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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혼과 떠남

"다들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서진이 휴대폰을 손에 쥔 채 테라스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의 눈빛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

강태준과 백준서는 빠르게 눈빛을 교환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서진이 가족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면, 이렇게 태연할 리 없었다. 아마 눈물을 흘리며 소란을 피웠을지도 모른다.

강태준은 옅게 웃으며 그녀의 가방을 건네받았다. "별일 아니야. 왔으면 그냥 들어오지, 왜 밖에 있었어?"

눈에 띄게 잘생긴 얼굴에, 짙은 회색 맞춤 정장이 길고 늘씬한 몸을 감싸며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유진 테크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성장해 시가총액이 이미 2조 원을 돌파했고, 강태준은 아직 스물일곱도 되지 않은 나이에 해성 IT 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그의 온몸에서는 성공한 남자의 여유와 매력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다.

그가 조금만 태도를 낮추고 다정한 기색을 보이면, 여자 하나쯤은 쉽게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윤서진의 손이 차갑게 떨리는 것을 강태준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윤서진, 이런 가식적인 감정… 대체 왜 붙잡고 있는 거야? 이제 그만 정신 차려야지.'

윤서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화가 와서 당신 일에 방해될까 봐 테라스에서 받았어요."

그 말에 강태준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백준서는 굳은 얼굴로 그녀를 꾸짖었다. "전업주부로 지내기로 했으면 회사에 자주 오지 마. 꼭 와야겠으면 미리 전화로 약속을 잡아야지. 안 그러면 태준이 일에 방해되잖아. 일 처리도 왜 이렇게 허술해? 네 언니는 이런 적 없거든."

만약 백채영이 회사에 찾아왔다면, 그들은 놀라움이 아닌 반가움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백채영은 무엇을 해도 늘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을 테고.

윤서진은 속으로 비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그 대답에 백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예전 같았으면 윤서진은 내 말에 따지거나, 어떻게든 채영보다 뒤처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려 했을 텐데… 오늘은 왜 이렇게 얌전하지?'

그녀의 순종적인 태도에 백준서는 묘하게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윤서진의 늘 촌스럽고 품위 없어 보이는 모습이 못마땅했다.

백준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요즘 너희 집에도 잘 안 들어오지? 내일 같이 들어와서 저녁 먹자. 마침 부모님도 상의할 게 있다고 하셔."

강태준은 곧바로 대답했다. "알았어, 진이 데리고 같이 들어갈게."

백준서는 더 이상 윤서진을 보지 않고 그대로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

강태준은 윤서진을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돌아서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갑자기 왜 회사에 왔어? 나 보고 싶었어?"

익숙한 삼나무 향이 그녀의 코끝을 스쳤다. 윤서진은 그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그가 들고 있는 가방을 내려다봤다.

가방 안에는 아직 임신 준비 검사 결과지가 들어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꺼낼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거부하는 듯한 몸짓을 눈치챈 강태준은 그녀를 내려다봤다. "왜 그래?"

윤서진은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봤다. 순간, 그의 그 가식적인 태도를 한 번에 무너뜨려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윤서진은 이혼할 것이고, 백씨 가문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그때, 백채영이 사람을 시켜 자신을 해치게 한 증거도 반드시 찾아낼 생각이었다. 비록 늦었지만… 반드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제가… 정말 백채영보다 하나도 못한 건가요?"

강태준은 잠시 멈칫했다. 그녀가 신경 쓰고 있는 게 그것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톡 쳤다. "넌 굳이 채영이랑 비교할 필요 없어."

이 말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었다.

그녀가 백채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못난 사람이라는 뜻일 수도 있고, 혹은 그녀가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윤서진은 후자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강태준이 전자의 의미로 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이렇게 말재주가 좋은 사람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때,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지현이 커피 두 잔을 손에 들고 들어왔다.

윤서진은 강태준의 품에서 벗어나 소파에 앉았다.

이지현이 커피 한 잔을 윤서진 앞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나머지 한 잔을 들고 강태준 앞에 섰다.

"강 대표님, 커피 나왔습니다."

강태준이 커피를 건네받을 때, 이지현은 그의 손바닥을 가볍게 긁었다.

"이 비서가 맞죠?" 윤서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이지현은 몸이 굳어났고, 강태준은 커피잔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가 고개를 들자 윤서진은 싱긋 미소 지었다.

"커피 말고 주스로 바꿔주세요. 임신 준비 중이라 한약을 먹고 있어서 커피는 마시지 않는 게 좋아요. 왜 갑자기 긴장하는 거예요?"

강태준은 바로 이지현을 돌아보며 말했다. "주스로 바꿔와."

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고, 이지현을 향해 경고의 시선을 보냈다.

이지현은 입술을 꼭 깨물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바로 바꿔오겠습니다."

그녀는 커피잔을 들고 급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윤서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강태준의 큰 몸이 시야를 가릴 때까지.

