서 다음 물주를 찾아야 하지 않겠어?" 주민우의 입은 독을 머금은 것 같았다.
지난 3년 동안 나지아는 비슷한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억울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결혼 첫해, 주 고모가 그녀에게 준 돈은 모두 할아버지의 항암 주사 비용으로 쓰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매달 받는 돈은 해독 약재를 사는 데 쓰고 나머지는 모두 저축했다.
한 달 전 경매에서, 한 신비로운 인물이 50억의 가격으로 신약을 낙찰받았다.
그 신약은 결국 주민우의 뱃속으로 들어갔고 효과는 매우 뚜렷했다.
그는 이제 아무 여자에게나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주민우의 능력이라면, 전화 한 통이면 그 돈의 행방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지아가 돈에 눈이 먼 여자라고 단정하고 있었기에, 설령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또 다른 음모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 말이 맞았나 보네. 반박할 말이 없어?" 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주민우는 그녀를 더욱 몰아붙였다.
상처받는 말을 많이 듣다 보면 점차 면역이 생기기 마련이다. 주민우의 태도가 아무리 나쁘고,말이 아무리 못되어도 나지아는 귓등으로 듣고 흘러 보냈다.
'어차피 내일이면 이혼할 테니, 조금만 더 참자.'
나지아는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다독이고는 남자를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신 마음이 편하다면,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주민우의 곁을 지나갈 때,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강제로 소파에 넘어뜨렸다.
남자의 거대한 몸집이 그녀 위로 겹쳐졌고, 얼굴에 내뿜는 숨결에는 술 냄새가 진동했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너무 가까운 거리에 나지아는 위험을 감지했다. 주민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나지아, 주 부인의 자리를 차지한 지 3년인데도 한 번도 주 부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잖아. 우리 주씨 가문이 자선 단체라고 생각한 거야? 한 달에 2억을 받는 여자가 진짜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는 온기 한 점 느껴지지 않는 입맞춤으로 그녀의 입술을 가로막았다.
나지아는 본능적으로 반항하려 했지만,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 저항을 포기했다.
주민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눈빛의 혐오감이 더욱 짙어졌지만, 그의 몸은 솔직하게도 그녀를 찢어발기고 싶은 욕망으로 아우성치고 있었다.
그는 왜 갑자기 나지아 앞에서 자제력을 잃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분명 3년 동안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지만, 주민우는 그녀에게 단 한 번도 불순한 생각을 품은 적이 없었다.
분명 그녀가 서둘러 다음 상대를 찾으려는 모습이 자신을 격분시킨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왜 너 뜻대로 순순히 이혼해 줘야 하지? 이혼할지라도 네 몸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겨 놓을 거야.'
그는 그녀를 혐오했기에, 이때도 부드러울 리 없었다.
나지아는 고통에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3년간 주민우가 자신에게 쏟아부은 모든 악담보다 더 아팠다.
나지아도 가만히 있지 않고 그의 몸을 할퀴고 긁었지만 그 대가로 돌아온 것은 주민우의 더욱 거친 행동뿐이었다.
챕터 목록
총 8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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