그녀는 싱긋 미소 지었다. "커피 한 잔도 제대로 못 내리는 인턴을, 강 대표님은 언제부터 이렇게 관대하게 대하게 된 거예요?"

그 말에 강태준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저 여자들 사이의 질투일 뿐이었다.

그는 허리를 굽혀 소파 등받이에 기대더니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질투하는 거야? 그저 후원하던 학생이 인턴으로 온 것뿐이야. 아직 나이가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아직 나이가 어린다고?' 강태준은 그녀가 올해 겨우 스물두 살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했다. 그녀는 열여덟 살 때부터 그의 곁에서 그를 도왔고, 그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헤쳐왔다.

그때 유진 테크는 1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팀이었다.

윤서진은 그의 비서로 시작해 수많은 일을 겪으며 성장했고, 퇴사하기 전에는 홍보부 부장 자리까지 올랐다.

한번은 그녀가 고객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숨어서 울고 있을 때, 강태준은 그녀에게 뭐라고 말했을까?

"윤서진, 네가 일찍 사회에 나가기로 했으면 그만큼 온갖 어려움도 감수해야지. 아무도 네 실수나 나쁜 감정까지 다 받아주지 않아."

그때는 그 말이 자신을 위한 엄격함이고, 더 잘하라는 뜻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강태준은 원래 다정한 사람이었고, 단지… 그 다정함이 자신에게는 향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걸.

건물을 나온 윤서진은 온몸의 힘이 빠진 듯 길가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성을 잃을 만큼 부서진 마음은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해가 서서히 기울었고, 노을마저 사라지자, 차가운 바람에 가을비가 실려왔다.

떨어진 낙엽은 오가는 차에 밟혀 진흙 속에 짓이겨졌고, 그 모습은 마치 그녀가 붙잡고 있던 사랑과 가족을 닮아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윤서진의 떨리는 몸이 서서히 진정되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휴대폰을 꺼내더니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곧바로 연결됐지만, 윤서진은 몇 번이나 입을 열었다가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보세요. 서진아? 나야." 그때, 낯설면서도 익숙한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서진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선배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해요. eVTOL 프로젝트 연구… 저, 다시 연구실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여쭤보려고요."

그녀는 숨을 죽인 채 답을 기다렸다. 뺨은 달아올랐고, 자신감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15살에 A대학교에 입학한 그녀는 항공우주공학 전공의 천재 소녀로 불리던 사람이었다.

3학년 때, 다중 센서 기반 융합 장애물 회피 기술에서 성과를 내며 데이터 융합 알고리즘을 통해 드론의 장애물 회피 정확도와 신뢰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윤서진은 이 기술을 화재 정찰 및 감시에 적용하여 당시 매우 진보된 수색 및 구조 드론을 설계했고, 교수들은 그녀의 재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교수는 그녀를 위해 특허를 신청했을 뿐만 아니라, 석·박사 과정까지 밟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그의 제자로서 밝은 미래가 보장돼 있었다.

윤서진은 해당 특허를 국가에 기증했고, 당시 그녀는 교수의 가장 자랑스러운 학생이었다. 그녀는 선배들과 함께 오유 테크를 설립해 경량 항공 촬영을 주력으로 사업을 전개했고, 앞날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4년 전, 그녀는 꿈과 학업, 그리고 사업까지 모두 포기하고 강태준의 비서가 되었다.

교수는 윤서진을 포기하지 않았다. 2년 전, 그는 직접 서성에서 해성까지 날아와 그녀를 eVTOL 프로젝트 연구실로 초대했지만, 그녀는 끝내 다시 거절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후회하고 있었다. 아주 많이.

입술을 세게 깨문 채, 그녀는 선배의 열정적이고 거리낌 없는 목소리를 들었다.

"당연하지! 내가 말했잖아. 네가 돌아오기만 하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언제 올 거야? 지금 당장 비행기표 끊어 줄까? 내일은 너무 급한가?"

윤서진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교수님은…"

"아, 교수님 성격 아직도 몰라? 일단 해성으로 와. 교수님 놀라게 해 드리자. 내가 장담하는데, 교수님은 너 보면 화 다 풀리실걸. 그래도 안 되면 네가 직접 밥 한 끼 해 드려. 한 끼로 안 되면 두 끼면 되지."

윤서진은 눈물을 닦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네, 매일 밥해 드릴 수 있어요. 선배, 제가 여기 정리할 일이 있어서 한 달 정도는 더 걸릴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당연하지. 기다릴게."

"선배님, 고마워요."

통화를 마친 윤서진은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 달 안에 그녀는 이혼을 하고, 이 도시를 떠나, 자신의 꽃길을 다시 걸어갈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봤다.

그때, 검은색 벤틀리가 윤서진의 곁을 지나갔다.

뒤쪽 차창이 반쯤 열린 차 안에서, 젊은 여자가 몸을 비틀듯 남자의 무릎 위에 올라앉아,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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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목록

총 197장

  1. 1장제1화 아름다운 꿈
  2. 2장제2화 이혼과 떠남
  3. 3장제3화 이혼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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